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출신 교육 시민운동가…이정선 현 교육감에 맞선 후보 단일화 강조
내년 6월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광주광역시교육감 선거판도에도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이 가운데 정성홍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장이 지난 2022년 선거에 이어 또 다시 출마채비를 갖추고 잰걸음을 걷고 있다.
그는 현재 광주교육연구소 대표이자 광주전남시민연대 상임대표로 활동하며 왕성한 교육운동을 전개중이다.
<프레시안>은 지난 2일 정 전 지부장을 만나 교육 철학과 정책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정성홍 전 전교조 광주지부장.2025.07.02ⓒ프레시안(백순선)
Q.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의미있는 득표를 했고, 최근 언론사 여론조사에서도 연속으로 3위를 기록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A. (여론조사 결과를)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제 교육철학 이야기를 많이 하면 할수록 시민들이 지지할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제가 단일화에서 이기고 결과적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믿는다.
특히 두 번째 여론조사에서는 6%에서 12.6%로 모든 후보 중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결과가 '정성홍'이라는 이름을 다시 기억해내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라고 믿는다.
지난 선거에서도 처음에는 5%로 시작했지만 본선에서는 22%에 가까운 득표를 얻었다.
(뉴시스 광주전남취재본부·무등일보·광주MBC가 공동으로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지난달 23일 발표한 광주지역 교육감 선호도 여론조사 결과 정성홍 전 지부장은 6%로 3위를 차지했다.
이정선 현 교육감 21%, 김용태 전 노무현재단 광주시민학교장 16%, 박주정 광주대 특임교수와 오경미 전 광주시교육청 교육국장은 각각 2%로 조사됐다.
남도일보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7~28일 진행한 광주시교육감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도 정성홍 전 지부장 12.6%로 3위를 기록했다.
김용태 전 교장이 21.5%, 이정선 교육감이 21.1%, 오경미 전 시교육청 교육국장 6.9%, 기타 인물 5.4% 순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시민사회에서 단일화 안 만들어 진행하면 가능
Q. 단일화를 언급했는데 이정선 교육감을 제외한 후보군끼리 물밑 접촉이 이뤄지고 있나?
A. 저는 스스로를 교육 시민운동가라고 정의한다.
다른 후보도 각각 교육철학이 있기에 후보들 간의 단일화는 잘 안된다.
결국 시민사회 단체에서 '이런 교육감이었으면 좋겠다'는 방향을 설정해서 단일화 안을 만들면 진행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의미 있는 득표를 했고 다음 지선에서도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내년 선거를 위해 현재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A. 지금은 좀 더 겸손하게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 있다.
교육감이 되서든 아니든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경청이다.
의견을 듣고, 결정하고, 책임감 있게 집행하는 3단계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성홍 전 전교조 광주지부장이 12·3비상계엄 사태에 맞서 서울에서 키세스 부대에 합류했다.
2025.01.06ⓒ정성홍 후보
◇유시민 작가로 착가해 사진 요청 받기도
Q. 12·3 비상계엄 사태 때 광장에서 유시민 작가로 착각해 사진 요청을 받았다는 에피소드를 들었다.
어떤 활동을 했나?
A. 쑥쓰럽지만 그런 요청을 받은 적도 있다.
민주주의를 위협한 12·3 내란 사태에 어디에 섰는지도 물어야 한다.
저는 비상계엄을 발표하자마자 시민연대를 만들어 비상 계엄이 해제되기 전 제일 먼저 도청에 도착했다.
그 뒤로 탄핵 정국을 해결하기 위해 남태령에 있었고 키세스 부대와 국회 앞에 같이 있었고 그 과정에 보고 배운 것이 있다.
Q. 광장에서 무엇을 보고 배웠나?
A. 12·3 사태로 우리나라 엘리트의 민낯을 봤다.
그 엘리트들의 과실을 막기 위해 젊은 여학생들이 담요 한장을 둘러쓰고 시험공부를 하더라. 그렇게 말없이 국회 앞을 지키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학생들에게 무엇을 교육해야 하는지 학교 밖에서 시대적 요구를 말하고 있구나. 민주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움을 가져왔다.
또 서부지법 침탈하는 모습에서 이 사회의 갈등의 극단을 봤다.
