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밖 인터뷰① 「‘정상 가족’ 밖 퀴어 여성의 관계성과 돌봄」 연구자 김미경
김미경은 석사학위논문으로 「‘정상 가족’ 밖 퀴어 여성의 관계성과 돌봄」을 연구했다.
책 읽는 미경과 그 곁에서 함께하는 루나. (미경 제공)
대안학교 교사로서 산촌에 있는 한 마을 공동체에서 20대를 보냈다.
청년-퀴어-여성으로 이 공동체에서 평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이 이어지던 30대 중반, 마을을 떠나 도시로 왔다.
좋든 싫든 공동체 안에서 관계를 맺은 지도 10년, 낯선 도시로 오며 퀴어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갔지만 새로운 고립감이 찾아왔다.
아프거나 사고로 인해 홀로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문득 문득 떠올랐다.
그러던 중, 한 강의에서 ‘돌봄’에 대한 담론을 마주했다.
유아동과 노인, 환자를 돌보거나 간병하는 것을 넘어, 우리의 삶 속에서 서로 어떻게 돌보는 관계를 만들어가야 좋을지 질문을 던졌다.
퀴어 청년인 나에게 돌봄이라는 단어는 먼 것처럼 느껴졌지만, 도시에서 느끼는 고립감은 돌봄을 나누는 관계가 가까이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차차 알게 되었다.
페미니즘, 돌봄, 퀴어, 장애, 취약성 등의 담론이 오가는 강의실에서 미경을 처음 만났다.
실천여성학 강의였지만, 그는 교육대학원생이었다.
다음 학기에도 여성학 강의에서 미경을 만날 수 있었다.
미경은 ‘퀴어 여성의 돌봄’에 대한 논문을 쓰겠다고 했다.
우리 두 사람 모두 논문을 무사히 마치고 졸업한 지 2개월이 지난 4월, 미경의 집에 찾아갔다.
논문 세미나를 하기 위해 영상 통화를 하다 보면 슥- 나타나던 고양이 루나와 봄봄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달려갔다.
낯선 존재의 등장에 루나와 봄봄이 숨었지만, 나타나길 기다리며 미경과 대화를 나눴다.
[연구 소개] 김미경은 석사학위논문으로 「‘정상 가족’ 밖 퀴어 여성의 관계성과 돌봄」을 연구했다.
그의 연구는 18명의 퀴어 여성이 구성하고 있는 관계성과 다양한 방식의 돌봄 실천을 전한다.
본 연구가 드러낸 퀴어 여성의 돌봄 실천을 통해 돌봄의 사회적 인식을 깨트리고, 다양한 돌봄 실천을 상상해보는 시간이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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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경은 어쩌다가 대학원에 오게 되었어요?
“청소년과 함께하는 일을 오래 하면서 청소년들이 하는 작업을 많이 봤어요. 그걸 보면서 내 작업을 하고 싶은 열망과, ‘내 작업은 뭘까?’ 하는 고민이 되게 컸어요. 나는 공부라는 걸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인류학이라든지, 사회학이라든지. 여성학에도 정말 관심이 많았거든요. 근데 너무 자신이 없는 거예요. (대학원을) 졸업하면 여성단체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도 있었고… 그때는 앞으로도 청소년과 함께하는 일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교육대학원에 지원했어요. 그러다가 입학하고 나서 실천여성학 전공수업인 〈여성학개론(가족)〉을 우연히 듣게 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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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강의는 ‘제도권 밖의 가족 구성’이나 커뮤니티에 대한 상상, 돌봄, 관계성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루는데, 이러한 주제들에 관심이 있었나요?
“내가 사는 지역에 인문학 공동체가 있어요. 대학원 입학하기 직전에 그 공동체에서 책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읽는 수업이 열렸는데, 동거인이 그걸 듣게 되었고, 마침 저자인 김순남 교수가 우리 학교에서 강의한다는 걸 알게되었어요. 처음에는 강의 커리큘럼을 보고 ‘오 좋다!’ 이러진 않았어요. ‘돌봄’이라는 말이 사회복지를 전공한 나한테는 그냥 케어(care)였거든요. 시혜적인 것,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주는 것. 그렇게 이해하고 있어서 돌봄에 대해 다룬다고 했을 때 별로 듣고 싶지 않았어요. 오히려 ‘요즘 왜 다 돌봄 얘기만 하지?’ 이런 생각이 컸죠.
