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 제외한 모든 국가 해당
페루는 전직 대통령 4명 수감 중
만연한 부패·대통령 권력집중 때문
중남미 전직 대통령들이 부패, 권력 남용 등 혐의로 법적 문제에 잇따라 직면하고 있다.
최근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이 2022년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쿠데타를 모의했다는 혐의로 27년형을 선고받으면서 중남미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가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14일(현지시간) CNN은 “중남미에서 대통령이 임기를 마친 뒤 법적 문제에 휘말리는 것은 매우 일반적인 일이 됐다”며 “우루과이를 제외한 모든 중남미 국가에서 최소 1명 이상의 전직 대통령이 사법적 조사를 받은 바 있다”고 보도했다.
페루에서는 대통령을 역임한 인물 대부분이 부패 수사에 휘말려 2000년 이후 법정에 선 전직 대통령만 7명에 달한다.
이는 경찰 체포 직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알란 가르시아 전 대통령을 포함하지 않은 숫자이며 현재 바르바딜로 교도소에 전직 대통령 4명이 수감돼 있다.
에콰도르에선 1996년 이후 8명의 대통령이 법 집행기관의 조사를 받았다.
이 가운데 뇌물수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벨기에에 망명 중인 라파엘 코레아 전 대통령을 포함해 총 3명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엘살바도르와 멕시코, 과테말라, 아르헨티나에선 각각 5명의 대통령이 형사 조사를 받았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2명이 유죄판결을 받았는데, 그중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2022년 국고에서 10억 달러(1조3870억원)를 횡령한 혐의로 현재 가택연금 중이며 향후 선거 출마도 금지됐다.
코스타리카와 브라질, 파라과이, 볼리비아에선 각각 4명의 대통령이 사법 조사 대상이 됐다.
나머지 중남미 국가들도 숫자만 적을 뿐 사정은 비슷한데 유일한 예외가 우루과이다.
민주화 이후 우루과이에선 단 한 명의 대통령도 기소되거나 공개 수사를 받은 적이 없다.
앙헬 아렐라노 우루과이가톨릭대 정치학 교수는 “이는 공적 자원을 존중하는 정치문화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고위 공직자가 직접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모습이 흔할 정도로 정치문화가 검소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루과이는 영국 시사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2024년 민주주의지수에서도 세계 15위를 기록하며 중남미 국가 중 유일하게 ‘완전한 민주주의’로 분류됐다.
전문가들은 중남미 전직 대통령들이 잦은 법적 문제에 휘말리는 이유로 뇌물수수와 공금 횡령 등 공무원 사회에 만연한 부패, 제도에 대한 국민 불신, 대통령 중심제의 권력 집중을 꼽았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지난해 발표한 부패인식지수(CPI)에 따르면 중남미를 비롯한 아메리카 대륙의 평균 CPI는 100점 만점에 42점으로, 유럽연합(EU)보다 22점 낮고 중동·북아프리카보다 불과 3점 높았다.
다만 일부 학자는 부패 사건 증가가 실제 부패 확산을 뜻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 정치학자 카탈리나 스물로비츠는 “몇 년 전만 해도 부패가 공적 의제로 부각되지 않았다”며 “지금 사건이 많아진 것은 사회 인식 제고와 사법 대응 강화의 결과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치적 경쟁자들이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해 상대방을 침묵시키려는 ‘법률전(lawfare)’도 문제”라며 “이 과정에서 지도자들은 불리할 때마다 음모라고 반발하면서 제도 신뢰가 훼손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짚었다.
부패·권력남용으로 퇴임 후 위기 맞는 중남미 지도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