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타마에서 차별을 없애는 모임 주최자 나카시마 마유코
나카시마 마유코(中島麻由子) 씨. 1985년 도쿄 출생 후 4살부터 사이타마현에서 성장. ‘사이타마에서 차별을 없애는 모임’에서 차별금지조례 제정 청원 운동을 진행. (사진 촬영: 우이 마키코 ©宇井眞紀子)
일본 사이타마현 가와구치시와 와라비시에는 외국 국적의 인구가 많다.
그중에서도 쿠르드인 집단거주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국회에서 ‘출입국관리 및 난민 인정법’ 개정이 심의되고 있던 2023년, 일본에 거주하는 쿠르드인이 국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자신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호소했다.
그 즈음부터 이 지역에서는 쿠르드인을 표적으로 한 혐오 집회와 가두선전이 격화되었다.
‘내가 사는 지역에 혐오세력이 몰려왔다’.
회사원이었던 나카시마 마유코(中島麻由子) 씨는 그러한 광경을 보고 애가 타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러다가 현장에서 만난 비슷한 연령대의 세 사람과 함께 ‘사이타마에서 차별을 없애는 모임’을 만들었다.
2024년 3월의 일이다.
쿠르드인 표적으로 삼은 혐오 집회와 선동 격화돼
“차별금지조례 만들자” 신호탄을 쏘아올리다
“옛날부터 정의감은 강한 편이었고 인권 문제에도 민감했기 때문에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어요. 하지만 사회운동 같은 건, 우리 세 사람 다 해본 경험이 없어서 난관이 많았습니다.
가령 청원서를 제출하기로 했는데, 어디에 내야 하는지부터 시작해야 하는...”
지자체에 로비 활동을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로 하고 2024년 4월, 사이타마현과 현 경찰 측에 질의서를 제출하고 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이타마에서 차별을 없애는 모임’이 요구한 것은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의 조례를 선례로 하는, 형사처벌을 부과할 수 있는 차별금지조례를 제정하는 것이다.
(가와사키시는 외국계 주민에 대한 혐오 선동이 계속되자 권고나 과태료 등 계도 조치를 넘어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보고, 반복해서 위반하면 신원을 공개하고 형사처벌까지도 할 수 있는 ‘차별 없는 인권 존중의 거리 조성 조례’를 시행 중이다.
)
“신호탄을 쏘아 올렸더니 많은 분들이 연락을 주셨어요. 차별금지조례의 세부 내용을 만드는 데에는 ‘외국인인권법연락회’를 필두로 전문가들이 도움을 주셨고요. 그때까지만 해도 가나가와신문 정도밖에 다뤄주지 않았던 우리 지역에서의 혐오 문제에 대해서, ‘시민이 알기를 원하고 있다’며 지역 신문들이 다루게 되었죠.”
하지만, 행정의 반응은 무뎠다.
가와구치시는 “혐오발언이 파악되지 않아 대처할 수 없다”며 남의 일처럼 대응했다.
“그래서, 혐오발언의 실태를 망라한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혐오집회 현장의 영상을 편집해 QR코드를 넣어 볼 수 있게 하거나, SNS 상의 혐오 발언을 정리하고, 과거 열린 혐오집회를 집계해 그래프를 만들기도 했어요. 또한 사이타마현 도다시의 가와이 유스케 시의원(SNS 상에 쿠르드인을 범죄자, 테러리스트라고 표현하며 공격적인 혐오 선동을 함)처럼, 선거라는 명목으로 혐오발언을 하는 후보가 늘어났기 때문에, 그러한 선거 관련한 내용도 광범위하게 자료로 만들었습니다.
”
‘사이타마에서 차별을 없애는 모임’에서 로비 활동을 시작한 지 약 1년. 사이타마현의 움직임은 여전히 굼뜨다.
하지만, 최근엔 기쁜 소식도 있었다.
올해 3월 27일에 자민당의 사이타마현의원단에 ‘차별 없는 사이타마를 만드는 프로젝트팀’이 꾸려진 것이다.
나가시마 마유코 씨 등이 3월 초에 막 로비활동을 한 참이었다.
“다들 성실해서 ‘운동’이라고 하면 공부한 다음에 해야 한다고들 생각하지만, 저희는 일단 달리기 시작하고 달리면서 배우고 있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타이밍을 놓치죠. 손을 들면 반드시 도와줄 사람이 나타납니다.
”
비즈니스 책은 볼 수 없는 ‘거리의 책방’ 열어
‘필터 버블’ 바깥으로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일과 활동의 양립은 힘들었다.
“근무하면서도 촉각이 곤두서 있어 머리를 전환하기가 어려워요. 현청에 제시간 안에 청원서를 내기 위해 회사에 몇 시간 휴가를 내고, 가와구치와 와라비 시청으로 자전거 페달을 밟은 적도 있습니다.
거기에 평일 밤의 회의, 기자나 변호사들과의 대화 등. 계속 스위치가 켜 있는 상태인 탓에 피곤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
이렇게나 바쁜 나카시마 씨에게는 또 하나의 얼굴이 있다.
‘거리의 책방’ 주인이다.
나카시마 씨는 월 2회 정도 지역의 골목에서 열리는 개러지마켓에 사회·정치·페미니즘과 관련된 골목책방을 출점하고 있다.
“언젠가 사회문제 등을 다루는 독립서점에서 굉장히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낸 적이 있어요. 그날 집에 오다가 역에 있는 서점을 들여다보니 ‘시간을 쓸 데 없이 쓰지 마라’, ‘돈을 벌어라’ 하는 비즈니스 책뿐이더라고요. 그런 책방에 가면 마음이 힘들어진다는 걸 알았죠. 독립서점에서 보낸 시간을 통해 ‘책방이란 게 힘이 있구나’, 정말 단순하게 감동을 받아서 시작했어요.”
‘운동’과는 다른 세계와 사람이 오가는 것도 즐겁다.
얼마 전엔 이런 교류도 있었다.
“책방에 오신 한 분이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TV나 온라인에서는 답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었는데, 책에 제대로 된 답을 제시하고 있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이 있었네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기뻤어요. 저를 포함해 모두가 ‘필터 버블’(Filter Bubble: 유튜브, 검색 엔진, SNS 같은 플랫폼이 사용자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생긴 결과로, 원래 관심 있거나 보고 싶어 하는 정보만 접하게 되어 다양한 시각의 정보에 접근하기 어렵고 극단적인 사고로 흐를 수 있음) 안에 있잖아요. 그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책방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됐습니다.
정말로 작은 세계지만요.”
포괄적으로 차별을 용납하지 않는 것이 중요
나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 어떻게든 대응하면, 그것이 사회 전체의 자유와 권리로 이어진다고 나카시마 마유코 씨는 확신한다.
그래서 성소수자나 장애인 등에 대해서도 포괄적으로 차별을 용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에 문제가 일어났을 때, ‘문제구나!’ 하며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잖아요. 그 해결책 중 하나가 조례이고, 조례가 만들어짐으로써 예산이 마련되고, 해당 사안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죠. 법적 근거가 생겨서 차별의 피해자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실현하고 싶은 일입니다.
” [번역: 고주영]
-〈일다〉와 제휴 관계인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 기사를 번역, 편집한 내용입니다.
‘내가 사는 지역에 혐오세력이 몰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