남녀와 세대 같은 사회적 갈등 요소의 해결 방법은 비판적 사고력을 통해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확인하는 민주시민 교육, 근거를 제시하면서 얘기할 수 있는 아이들을 만들어야겠다.
Q. 민주시민교육이란 무엇인가?
A. 민주시민교육의 핵심은 공감하는 능력과 이타심을 키우는 '나, 너, 우리'다.
나를 알고 타인을 이해하고 우리로 확장하는 비판적 사고로 토론하는 교육으로 거듭나야 한다.
김누리 교수는 "우리 교육이 파시스트를 길러내고 있다"고 까지 말한 바 있다.
우리 나라 전체를 놓고 보면 청소년 자살률 세계1위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30% 정도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최근 부산에서 학생 3명이 죽은 것을 보고 참담한 심정이다.
광산구 학교에서도 위기 학생이 발견되기도 했다.
학교가 병들었다.
코로나 이후로도 학생들이 정서적 안정이 안되고 있어 심리적 불안에 시달리는데 서울대 몇명 가느냐가 중요한가.
▲정성홍 전 전교조 광주지부장.2025.07.02ⓒ프레시안(백순선)
◇광주에서 공동체와 연대, 민주주의가 뭔지 배워
Q. 전북 김제 출신이고 서울에서 교사 생활도 했다.
광주로 내려오게 된 계기가 있나?
A. 아내가 벌교사람이기도 하고 개인적인 가정사이지만 건강이 좋지 않은 어머님을 모시기 위해 내려오게 됐다.
제가 10남매 출신 막내다.
아버지 사업으로 가족이 서울로 가게 된 것. 삶 속에서 김제라는 평야에서 공동체적 삶을 경험했고 서울에서는 경쟁을 경험하고 광주에 내려오니까 공동체와 연대, 민주주의가 뭔지 배웠다.
광주에서 정성홍의 교육을 완성했다고 생각한다.
Q. 광주에서 교육을 완성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A. 서울에서 좋은 교사란 입시 주도와 시험을 잘 보게 하는 교사라고 생각해 경쟁과 입시 교육 위주의 생활지도를 했다.
다만 60명 정도 반을 소그룹으로 나눠 주말마다 1박 2일 야영을 갔다.
그러던 어느날 학부형이 반대하고 아이들은 가고 싶어하는데 교장이 못가게 하면서 "잘해야 본전인데 왜 가느냐"는 말을 듣고 교육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그런 고민 끝에 1986년 '교육민주화 선언'을 접했다.
선언에서 나온 '아이들의눈을 보고 부끄러운 교사가되지 않겠다'는 그 교사가 되려고 노력했고 광주에 내려와 전교조 활동을 하게 됐다.
◇36년간 단 한 번도 교실을 떠나지 않은 교사
Q. 36년간 교사로 광주교육운동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정성홍이라는 사람을 한마디로 소개한다면?
A. 1985년 교직을 시작해 해직이라는 고난도 겪었지만 36년간 단 한 번도 교실을 떠나지 않은 교사다.
교육청 간부, 학교의 장 등 승진에 대한 유혹보다 아이들 곁에 머무르는 길을 택했다.
Q. 전교조 광주지부장 시절부터 박근혜 정부의 법외노조 처분에 맞서 싸우다 직권면직 처분을 받았다.
그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감정은 어떤 것이 있나?
A.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출근하지 못한 채 학교 밖 천막에서 학생들을 기다릴 때의 모습이다.
그 때 길거리 과학 수업을 했다.
정부에서 저를 해직했지만 아이들에게 떨어뜨려 놓을 수는 없었고 여전히 교사였다.
신용중 앞에서 과학 수업을 하니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땡볕 속에서 수업을 하고 아이들의 눈을 마주쳤을 때 그 감정을 말로 표현하긴 어렵다.
◇광주교육청의 기초학력 보장은 낙인효과 우려
Q. 지난 선거 때부터 진로진학과 기초학력 보장을 가장 강조해 왔다.
광주의 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나? 보완하거나 새롭게 제안할 정책이 있다면?
A. 특히 광주교육청의 기초학력 보장은 학습지원보다 낙인효과가 우려되는 방식으로, 진로교육은 형식적 연수나 정보제공에 머물렀다.
1교실 2교사 제도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자 한다.
