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뉴스, 저널리즘의 종말 ②] 가십이 된 피해자-원치 않은 피해사실 폭로…공방 내몰린 ‘쯔양’ 박정원씨에게 언론이란
▲2024년 11월 15일 '쯔양' 박정원씨가 자신에 대한 공갈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구제역'(이준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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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세로연구소 방송은 정말 갑작스럽게 접했다.
정확히는 그 방송이 시작하기 약 30분 전쯤에 올라온 예고 썸네일을 보고 처음 알게 됐다.
방송이 시작되기 전에 김세의 대표와 직접 통화를 하고 사실을 설명하고 싶어 다방면으로 노력했으나 결국 방송이 나갔고, 그 후로부터 논란의 중심이 되어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됐다.
"
2024년 7월10일은 인기 먹방 크리에이터 '쯔양' 박정원씨(28세)에게 지울 수 없는 날이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가 본인의 동의 없이 자신에 대한 협박을 모의한 이들의 녹취를 공개하면서, 박씨의 성폭력 피해를 비롯한 과거사가 하루 아침에 확산했다.
곧이어 연예 매체는 물론 누구나 이름을 알 만한 신문·방송사까지 그의 이름 옆에 '업소' '몰카' 등 표현을 붙인 제목의 기사들을 쏟아냈다.
언론이 흔히 얘기하는 '범죄 보도 가이드라인'이나 '2차 피해 방지 원칙' 등은 적용되지 않았다.
'쯔양 협박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유명인 사생활을 자극적으로 소비하는 사이버렉카 콘텐츠를 언론이 재생산하고 확산시키는 패턴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미디어오늘은 박씨가 처음 사건을 인지한 뒤 겪은 일들과, 이 사안을 둘러싼 보도의 흐름을 다시 되짚어봤다.
박씨 측 입장은 지난달 29일 서면 인터뷰로 진행한 당사자와 소속사 설명에 기반해 정리했다.
▲왼쪽부터 2024년 7월 10일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영상 썸네일과, 영상 속 김세의 대표의 설명 장면 갈무리
시작은 지난해 7월10일 가세연의 <[충격단독] 쯔양 과거 폭로 협박 뒷돈 (feat. 렉카연합)> 제목의 영상이었다.
이른바 '렉카연합' 유튜버들이 박씨에게 과거사를 들어 협박해 수천만 원의 금전적 이득을 취했다는 주장이 관련 녹취와 함께 공개됐다.
MBC 기자 출신으로 가세연 대표이자 해당 방송을 진행한 김세의씨는 "쯔양의 과거에 대해서는 제가 이 자리에서 절대 밝히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영상 속 녹취에는 박씨의 "출신"을 부정적으로 언급하는 발언, 그가 과거 연인으로부터 당한 피해를 추론할 만한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이후 박씨는 본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과거 교제한 전 소속사 대표 A에게 이별을 통보했다가 자신도 모르게 찍힌 불법촬영 영상으로 협박과 폭행을 당했고, A의 강요로 유흥업소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후 자신의 개인사를 알게 된 유튜버들로부터 협박 당해 2억여 원을 갈취 당했고, 이들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서게 됐다는 이야기였다.
가세연 영상이 공개된 지 7시간 만의 대응이었다.
당시 라이브 방송을 하게 된 이유를 박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2024년 7월 11일 쯔양의 유튜브 방송 갈무리
"저에 대한 허위 사실과 내밀한 사생활이 대중들에게 공개된 상황에서, 무분별한 추측성 보도나 자극적인 기사로 사건의 본질이 흐려지고 가십거리처럼 소비되는 걸 막고 싶었다.
언론 매체 인터뷰나 기자회견은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었고, 진실 규명보다는 흥미 위주로 흘러갈 수 있는 상황을 우려해, 당시로서는 가장 신속하게 대중에게 직접 사실을 설명하고 오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라이브 방송이라고 판단했다.
제가 스스로 해명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 논리적이고 근거를 갖춰 설명하기 위해 변호사님께서 함께 설명해주셨다.