미경이 준비해 준 과일과 커피, 그리고 내가 준비한 작은 케이크. 과일과 커피를 내주며 전해준 미경의 마음 덕에 따뜻함을 느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유랑 촬영)
그런데 강의를 들으면서 알게 된 거죠. 여성학에서 다루는 돌봄은 시혜적인 돌봄이 아닌, 우리가 일상에서 나눴던 순간들을 학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거라는 걸요. 삶을 언어화한다는 게 좋았어요. 내가 알고 있었던 돌봄이라는 개념에 대해 성찰해보는 시간이었고, 다양한 돌봄의 방식이나 관계가 이루어지는 삶이 언어화되고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미경의 논문은 양육·부양·간병·간호로 국한되어 있던 돌봄 개념을 퀴어 여성의 일상생활 속 돌봄 실천을 통해 확장했다.
그가 연구 참여자들을 모집하여 ‘돌봄’에 대한 설명을 했을 때, 돌봄에 대한 인식이 협소하거나 거의 없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성애 규범과 ‘정상 가족’ 내에서만 이루어진다고 생각한 돌봄은 이미 퀴어 여성이 맺고 있는 관계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의 연구는 퀴어 여성의 일상 경험을 돌봄과 연결했다.
미경의 논문은 퀴어 커플이 법적·제도적 장벽을 초월하여 돌봄을 통해 관계를 유지하고 강화하며, 서로를 보호자이자 지지자로 인식하며 관계를 공고히 하는 시도를 보여줬다.
미경은 퀴어 여성의 돌봄 실천을 ‘인정으로서의 돌봄’, ‘선언적 돌봄’, ‘연대로서의 돌봄’으로 분석하였다.
퀴어 여성들이 비규범적인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커밍아웃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관계성과 돌봄의 변화를 드러내며, 돌봄을 통한 관계 맺기는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지지하는 ‘상호 돌봄’의 형태임을 밝혔다.
한편 퀴어 여성들에게 있어서 결혼은 사회적·제도적 인정을 넘어 두 사람 간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위한 약속으로, 공동체로서의 연대와 지지를 나타내며, 커뮤니티에서 그 관계를 공식화하려는 ‘선언적 돌봄’ 실천으로 나타났다.
미경의 논문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비인간동물인 반려동물과 연대하며 만들어가는 상호 돌봄이었다.
퀴어 여성과 반려동물은 감정적·신체적·일상적 차원에서 깊이 엮여있는 관계로, 이러한 돌봄은 서로의 취약함과 요구를 공감하며 형성된다고 한다.
퀴어 여성이 반려동물과의 상호 돌봄을 통해 커플의 미래를 계획하고, 새로운 형태의 관계 맺기를 만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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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경의 논문은 다양한 돌봄의 관계성과 형태를 드러냈어요. 미경이 돌봄에 대한 인식이 깨지고 확장되었던 것처럼, 논문에 등장하는 인터뷰이들에게도 본인의 삶과 관계를 돌봄의 관점에서 다시 살펴보고 언어화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을 것 같아요. 나는 특히 반려동물과의 관계성과 돌봄에 대해 다룬 부분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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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에 대해 생각하게 되면서 루나를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올랐어요. 왜 다들 예뻐하는지도 모르겠고, 옆에 잘 오지도 않고. 그런 게 짜증도 나고 그랬어요. 1년 뒤에 5~6월이었나. 혼자 소파에서 낮잠을 자는데 배가 너무 뜨끈뜨끈한 거예요. 봤더니 루나랑 봄봄이 옆에서 같이 자고 있었어요. 처음에는 ‘아이 더워~’하면서 막 이렇게 밀어냈어요. ‘나와~’ 이러면서. 근데 얘들이 저한테 매달리는 거예요. 그 순간 엄청 울었어요. 펑펑 울었어요. 누군가한테 이런 돌봄을 받는다는 걸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 너무 고마운 거예요. 얘들이 지금 나 힘들다고 이렇게 옆에 머물러 주는데, 이게 일상 아닐까. 이렇게 고양이들과 그냥 머무는 쉼도 일상일 수 있겠다.
이게 돌봄이라는 걸 생각하게 되면서, 이 이야기를 써봐야겠다 생각했어요. 여전히 루나가 나한테는 되게 큰 존재예요. 저를 버티게 해주는 어떤 느낌이 있어요.”
〈○○에게 고양이는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는 중요한 존재일 뿐 아니라 일상적 돌봄과 감정적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의 삶을 지탱하는 파트너 역할을 한다.
이는 반려동물이 ○○에게 심리적 안정과 위안을 주며, 외로움을 채워주는 존재로 역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이러한 관계에서 반려동물은 돌봄의 수동적인 수혜자가 아니라, 정서적 지지와 상호 의존성을 통해 ○○의 삶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능동적인 돌봄 제공자이다.