개별지도를 위한 2교사제는 발령을 못 받은 대학생들에게도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또 지역대학·기업·공공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진로워크숍 플랫폼을 구성하고 학교별 진로설계 교사 1인을 배치해 학생 개별화 설계를 돕겠다.
기초학력은 생존의 문제이며, 진로는 존엄의 문제다.
이 두 축이 제대로 작동해야 광주교육에 미래가 있다.
Q. 광주교육청은 AI 교육 확대와 스마트기기 1인 1기 보급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정책 방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A. AI 교육을 미래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초중고 학생이 다 해야 하는 것처럼 말한다.
학생들이 AI 활용능력을 키우고 보조 교재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네비게이션 이 생긴 순간 길을 잃게 된 것처럼 AI만 던져 주면 학생들이 사고력을 잃어버릴 것이 자명하다.
핀란드, 스웨덴, 미국 등이 다 철회했는데 세계적 추세에 역행한 것이며, 광주는 고민 없이 엄청난 예산을 비대칭적으로 투입했다.
교육부가 했다 할지라도 교육청은 'NO'라고 할 줄 알아야 한다.
▲2일 정성홍 전 전교조 광주지부장이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1교실 2교사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07.02ⓒ프레시안(백순선)
◇이정선 교육감은 소통하지 않는 일방 행정
Q. 이정선 교육감이 취임 3주년이 됐는데 현재까지 과정을 어떻게 평가하나?
A. 광주시민들이 잘 평가하시겠지만 개인적으로 크게 보면 청렴하지 못했다, 인사가 투명하지 못했다, 학교를 중심에 두지 않은 일방적인 행정, 소통하지 않는 일방적인 행정이었다.
정책은 있었지만 철학은 부재했고 예산은 있었지만, 현장과 연계되지 않았다.
이정선 체제 3년은 '행정은 있었으나 교육은 없던 시기'로 평가한다.
이제는 학생이 중심이 되는 교육으로 회복해야 한다.
Q. 그렇다면 교육 수장으로서 가장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가?
A. 가장 중요한 자질은 '현장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감각'이다.
현장에서 교사가 어떤 고민을 하는지, 학생은 어떤 불안을 안고 있는지, 학부모는 어떤 두려움을 갖는지를 알아야 한다.
책상머리 행정으로는 절대 알 수 없다.
◇전교조 광주지부장 1년은 교육의 본질을 치열하게 고민했던 시간
Q. 전교조 광주지부장 출신인데, 전교조를 어떻게 평가하나?
A. 저는 전교조 광주지부장을 맡았던 1년을 교육의 본질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천했던 시간으로 기억한다.
전교조의 시작은 좋은 교육을 실천하려는 선생님들, 아이들을 더 사랑하려는 선생님들의 자발적인 모임이었다.
지금도 출발이 가장 순수하고 교육적인 의지에서 비롯됐고 그 정신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전교조를 통해 '아이의 눈을 마주보는 교사', '함께 가르치고 배우는 동료'로 성장할 수 있었고 그 점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Q. '정성홍'이라는 이름이 광주 시민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나?
A. '정성홍, 그 사람 참 교실을 좋아했었지' 그렇게 기억되고 싶다.
교사로서 아이 곁을 떠나지 않았던 사람, 해직 당하고도 교실을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 교육감이 되어서도 교실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 저는 어느 위치에서나 교육자로 살고 싶다.
정성홍 약력
1962년 전라북도 김제군 청하면 월현리 출생
1981년 경기고 졸
1985년 원광대 물리교육과 졸
1985 서울 서대문구 연북중학교 신규 발령
1985~2021년 중등 평교사 36년 근무(1999년부터 광주 하남중으로 전근)
2009년 광주전남교육연대 집행위원장
2009~2011년 광주교육희망네트워크 집행위원장
2015~2018년 5·18행사추진위원회 공동대표
2015~2018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장
2016~2020년 박근혜 정부 전교조 탄압으로 해직
2016~2017년 박근혜퇴진 광주시민운동본부 공동대표
2016~2018년 광주교육희망네트워크 공동대표
2019~2020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무처장
2021년 광주광역시교육청 기후위기 비상행동 실천단장
2021년 7월~현재 광주전남 시민연대 상임대표
국민주권전국회의 광주전남 본부 상임대표
교육상상플랫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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