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동기] 비정규직 교사로 일하며 쓰는 교육 노동기
학생이 그려준 내 얼굴. 나는 6년차 중등학교 기간제 교사이다.
[필자 제공]
나는 6년차 중등학교 기간제 교사이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2개월씩 짧게 근무했지만, 최근에는 1년 이상씩 근무하다가 이번에는 상반기를 쉬게 되었다.
근무환경이 녹록지 않지만, 아이들의 성장과정에 곁에서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큰 기쁨이다.
때로는 이전에 가르쳤던 아이들에게서 연락이 오기도 한다.
아이들 인생에서 길어봐야 1년(더 길 수도 있으나)을 함께한 나한테 잘 살고 있다고, 잘 지내냐고 연락이 오면 그렇게 몽글몽글할 수가 없다.
정규 교사와 함께 동일한 업무하는 기간제 교사, 전국 8만명
기간제 교사는 말 그대로, 주로 병가나 육아휴직 등의 사유로 정규 교사가 근무를 할 수 없는 기간 동안 계약을 통해 근무한다.
업무는 정규 교사와 동일하다.
다만, 정규 교사라고 해서 기피 업무를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2월에 계약을 하는 경우에는 해당 학교에서 정규 교사들이 기피한 자리가 남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기피 업무를 맡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에 따르면, 2024년 8월 전국 기간제 교사 3천여 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8.6%가 기피 업무를 맡았으며, 55.5%가 과중 업무를 맡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반 이상이 업무분장 희망서를 제출한 적이 없는 걸로 나타났다.
이런 현실을 감내하고도, 내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은 현장에서 교육을 실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선생님으로서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었다.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교육이 아니라 앉아서 공부만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 괴리감으로 고민하다가, 교육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을 만나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 거라는 결론을 짓고, 그렇게 교직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나를 좋아해주니까 내가 잘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젊은 선생님이라 학생들과 세대 차이가 적어서 맛볼 수 있었던, 잠깐의 인기였다.
그걸 깨닫고 나니 교사로서의 역량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나 내가 처음 일을 시작했던 2017년만 해도, 교사 연수는 정규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분위기였다.
용기를 내어 기간제 교사도 연수를 신청할 수 있는지 교육청에 문의하였다.
교육청에서 확인 후, 가능하다는 연락을 주어서 교육청 연수를 부지런히 신청했다.
이어서 전국국어교사모임에 가입했다.
같이 잘 배우고, 좋아하는 것을 잘 나누고 싶어서 연수를 다니다 보니, 청소년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특징 때문인지 교육 면에서는 이미 천상계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선생님들도 끊임없이 공부를 한다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서로의 수업 내용을 아낌없이 나누어주는 것을 보면서, 이와 같은 공동체를 교육 현장에서도, 나의 삶에서도 지향하게 되었다.
부당한 계약기간, 기피 업무나 과중 업무 떠밀리는 현실
교육 현장에서 기간제 교사의 업무는 정규 교사와 다를 바 없다.
문제는 기피 업무나 과중 업무를 맡게 되더라도, 주변에 도움을 청할 수 없는 상황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기간제 교사 특성상, 불안정한 고용 상황 때문에 부당한 상황이라도 참을 수 밖에 없는 경우들이 생긴다.
일례로 내가 처음 기간제 교사로 일한 기간은 3월 2일부터 4월 28일까지였다.
내가 일자까지 기억하는 유일한 계약 기간이다.
당시에 동료 정규 교사들이 이러한 계약 기간에 대해 ‘부당하다’고 표현을 해주셨다.
그러나 일을 처음 시작한 나는 그 말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고, 아이들과 선생님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마냥 즐거워했다.
나중에서야 병가를 낸 선생님이 본인이 수당을 받기 위해 두 달이 안 되게 병가를 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 1학년 담임을 맡았는데, 신입생의 3~4월에 교사가 해야 하는 일은 다 하고, 3월 1일조차도 계약 기간에서 빠진 거였다.
기간제 교사의 업무는 정규 교사와 다를 바 없다.
남학교 현장 체험학습 당시 숙소에서 찍은 사진. (필자 제공)
이후에도 1년 단위로 일할 때는 기피 업무나 과중 업무를 맡게 되는 경우들이 꽤 있었다.
