연일 법원 겨냥 "국민들, 사법부에 맹목적 굴종 안 해"…다부동 참배 등 TK 민심 구애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자신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둘러싸고 벌어진 당 안팎의 논란을 두고 "우리의 사법체계를 믿는다"면서도 "그러나 (사법부라는) 최후의 보루가 자폭한다든지, 최후의 보루의 총구가 우리를 향해서 난사하면 어떻게 되겠나. 고쳐야 한다"고 밝혔다.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청문회·특검 추진 등 민주당의 대(對)사법부 강경대응 기조에 이 후보가 직접 나서 힘을 실은 것으로 풀이됐다.

이 후보는 9일 오후 '골목골목 경청투어'라고 이름붙인 경북 지역 순회 일정 도중 경북 김천실내체육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민주당 의원들이 조 대법원장에게 사퇴를 촉구하는 등 사법부 압박에 나선 데 대한 의견을 묻자 "민주주의와 인권의 최후 보루가 바로 사법부"라며 이같이 답했다.

이 후보는 "사법 체계가 정치에 오염되거나 사익과 돈에 혹여 오염되면 대체 뭘 믿고 살겠나"라며 "민주공화국에서 삼권분립 체제가 얼마나 중요한가. 그 최후의 보루가 법원·사법부"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사법부라는) 보루를 지켜야 민주주의가 지켜지고 민주공화국이 지켜진다.
 그 보루를 지키는 길이 어떤 길인지를 우리 국민들께서도 다 안다"며 "정의와 상식과 순리에 따라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 모두들 잘 판단하고 잘 처리할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이 이 후보의 파기환송심 재판 기일을 6.3 대선 뒤로 미룬 후, 민주당은 당초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번졌던 '조희대 탄핵안'에 대해서는 유보적 입장을 보이면서도 청문회·특검 등 절차는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사법부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원의 유죄취지 파기환송 판결이 '정치 개입'이라는 입장이다.

이 후보는 사법부가 이번 논란 해결을 위해 자체적으로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오는 26일 여는 데 대해 "저는 금방 열릴 줄 알았는데 상당히 뒤로 밀린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법원도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사법부를 신뢰하고 기대하는지 기억해야 한다"며 "(그러나) 그게 맹목적인 추종이나 굴종은 아니다"라고 압박했다.
 그는 "(국민들은 사법부가) 합리적이고 상식적이고 법률에 부합하는 판단을 하면서 노력한다고 믿고 있다"며 "(사법부는) 그 믿음과 신뢰와 기대를 깨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자신에 대한 검찰 기소와 그로 인한 재판 진행 상황에 대해 "수없이 많은 억지 기소를 당하고 검찰로부터 핍박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저는 사법부를 최종적으로 믿었다", "그 (많은) 공격을 받고 지금도 살아있다"며 "도지사가 됐을 때도 4건을 기소당했는데 2년 동안 엄청 고생하긴 했지만 결국 법원에 의해 전부 무죄를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1심 무죄 판결을 받은 위증교사 혐의 사건에 대해서는 "윤석열 정권, 검찰 정권에 의해 제가 11건인가 기소가 됐는데 그 중에서 그들이 가장 가능성이 크다고 기대했던 게 위증교사 사건"이라며 "그건 당연히 죄가 안 되는 사건이다.
 '아는 대로 기억을 되살려 얘기해 달라'고 했는데 어떻게 죄가 되겠나. 그 역시도 법원이 잘 가려줬다"고 그는 말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최대 화두가 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서는 "1심 선고는 참 황당했는데 그래도 사법부를 믿었다"며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서 당연히 무죄를 선고할 거라고 생각했고 (2심에서) 실제로 그렇게 됐다"고 했다.

▲보수정당 출신 권오을(왼쪽 두 번째)·박창달 전 의원(오른쪽)이 9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함께 경북 성주군 성주전통시장을 찾아 지지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날 영천·성주·칠곡·고령 등 대구·경북(TK) 지역을 찾아 지역 민생 행보에 나선 이 후보는 예정에 없던 칠곡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찾아 구국용사 충혼비에 참배하는 등 TK 민심을 향한 구애에 나섰다.
 다부동 전투는 1950년 한국 전쟁 당시 국군이 북한의 대구 진출을 막기 위해 가장 치열하게 벌인 전투로 꼽힌다.
 이 후보는 충혼비 참배 일정이 추가된 데 대해 "이번 일정에 그게 빠졌길래 제가 '긴 시간 걸리는 것도 아닌데 가자'고 해서 갑자기 가게 됐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인데 이게 뭐 거리가 중요한가, '어느 쪽에 가까웠다', '어떤 생각 가졌다'가 뭐가 중요하겠나"라며 "한 목숨 바쳐서 이 나라를 구하기 위해 전투에 참여했고 산화해 갔는데 기억하고 기도해야 한다"고 참배 취지를 밝혔다.
 "(정치권이) 역사 속 일들을 꺼내서 자꾸 편가르기 수단으로 쓴다"며 "중요치 않은 걸 가지고 덜 싸우면 좋겠다.
 좌니 우니 빨강이니 파랑이니…(로 싸워선 안 된다)"고도 했다.
 대선 경선 국면에서부터 강조한 '국민통합' 취지를 강조한 행보로 풀이된다.

그는 특히 "안 싸워도 될 것을 가지고 너무 많이 싸우는데 특히 정치가 그걸 부추긴다"며 "국민들은 살기 어려워서 웬만하면 대화·양보·타협할 생각이 있는데 정치하는 사람들이 자기의 정치적 이익 때문에 그걸(싸움을) 부추기고 작은 걸 크게 만들고 없는 걸 또 만들어 낸다.
 그러지 않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통합의 가치를 거듭 강조했다.

이 후보는 TK 지역이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데 대해 "경북이 우리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험지인데, 언제나 우리는 오해를 고치고 희망을 함께 나누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며 "'색깔'을 따지기 전에 진정으로 나라를 위해서 이 나라 국민께서 우리의 삶을 위해 첫째로 충직하고 둘째로 유능한 일꾼이 누구인가를 잘 판단해 주시길 새삼 당부드릴 뿐"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대구와 경북의 국민들께서도 이번 대선 만큼은 사람을 잘못 뽑으면 뽑은 사람의 운명조차도, 삶조차도 달라질 수 있단 걸 지난 선거 결과로 아마 느끼셨을 것"이라고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윤석열 정부 책임론을 시사하기도 했다.
 경북 안동 출신인 이 후보는 "경상도 말 쓰는 분들을 만나서 말씀을 들어보면 정말 '고향이다' 하고 마음이 푸근해진 그런 느낌"이라고 지역 연고도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