하지만 라이브 방송 이후에도 새로운 의혹 제기와 추가 해명 요구가 끊이지 않았고, 허위 사실이나 루머들이 사실처럼 확산되는 등 저와 주변 사람들이 계속해서 고통 받는 상황이 이어졌다.
개인적인 차원의 해명만으로는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고, 객관적인 법률적 판단에 따라 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소모적인 논쟁을 종식시키고 정확한 사실 관계를 명확히 밝히는 가장 확실하고 최선의 방법이라고 결정해 형사 고소도 진행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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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 받은 성범죄 피해와 사생활 고백…가십·공방 보도 양산
일련의 과정은 시시각각 기사로도 중계됐다.
가세연 영상이 공개되고 박씨가 입장을 밝히기까지 단 이틀, '쯔양' '가로세로연구소'가 언급된 기사는 포털 네이버 기준 380여 건에 달했다.
제목에 그의 이름과 '업소' '술집' 등을 이어붙인 기사는 주류 언론에서도 나왔다.
제기된 의혹에 박씨가 해명하면 추가 영상이 나오고, 박씨는 거짓말쟁이가 되어 링 위에 올려졌다.
그해 7월15일 박씨 법률대리인은 "특정 자극적인 단어만을 앞세워서 사건의 본질을 과장하거나 왜곡하는 내용의 기사, 게시물 등이 양산되고 있다"며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청했다.
그리고 7월26일, 스포츠경향이 가세연으로부터 입수한 녹취에 기반해 박씨가 불법 대리 수술을 했다는 A씨 가족(누나) 주장을 보도했다.
"쯔양 룸살롱서 무슨 일 했나" "과거 유흥주점서 무슨 일 했나" "핵심은 거짓말" 등 박씨를 겨냥한 주장이 기사 제목에 실려 퍼져나갔다.
결국 박씨는 8월1일 직접 방송을 통해 과거 A씨의 성폭행에 따른 임신중절 수술을 했다고 밝혔다.
▲2024년 8월 쯔양 관련 보도 및 이에 대한 가로세로연구소 반응을 다룬 기사 제목들
▲2024년 8월2일 채널A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쯔양 관련 자막 뉴스 영상. 영상 제목 및 썸네일 자막으로 '가세연, "쯔양 '감성 호소' 여론 선동 잘 봤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이날부터 이틀간 110여 건의 기사가 나왔다.
제목에 박씨 입장 중에서도 "성노예" 등 자극적 표현을 부각하거나, 그의 주장이 "감성 호소"라는 가세연 반박을 앞세운 기사들이 양산됐다.
'2차 피해(가해)'가 언급된 기사는 단 4건. 제목이 선정적이지 않고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공개 고백해야 하는 상황을 지적한 기사는 노컷뉴스 <피해자가 녹취 공개…쯔양 성폭행 해명의 '아이러니'>, 세계일보 정도에 그쳤다.
이후로는 박씨가 자신을 협박한 유튜버들, 가세연 등을 고소한 사건 수사를 중심으로 보도의 초점이 옮겨갔다.
검찰은 지난해 8월 박씨 협박 사건 피고인들을 재판에 넘겼다.
법원은 올해 2월 1심에서 유튜버 구제역(이준희) 징역 3년, 주작감별사(전국진)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과 사회봉사 160시간, 카라큘라(이세욱)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과 사회봉사 240시간, 크로커다일(최일환)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A씨 법률대리인 출신으로 박씨 정보를 유튜버들에게 넘기고 박씨를 협박한 최우석 변호사(전 파이낸셜뉴스 기자)는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박씨가 가세연 김세의 대표를 협박·강요,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및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한 사건은 올해 2월 경찰이 각하 및 불송치했으나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해 재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엔 법원이 박씨가 가세연 상대로 사생활 관련 영상을 삭제하라며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다만 영상을 삭제하지 않으면 1건당 1일 1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신청이 기각돼, 박씨 측은 이를 다시 구하는 취지의 항고를 한 상태이다.
