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안, 투자자 반발에 후퇴
배당소득도 ‘최고세율 25%’ 힘 실려
이 대통령 “최대한 배당” 조정 시사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 주가지수가 표시돼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주식 양도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현행대로 종목당 50억원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으로 낮추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발표했으나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를 철회한 것이다.
연합뉴스 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기준 강화’ 방침을 백지화했다.
지난 7월 세제개편안에서 종목당 보유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겠다고 한 지 한 달 반 만에 뒤집었다.
이에 따라 ‘배당소득 분리과세’ 역시 최고세율을 더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추석 민생안정 대책 당정협의’에서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으로 유지하기로 했다”며 “자본시장 활성화에 대한 국민적 열망과 함께 대주주 기준 유지가 필요하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앞으로도 자본시장 활성화와 생산적인 금융을 통해 기업과 국민 경제가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재부는 지난 7월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하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내놨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이 무산된 뒤 제기된 과세 형평성 요구를 반영하고, 대주주 투자자에게도 합당한 세 부담을 지우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발표 직후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연말 ‘양도세 폭탄’을 피하기 위한 매도 물량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현행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국민청원도 일주일 만에 14만명을 넘겼다.
투자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주식시장 활성화가 저해될 정도라면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다”며 현행 유지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날 정부가 현행대로 50억원 유지를 공식화하면서 정책 방향은 ‘과세 형평성’보다 ‘자본시장 활성화’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이런 기조 속에 정부가 고배당을 유도하기 위해 꺼내든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재조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배당소득 2000만원 이하에 14%, 2000만~3억원 구간에는 20%, 3억원 초과분에는 35%의 세율을 적용하는 세법개정안을 내놨다.
최고 45%를 부과하는 현행 금융소득종합과세보다 세율을 최소 10% 포인트 낮춰 기업의 배당 확대 유인이 커지도록 설계했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는 최고세율을 과감하게 25% 수준까지 낮춰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배주주의 배당 확대를 유도하려면 현 수준의 세율로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도 “세수에 큰 결손이 발생하지 않으면 최대한 배당을 많이 하는 게 목표”라고 언급해 조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전문가들은 세율 조정 시 예상되는 문제점을 동시에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율을 낮추면 기업에 대한 주주들의 배당 압력이 커지는 효과는 있다”면서도 “향후 비상장사까지 대상이 확대되면 기업이 상속세를 회피하는 통로로 악용될 수 있어 정책 설계와 적용 범위를 면밀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주주 기준 현행 유지…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손질 가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