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회 “5·18 아픈 역사 되풀이하지 않고 계엄군의 방해와 위협에도 상세한 기록 남겨”
우원식 국회의장 “총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현장 전한 분들의 용기와 연대에 깊은 경의”
▲12·3 불법 비상계엄 당시 국회 현장. ⓒ연합뉴스
12·3 불법 비상계엄 당시 긴박했던 국회 현장을 카메라에 담은 국회 출입 영상기자들이 2025년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뉴스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공동 주최자인 5·18기념재단과 한국영상기자협회는 5일 뉴스상 부문에 '한밤의 계엄령-2시간 38분의 기록'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수상자인 국회출입 영상기자 48인은 KBS·MBC·SBS·YTN·MBN·OBS·JTBC·연합뉴스TV·KBC·G1·아리랑TV 등 국내 방송사와 일본 방송사인 NHK·TV아사히·후지TV 소속이다.
힌츠페터 국제보도상은 민주주의·인권·평화 발전을 위해 싸우는 현장에서 역사를 기록하는 영상기자를 발굴하는 국제보도상으로, 1980년 5월 계엄군의 시민 학살 참상을 영상으로 기록해 세계에 알린 위르겐 힌츠페터 영상기자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만들었다.
심사위원회(위원장 마리오 슈미트)는 뉴스 부문 심사평에서 "'계엄'을 내세운 쿠데타 상황에서 용기를 내어, 민주주의의 위기를 현장에서 기록하고, 세상에 알린 한국영상기자들의 기자정신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사회가 직면한 민주주의의 위기, 자유사회의 붕괴 위기를 현장에서 신속하게 취재 보도해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 알림으로써 시민과 정치인, 쿠데타에 동원된 군인들에게 급박한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을 올바로 인식하고 판단해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심사위는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한국의 영상기자와 언론인들이 제대로 취재 보도하지 않은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고, 진실의 전달자, 역사의 기록자로서 자기 사명을 다한 점 등을 들어 뉴스상의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심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일 밤 10시23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국회 출입 영상기자들은 즉시 국회로 향했다.
경찰 봉쇄를 피해 국회 담을 넘고, 동료가 붙잡히는 상황도 겪었다.
이들은 국회 내에 도착한 후 영상기자실 열쇠를 찾아 카메라와 장비를 챙겼고, 단체 채팅방을 통해 상황과 진입 경로를 공유했다.
국회영상기자단은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초유의 상황에 공동 취재를 결정했다.
취재 영상은 모든 풀단의 송출망을 개방해 동시에 송출했고, 기자들은 본관 안팎으로 흩어졌다.
밤 11시, 계엄사령부가 포고령을 통해 강압적 언론 통제를 예고했다.
국회 취재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고, 영상기자들은 계엄군을 막아선 시민과 보좌진, 동료들과 현장을 지켰다.
12월4일 자정을 넘어 계엄군의 본관 진입 시도가 본격화되자, 기자들은 현장을 놓치지 않았다.
국회방송 중계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본회의장에는 단 한 명의 영상기자가 남아 긴박한 상황을 전 세계에 생중계했다.
새벽 1시3분, 참석 의원 전원 찬성으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었고 이 소식은 실시간으로 세상에 전해졌으며 계엄군은 철수했다.
심사위원회는 "기자들은 군 헬리콥터와 무장한 계엄군을 마주하며 극도의 공포를 느꼈지만, 사명감으로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계엄군의 방해와 위협에도 불구하고 상세한 기록을 남겼으며, 이는 추후 계엄 사태를 분석하는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는 5일 2025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시상식 축사에서 "수많은 힌츠페터 키즈들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산증인이 되어서 12·3 비상계엄을 막아냈다"며 "만약에 12·3 비상계엄이 성공했더라면 이재명 대통령도 저도 그리고 여기 와 있는 국회의원들도 그리고 많은 기자님들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수상자들을 향해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도 국민의 알 권리를 지키기 위해 헬기와 탱크, 총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현장을 전한 분들의 용기와 연대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보도 현장에 선 카메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민주주의의 마지막 방어선"이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언론의 자유가 위협받고, 많은 언론인이 목숨을 잃고 있다.
그들의 희생을 잊지 않고 뜻을 이어가는 길은, 우리가 언론의 자유를 지키고 민주주의·인권·평화를 더 넓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12·3 계엄의 밤 국회 지켰던 영상기자들,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영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