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형체조차 사라진 큰 교통사고로
현장서 맥박 멈춰 사망자 분류됐지만
응급실 도착, 다친 곳 없이 의식 찾아
그 후 마약으로부터 해방되는 기적도
2008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 노스포인트처치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뮤지션 지노박. 지노박 제공
그렇게 혼자 깊이 기도하는 시간을 계속해서 가지면서 그 안에서 평안의 기적이 찾아왔다.
다시금 몸과 마음이 어느 정도 회복됐고 다시 일을 찾기 시작했다.
하루는 ‘교회 피아노 연주자 모집’이라는 신문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가슴이 뛰어 오디션에 응해 합격 통보를 받았다.
급여도 괜찮았고 무엇보다 그리웠던 규칙적인 일상이 있었다.
예배가 끝나면 연세 지긋한 권사님들이 줄지어 내 손을 잡고 축복해 주셨다.
서서히 안정과 평범을 되찾아갔다.
그 교회엔 방송실과 전담 사역팀이 있어 모든 예배가 실시간 송출됐다.
어느 주일, 찬양팀 한 사람이 아파 급히 찬양을 부탁받았다.
머뭇거리다 무대에 섰는데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겼다.
예배 후 담임목사님이 “예배 전반을 이끌 음악 디렉터를 맡아 달라”고 권하셨다.
나는 과거를 숨기고 싶어 고사했다.
하지만 목사님은 “네가 찬양할 자격이 없다면 누가 자격이 있겠느냐. 나부터 먼저 목사직을 내려놔야겠다”라며 강권했다.
그런 목사님의 격려는 내게 강한 회복의 신호가 됐다.
결국 다시 사역자로 설 용기를 얻고 제안을 받아들였다.
목사님이 보여준 그리스도의 사랑이 나를 건져 올린 것이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좌회전 신호를 받아 2차선에서 회전하던 중 반대편에서 달려온 차량이 내 차를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순간 정신이 끊겼다.
그러나 곧이어 “He’s gone, He’s out(그는 죽었어)”하는 말소리와 경찰이 밖에서 전기톱으로 차 문을 자르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신기한 건 눈을 감고 있던 내게 그 모든 장면이 보였다는 것이다.
경찰이 내 목에 손을 대 맥박이 멈췄다고 확인하는 순간에도 그 모든 장면이 보이고 들렸다.
당시 나를 옮기는 구급차에선 사이렌조차 울리지 않았다.
이미 사망자로 분류된 것 같았다.
그런 내가 병원에 도착해서 의식을 되찾고 손을 들어 주머니에 신분증이 있다고 사람들에게 알렸다.
모두가 너무 놀랐다.
난 곧바로 응급실로 옮겨졌다.
검사 결과 피 한 방울 나지 않고 뼈도 부러지지 않았다.
의사는 하루 이틀 입원해 경과를 보자고 했지만 나는 그날 병원에서 두 발로 걸어 나왔다.
며칠 뒤 사고 난 차량을 확인하러 폐차장에 갔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했다.
차량 앞부분은 완전히 날아가고 앞바퀴는 사라졌으며 앞좌석은 형체도 없었다.
그 안에서 내가 살아 나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 순간 속으로 외쳤다.
‘기적이다.
하나님이 나를 살리셨다!’
물론 그날 이후 사고 후유증은 있었다.
길을 가다 한 번씩 방향 감각을 잃거나 생각한 말과 전혀 다른 말이 입에서 튀어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그 모든 불편함보다 충격적이고 놀라운 변화가 있었다.
다시는 마약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언제나 내 발목을 붙잡고 늘어지던 지독한 마약으로부터 해방된 것이다.
나는 이것을 분명히 ‘하나님의 기적’이라고 고백한다.
맨해튼 42번가에서 마약을 팔러 온 사람이 불쌍해 보여 처음으로 마약을 거절하고 오히려 돈을 건넸던 기적 같은 경험 이후 하나님께서 내 삶을 완전히 다시 붙드신 두 번째 기적이었다.
나는 비로소 “내 인생에 하나님이 개입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진짜로 인정하고 믿기 시작했다.
[역경의 열매] 지노박 (17) 두 번째 하나님의 기적… 큰 교통사고에도 멀쩡히 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