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피해 외면하고, 尹 방어권 보장' 지적엔 "적법절차 지키라는 것"
국정감사장에 선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장이 12·3 비상계엄이 위헌인지에 대한 개인 의견을 묻는 말에 답을 피하더니 "헌재 결정대로면 위헌"이라며 조건부로 동의했다.
비상계엄으로 인한 국민 피해는 외면하면서도 '윤석열 방어권 보장안'을 권고했다는 지적에는 적법절차를 지키라는 취지일 뿐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호한 것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5일 국가인권위원회 대상 국정감사를 열었다.
안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이 "12·3 비상계엄 조치는 위헌인가" 묻자 "지난 4월 2일 헌법재판소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다"고 답했다.
"위헌이란 거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안 위원장은 "비상계엄과 관련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에 대해서는 존중한다"고 답했다.
안 위원장은 허 의원이 비상계엄의 위헌 여부에 대한 개인 의견을 재차 묻자 "그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라며 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탄핵 결정을 존중한다.
명확하게 얘기했지 않았느냐"고 했다.
안 위원장이 계속해서 답을 피하자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의 질책이 쏟아졌다.
이에 안 위원장은 "위헌이다"라면서도 "헌법재판소 결정을 존중하면 위헌이다"라고 조건을 달았다.
안 위원장은 비상계엄으로 인한 국민의 인권침해 피해에 대해서는 인권위 입장을 낼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는 "인권위가 12·3 내란으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는 것을 왜 발표를 안 했느냐"는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 질의에 "헌재 결정에서 나왔는데 또 따로 말할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시민들이 겪은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입장을) 발표하지 않으면서 왜 지난 2월 윤석열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입장을 냈나"라는 신 의원 질의에 안 위원장은 "인권위 결정 내용은 적법절차를 지키라는 내용이었지 탄핵을 기각하라든지 무죄를 선고하라든지 그런 취지의 결정이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안 위원장이 말한 결정 내용은 '윤석열 방어권 보장안'으로도 불리는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관련 인권침해 방지 대책 권고 및 의견 표명의 건'을 뜻한다.
지난 2월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수정의결된 이 안건은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 시 방어권 보장 △불구속재판 △무죄추정·적법절차 원칙 준수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 철회 등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국내 인권단체들은 물론 아시아 인권단체들도 성명서를 내고 사회적 약자 보호가 목적인 인권위가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을 보호에 앞장선다며 권고안 철회를 촉구한 바 있다.
'국회가 탄핵소추권을 남용한다', '비상계엄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 '헌법재판관의 소속 단체 및 과거 행적' 등을 판단 근거로 삼아 극우세력의 주장을 답습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 위원장은 이날 인권위 직원들이 자신에 대해 제기한 성희롱·성차별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허 의원이 "여성은 유리천장 때문이 아니라 무능해서 승진하지 못했다", "애나 몇 명이나 더 낳아라" 등 발언을 한 적이 있냐고 묻자 안 위원장은 "그런 적 없다.
내 머릿속에 그런 생각 가진 적 없다"고 답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앞에 있는 여성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부적절한 신체 접촉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강압수사로 사망했다는 의혹을 받는 양평 공무원과 관련한 인권위 직권조사에 대한 질의도 오갔다.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돌아가신 양평 공무원의 메모 등에 근거해 봤을 때 동의 없이 심야 조사가 이뤄진 것은 거의 명백해 보인다.
나아가 진술 강요나 협박 등의 가혹행위가 민중기 특검 수사 중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사안의 중대성을 봤을 때 당연히 인권위가 직권조사를 해야 하는 사안이고 신속히 그 결론을 확인해 위법사항이 있으면 검찰에 고발해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고 했다.
안 위원장은 "지금 직권조사 중에 있고 또 그것에 관련해서는 공개적으로 사안을 말씀드리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모든 절차는 적법절차에 따라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수차례 막말 논란을 일으켰고, 현재는 채 상병 특검 수사를 받고 있는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은 이날 국정감사장에서 단체 증인 선서를 거부하다 개회 10분여 만에 퇴장당했다.
김 위원은 단체가 아닌 개별적으로 증인 선서를 하겠다며 "선서를 하되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른 선서를 하고자 한다"고 했다.
김병기 운영위원장은 이를 거절하고 직권으로 김 위원에 퇴장 조치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