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하도급 업체와 업체 대표 9명 재판 행
韓·美 2020년 반독점 형사 집행 MOU 후 첫 공조 수사
美 적발 7건 단서로 수사, 韓 229건 담합 규명
검찰이 주한미군 내에 시설 관리나 물품을 공급하는 하도급 용역 입찰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 업체들이 담합을 한 사실을 적발하고 업체 임직원들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이들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담합한 규모는 약 1750만달러(255억원)에 달하고 횟수도 200여건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법무부의 요청으로 우리나라 검찰이 수사에 나선 첫 사례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김용식)는 공정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국내 하도급업체 11곳의 업체 대표 등 9명과 해당 업체 A사 법인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담합에 가담한 미국 법인 L사와 이 법인의 한국사무소 직원 3명도 함께 기소됐다.
기소된 12명 중 2명은 미국 시민권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9년 1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미군 육군공병대(USACE)와 미국 국방조달본부(DLA)에서 발주하는 주한미군 병원시설 관리 및 물품 공급·설치 하도급 용역 입찰 과정에서 229회 담합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사전에 특정 업체를 낙찰예정자로 정하고 낙찰 예정 업체는 다른 업체들에 이메일, 문자, 전화 등으로 들러리를 서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업체 간 입찰 가격이나 견적서를 공유한 뒤 낙찰 예정 업체가 최저가로 견적서를 제출하는 방식이다.
주한미군 하도급 용역 입찰 구조. 서울중앙지검 제공
미군 육군공병대가 발주해 진행된 입찰 절차에선 총 134건, 약 80억원 규모의 입찰 담합이 이뤄졌다.
경기도 평택, 오산 등에 있는 주한미군 내 병원의 전기 배선 교체, 건물 벽·바닥 공사 등 유지 보수 등이 하도급 용역 대상이었다.
입찰 시행사인 L법인이 진행한 미국 국방조달본부 발주 입찰에서도 A업체 대표 등과 입찰 담당자는 사전에 낙찰 예정자와 투찰가격을 합의했다.
주한미군 각 기지에서 의뢰하는 물품 조달 및 LED, CCTV 등 설치 용역 총 95건(약 175억원 규모)에서 이같은 수법을 반복했다.
검찰 관계자는 “마진율을 15~20%로 산정해 담합했다”며 “미군의 예산이 훼손된, 미국 국민이 피해자인 범죄”라고 설명했다.
이번 수사는 우리나라 검찰과 미국 법무부가 2020년 11월 반독점 형사 집행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후 약 4년6개월 만에 첫 한·미 공조수사의 성과다.
미국 법무부가 관련 사건을 수사하던 중 지난해 8~9월쯤 국내 법인이 포함된 범죄 단서를 우리 검찰에 넘기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미 당국으로부터 업체 2곳의 담합 범행 7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두 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미군 군무원, 미국 시민권자 등 40여 명을 소환조사한 끝에 229건의 담합을 규명했다.
김용식 부장검사는 “한국과 미국이 MOU를 체결하면서 통로가 생겼고, 이런 통로가 없었다면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이 안 됐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한미 간 수사 공조체계를 견고히 유지하고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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