〉 -김미경, 「‘정상 가족’ 밖 퀴어 여성의 관계성과 돌봄」, 2025; 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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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여성의 다양한 위치성이나 정체성을 드러낸 점도 좋았어요. 원가족 내에서 비혼 여성으로만 인식되면서 ‘딸’의 위치에서 강요되는 돌봄 노동에 대한 이야기나, 트랜스젠더 여성과 장애인, 이주민, 지역 사회 등 다양한 위치에서 퀴어 여성이 겪는 배제와 고민이 담겨있어 나에게도 여러 질문을 던지더라고요.
삼색이 냥이 루나와 치즈 냥이 봄봄 (미경 제공)
“나도 비혼 여성이다 보니 결혼한 남동생 앞에 있으면 한없이 작아지고, 누나인데 미성숙한 느낌을 받거든요. 가족들과 대화하다 보면 ‘결혼을 안 해본 네가, 아이도 안 낳아본 네가 뭘 알겠니’ 같은 뉘앙스들이 있어요. 가족들을 보면 완고한 이성애 중심에 있어요. 사실 인터뷰이들의 서사나 맥락이 더 많은데, 돌봄이나 관계성에 집중해서 쓰다 보니 담지 못한 것도 많아요. 각각의 이야기들을 잘 분석해서 이 논문이 독자들에게 ‘정상 가족’ 밖 퀴어 여성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도구가 되어야 하는데, 그럴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퀴어 여성도) 각 정체성의 위치나 상황에 따라 취약성이 다를 수 있잖아요. 내가 시스젠더(출생 시 지정된 성과 스스로 정체화한 성별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이다 보니까, 트랜스젠더의 삶을 편향되게 읽고 있는 건 아닐까? 질문하며 시스젠더의 권력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내가 이들의 이야기를 쓰는 게 맞을까?’ 이런 고민과 검열을 계속했던 것 같아요. 인터뷰이 18명 중 트랜스젠더가 2명이잖아요. 이 2명의 이야기가 논문에서 소외되지 않았으면 좋겠는 거예요. 논문을 본 한 교수님이 그런 면에서 연구자가 노력한 게 보인다고, 분석을 잘했고 못했고를 떠나 자꾸 건드리고 드러내려고 하는 것이 느껴진다고 해서, 다행이라 생각했어요.
한편으로 내 문제와도 와닿았던 것은, 내 몸에 대해서 엄청 부정적이거든요. 아버지와 어머니는 ‘여자는 이래야 돼!’라는 게 강한 사람이라, 어릴 때부터 세뇌를 당했나 봐요. 이런 것들이 강한 억압이었고, 그게 싫으면서도 스스로에게 강하게 내재되어 있었던 거예요. 그런 여성성을 너무 강렬하게 원하면서도 ‘그러면 안 돼!’ 같은 마음들이 오갔어요. 그런 내 마음과 트랜스젠더가 가지고 있는 ‘여성성’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내가 가지고 있는 여성성과 트랜스젠더 여성이 가지고 있는 여성성은 어떻게 다를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 조금 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트랜스젠더 여성이 원가족으로부터 여성으로 인정받는다면, 딸의 위치를 획득하게 되고 그에 따라 딸로서 기대되는 돌봄의 책임과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일까? (...)
△△은 법적 남성으로 자라면서도 가족 내에서 ‘딸’로서의 돌봄 역할을 요구받았으며, 이는 그녀가 트랜스젠더 여성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반면 □□은 여성으로서 인정받기를 원하지만, 가족 내에서 ‘딸’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기대에 혼란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트랜스젠더 여성이 원가족 내에서 젠더화된 역할을 수용하거나 저항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재구성하는 중요한 경험이 된다.
(...)
돌봄의 영역에서 퀴어링(queering; 섹스-젠더-섹슈얼리티에 대한 고정화된 이분법적인 관점을 비판하고 해체하여 유연한 사고방식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은, 돌봄이 고착화된 성별 역할이 아닌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유동적인 관계를 통하여 서로 의존하고 보완하는, 평등하게 실천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가족 내에서 시스젠더 여성 또는 트랜스젠더 여성이 ‘딸’로서 돌봄을 수행하도록 강요받는 대신, 자신의 정체성을 존중받으며 돌봄의 역할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한 것이다.
〉 (김미경, 2025:50-5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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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경은 연구를 통해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세대의 ‘정상 가족’ 밖에 있는 퀴어 여성들이 어떤 관계를 맺으며 돌봄을 하는지 다뤘잖아요. 각 세대마다 삶에 맞닿아있는 돌봄의 지점이나 관계성이 다르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같은 퀴어 여성이지만 ‘다른 세대는 이렇게 살고 있네.’하고, 서로의 삶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여러 커플이 나오잖아요. 그 분들이 이 논문을 보고 서로의 삶이 비교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알게 되면서 살 수 있는 힘이 되는 것 같다고, 서로가 삶의 동력이 되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20-30대는 40-50대를 보면서 ‘아, 다들 어떻게 25년을 같이 살아요!’ 이러면서도 ‘우리도 저렇게 살 수 있겠네.’하는 게 힘이 되는 거예요. 지금 2,3년간의 동거나 연애가 이런 미래가 될 수 있겠구나 꿈꾸게 하고, 또 50대 언니들은 지금 20,30대가 지혜롭게 산다고 얘기해요. 서로의 삶에서 그런 점들을 봐주는구나. 각 세대나 시스젠더와 트랜스젠더가 서로 몰랐던 삶의 부분들, 그런 것들을 알게 되고 서로를 이해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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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을 쭉 보니 참 많은 책과 자료를 읽었더라고요. 미경의 논문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 소개해줄 수 있을까요?
