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거리에는
한 사람의 의인도 없었던 말인가
유다의 멸망 직전 보았던
북쪽에서 기울어진 끓는 가마의 환상
이방인과 고아와 과부를 압제하며
도둑과 간음과 살인을 일삼았던 거짓 사제들
바알을 섬기던 손과 발로 성전에 들어왔을 때
야훼의 눈과 귀는 닫혔고
거짓 예언자들의 달콤한 화술에 취해
예루살렘은 길을 잃고 비틀거리다 쓰러졌다
아, 예루살렘의 심판과 멸망을 예언했던
당신의 눈물과 수난의 서사
고문과 투옥으로 점철된 비애의 삶
사막을 걸으며 눈물로 길을 내고
밤하늘에 통곡의 기도로 별이 뜨게 하며
돌에 맞아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지던 순간까지
붉은 피를 쏟아 희망의 시를 쓴
불꽃의 시인이여.
소강석 시인, 새에덴교회 목사
망해가는 이스라엘의 역사 속에서도 이 선민(選民)을 끝내 버리지 않으신 하나님은 세 명의 선지자를 파수꾼이자 버팀목으로 세워 그 역사의 명맥을 이어가게 했다.
적국 그발강 포로수용소의 에스겔, 적국 왕궁의 다니엘, 그리고 식민지가 된 예루살렘의 예레미야다.
예레미야를 두고 '눈물의 선지자'라고 부른다.
그는 용감하고 끈기 있는 예언자로서 자신이 받은 소명에 충실하기 위해 심신의 고통과 갈등을 감내해야 했다.
시인은 예루살렘 거리에서 '한 사람의 의인'도 찾지 못하는 비극적 현실을 탄식하며 '눈물의 길'과 '통곡의 기도'를 예레미야에게 공여한다.
그러나 결국은 '붉은 피를 쏟아 희망의 시를 쓴 불꽃의 시인'으로 그를 정초(定礎)한다.
눈물과 통곡 속에서도 희망을 품고 있었던 그 불퇴전의 의지와 불후의 증거를 이 시가 발화한다.
-해설: 김종회 교수(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
[소강석 목사의 詩로 쓰는 성경 인물] 예레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