가세연 채널엔 여전히 박씨 관련 영상들이 남아 있다.
▲2024년 7월 15일 검찰이 유튜버 쯔양의 과거 이력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를 받은 유튜버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당사자 중 하나인 유튜버 구제역(이준희)이 서울시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자진 출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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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서 문제가 된 영상을 삭제하라고 명령한 것은 일단 잘못된 정보와 악의적인 콘텐츠가 추가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늦었지만 이러한 결정이 나온 것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다만 영상을 삭제하지 않을 경우 매일 일정 금액을 지급하도록 신청한 부분이 기각되었다는 점은 개인적으로 많이 아쉽다.
법원의 삭제 명령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불이행했을 때 즉각적이고 실효적인 제재 수단이 부족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가 된 콘텐츠가 여전히 온라인상에 남아있어 계속해서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이로 인해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2차 피해를 입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사 및 법적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과 2차 피해에 시달리게 되는데, 개인적인 해명만으로는 역부족일 때가 많다.
따라서 단순히 문제가 된 영상물을 삭제하라는 명령을 넘어, 이 부분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별도의 법적 처벌이나 강력한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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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사안, 언론의 정확한 전달 효과적…객관 보도, 용기 줘"
가세연의 첫 영상 공개로부터 10개월 여가 지난 지금, '공방 중계'는 다소 잦아들었다.
유튜브가 협박 사건 관련 채널 수익창출을 중단한 뒤에는 이세욱·전국진 등이 박씨에게 사과를 하기도 했다.
동시에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구속된 구제역 이준희의 '옥중 인터뷰'나, 그의 법률대리인이 박씨 사생활을 문제 삼는 주장이 '전문' 그대로 보도된 기사들이 이어졌다.
박씨는 "가해자 측 입장이 사실인 것처럼 여과 없이 보도되고, 심지어 옥중 인터뷰까지 나오는 상황을 보면서 정말 깊은 우려가 들었다"고 전했다.
다만 박씨 측은 라이브 방송에서의 변호사 설명 등 법적 사안은 "언론을 통해 정확하게 전달될 때 더욱 효과적"이었다고 돌아보기도 했다.
"악의적인 허위 사실이나 비방에 대해서도 일부 언론에서 정확한 사실을 바탕으로 반박 보도를 해주셔서, 허위 사실이나 루머 확산으로 인한 추가적인 피해 확산을 막는 데 도움이 되었다"며 "객관적이고 책임감 있는 보도는 큰 힘이 되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줬다"고 밝히기도 했다.
▲2025년 4월 16일 가로세로연구소 대표 김세의씨를 협박 등의 혐의로 고소한 '1000만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씨가 조사를 위해 서울 강남구 강남경찰서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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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그는 언론을 향해 "이번 사건을 통해 저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시고 보도해주신 언론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한 뒤 몇 가지 부탁을 전했다.
"'사이버 렉카'와 같은 악의적 유포 행위의 심각성 및 규제 사각지대 활동 실태를 파헤쳐 주시고, 허위 사실 유포나 악의적 비방 콘텐츠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하며 실질적 제재를 거의 하지 않는 온라인 플랫폼들의 책임 강화 필요성을 비판적으로 조명해주시면 좋겠다.
법원의 영상 삭제 명령 등에도 실효적 제재 수단이 부족하고, 수사 및 법적 절차 진행 중 피해자가 겪는 극심한 고통과 2차 피해를 최소화할 피해자 보호 시스템 강화와 현행 법제도의 한계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보도해주셨으면 한다.
무책임한 추측이나 폭로로 피해자를 양산하는 콘텐츠 제작자의 윤리 및 언론에 준하는 검증 의무 부재를 지적하고, 법적 해결 후에도 쉽게 치유되지 않는 피해자의 상처와 재발 방지를 위한 사회 전반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온라인 공간이 더 안전해질 수 있도록 언론의 역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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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양 "온라인 공간 안전해질 수 있도록 언론 역할 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