미경이 연구를 하면서 읽었던 책들. 돌봄, 트러블, 비폭력, 죽음, 비혼, 시설화, 저항 등의 키워드들이 적혀있다.
(미경 제공)
“일단 가족구성권연구소 공동대표이기도 한 김순남 교수가 쓴 『가족을 구성할 권리』가 지침이 됐어요. 세대에 대한 이야기는 이소진 연구자의 『증발하고 싶은 여자들』을 읽으며 많이 도움이 됐고요. 젠더에 관해서는 정말 논문을 열심히 찾아봤고, 다양한 위치와 관점에서 트랜스젠더에 대한 인식을 읽어보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그리고, 퀴어라는 범위가 스펙트럼도 넓고 복잡하잖아요. 전혜은 교수의 『퀴어 이론 산책하기』를 읽고 또 읽어내며 내가 이해하고 있는 생각들을 들여다봤어요. 돌봄에 관해서는 아이리스 매리언 영의 자료를 많이 봤어요. 그중에서도 『차이의 정치와 정의』 책이 좋더라고요. 울림이 많이 되고 도움이 된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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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경이 연구를 하면서 생각하고 고민했던 내용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요. 논문이 마무리된 지금, 미경에게 남아있는 질문과 고민이 있나요?
“앞으로 트랜스젠더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고 싶어요. 인터뷰이 18명 중에 트랜스젠더 여성이 2명밖에 없었고, 결론과 제언도 시스젠더 중심이었어요. 앞으로 연구를 더 하게 되면 트랜스젠더 여성 인터뷰이를 더 찾아서 함께하고 싶어요. 시스젠더와 트랜스젠더의 여성성에 대해서 더 다뤄보고 싶고, 그래서 트랜스젠더 남성보다 트랜스젠더 여성에 더 관심이 많아요.
어떤 면에서는 나의 혐오적인 부분도 알게 됐어요. 또, 이론과 현실의 괴리를 마주하면서 ‘학문과 현실, 그리고 퀴어-여성-운동을 어떻게 내 삶에서 일치시키며 살 수 있을까’, ‘박사 과정을 한다고 했을 때, 난 전혀 운동성도 없는 것 같고. 그냥 개인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것뿐 아닌가’ 이런 것들이 정리가 안 됐고, 나의 모순적인 면을 마주하며 부끄러웠어요. 근데, 솔직하게 이런 얘기를 해야될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처음 이야기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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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어려운 문제죠. 그것이 계속 공부하고 연구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마지막으로 인터뷰이들의 언어 중에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면 무엇인지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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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라는 말. 퀴어는 파트너와 함께 살게 돼도 원가족한테 축하받을 일 없고, 친구들한테도 같이 산다고 축하받게 되는 일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퀴어라고 축하받았으면 좋겠다, ‘정상 가족’ 밖에 있는 퀴어라고, 퀴어 여성이라고 축하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헤테로 사람들은 인생에서 축하받을 일이 되게 많거든요. 결혼하면 결혼했다, 축하해줘. 임신하면 임신했다, 축하해줘. 출산하면 출산했다, 축하해줘. 자녀들 결혼하면 결혼했다, 축하해줘. 이렇게 되게 많은데, 퀴어들은 이런 이슈가, 즐거울 이슈가 별로 없는 거예요.〉 -김미경, 2025: 76p
“‘정상 가족 밖에 있기 때문에 외로울 거고, 퀴어이기 때문에 우울할 거고.’ 그런 프레임이나 편견에 있지 말고, 제도권 안에 있지 않으니까 어쩌면 더 축하받았으면 좋겠어요.”
[필자 소개] 유랑(유아름)
. 대안학교 교사로 살다 학교를 떠나 성공회대 시민평화대학원 실천여성학전공에서 공부했다.
책 『별별 교사들』(2023)에 퀴어 교사로 함께 했고, 석사학위논문 ⌜퀴어 청소년의 역동 : 대안학교에서 경험한 억압과 당사자 실천」을 썼다.
QTQ(성소수자교사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
퀴어 여성들은 어떤 관계를 맺고, 서로 돌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