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당국이 일하고 있던 한국인들을 쇠사슬로 묶어 체포한 폭력적인 장면을 보면서 ‘친절한 미국인’이란 나의 오랜 신뢰가 크게 손상됐다.
25년 전 미국에 연수 갔을 때 경험한 그들의 일상화된 친절과 배려는 내게 문화충격이었다.
자동차 수리공 존 아저씨는 영어가 어눌한 이방인 학생들에게 천사로 불렸다.
가장 싸고 정직하게 낡은 중고차를 수리해 주었다.
골프장에서 만난 중년 백인은 숲에 들어간 내 공을 나보다 더 열심히 찾았다.
내가 들어올 때까지 건물 문을 붙잡고 기다려준 친절을 그때 처음 경험했다.
거리나 교실, 상점에서 만난 미국인들의 이웃 섬김은 자연스러웠다.
그들 덕분에 우리 가족은 편안하게 미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었다.
지금도 그들의 친절이 참 그립다.
많은 미국인은 여전히 친절하다.
하지만 나는 미국을 방문할 때마다 그들이 일상과 제도에서 친절함을 잃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세계의 돈과 권력이 그들에게 집중되면서 믿음의 조상들이 형성해 온 기독교 문화가 해체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번 사건이 일어난 조지아가 개신교 신앙인이 주류인 바이블 벨트 지역이라 특히 그렇다.
이효재 목사(일터신학연구소장)
[겨자씨] 친절했던 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