또 기피 교사와 한 부서가 되기도 했다.
부서 자체가 기피 업무를 맡고 있는 것이 아니라, 부서에 있는 한 교사가 주변 다른 교사들과 함께 일을 할 수 없는, 즉 모든 교사들이 함께 일하기를 꺼리는 기피 대상인 경우에 해당한다.
그 부서에 아무도 오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자리가 남게 되고, 그 자리를 기간제 교사인 나 같은 사람이 채우게 되는 것이다.
기간제 교사는 그 학교를 나가면서 왜 그 자리가 비어있었는지 깨닫게 된다.
한 번은 A라는 기피 교사와 근무하게 되었다.
그는 성차별적인 언행뿐 아니라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서, 학교에서 피해야 할 대상으로 통했다.
그리고 그 대상이 교사에게만 국한되지도 않았다.
이러한 상황이 가능했던 것은, 관리자가 문제를 묵인하고 심지어는 해당 교사에게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었다.
소위 말해 민원 감이었다.
하지만 관리자와 친한 사람들이 권력 구조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힘을 가진 무리가 까라면 까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모난 돌이 되고 말았다.
참다가 낸 목소리는 무시를 당하거나 면박을 당하기 일쑤였다.
교묘하게 보복이나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다.
이런 구조에서 목소리를 내는 선생님은 적었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의 태도도 이러한데, 정규 교사들이 기피한 자리에 갈 수밖에 없는 기간제 교사의 처지는 어쩌랴.
또한 비정규적인 우리는 똑같이 일해도 성과급이 차이가 난다.
(정규 교사와 기간제 교사의 성과급 등급 명칭은 s, a, b로 같으나 기준 금액은 다르다.
) 정교사는 평생 2회 실시하는 공무원채용신체검사와 마약검사를 기간제 교사에게는 매년 매번 요구하는데, 심지어 자비 부담이다.
섭섭하고 부당하게 느껴지는 현실이다.
누가 하라고 등을 떠민 것은 아니지만 세상의 모든 일은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 해당 일에 의지나 관심이 있는데, 불합리한 이유로 포기하게 된다면 개인에게도 사회에도 문제가 아닐까.
함께 일하며, 동등하게 도움을 주고 받는 동료 교사로 인식해주길
동일한 교사 업무를 하는 교육 현장에서 모든 차별적 상황이나 불합리가 단번에 없어질 것이라고 기대하진 않는다.
그러나 바람이 있다면, 자발적으로 모인 교사들의 모임이나 연수에서만큼은 비정규직/정규직 구분을 넘어섰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간혹 드물지만, 이런 자리에서조차 정규직 교사들이 현장에서 동일한 교사 업무를 하는 기간제 동료 교사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발언이 나오기도 한다.
특히 교사 연수에 갔을 때, 그 연수를 듣는 교사는 모두 정규 교사일 것이라고 가정하는 경우를 본다.
교사 역량과 전문성에 대한 주제에서 “신규 교사/기간제 교사”를 함께 묶어서 쉽게 얘기하는 걸 듣고 마음이 상한 적이 있다.
그 자리에 기간제 교사가 있든 없든, 교육 현장에는 늘 동료 교사로 기간제 교사가 있다는 생각을 염두에 두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규 교사든 기간제 교사든, 교사들은 실제로 학교에서는 다양한 환경에서 근무한 교사로서 서로의 경험들을 나누고, 또 기간제 교사더라도 전문성을 갖춘 교사로서 교과지도, 생활지도, 행정업무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는 분들도 많다.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만으로 전문성이나 경험이 부족할 거란 식의 발언은 근거 없는 것이다.
기간제 교사를 함께 일하며 서로 동등하게 도움을 주고 받는 동료 교사로 인식해주었으면 한다.
물론 나의 경험상, 기간제 교사 역시 교사라고 인식하는 동료 정규 교사들이 더 많다.
이런 인식이 동료 교사뿐 아니라 교직 사회, 그리고 사회 전반에서도 예외 없이 당연해져야 할 것이다.
이미 전국 기간제 교사는 8만 명이라고 하고, 앞으로 더 늘 것임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기간제 교사도 교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