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인권과 종교의 자유에 관한 국제 컨퍼런스 열려
6월 19일, 컨퍼런스 〈국제사회와 함께하는 한국 사회의 과제 - 성소수자 인권과 종교의 자유〉가 ‘성소수자 환대목회로 재판받는 이동환목사 공동대책위원회’, ‘한국교회를 향한 퀴어한 질문 큐앤에이’ 주관으로 열렸다.
온/오프라인 동시에 진행되었다.
(출처: 성소수자 환대목회로 재판받는 이동환목사 공동대책위원회)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난 20일, 차별금지법을 두고 이런 말을 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할 말을 못하거나, 제약당하거나, 심지어는 불이익을 받는 것이 아닐까 (우려를) 제기하는 교계 분들이 있다”고.(관련 기사: 김민석 “차별금지법, 불이익 우려하는 교계 분들 있다···찬반 말하긴 어려워”, 경향신문 2025년 6월 20일자)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교계’ 측 주장인 ‘종교의 자유 침해’를 언급한 것이다.
성소수자를 비롯한 다양한 소수자들이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차별의 개념을 정립하고 다양성을 포용하고자 하는 차별금지법이 종교의 자유를 옥죄는 법이 될까?
19일 개최된 2025 종교X성소수자 국제 컨퍼런스 〈국제사회와 함께하는 한국 사회의 과제 - 성소수자 인권과 종교의 자유〉에서 관련 쟁점이 다루어졌다.
종교의 자유는 종교 체계나 기관이 아니라 인간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
‘표현의 자유’가 혐오를 표현할 권리를 주지 않는다
UN 종교와 신념의 자유 특별보고관(United Nations Special Rapporteur on Freedom of Religion or Belief, 종교의 자유 또는 신념의 자유 침해 사례를 조사 보고하는 독립적인 인권전문가)을 지낸 하이너 비엘펠트 교수는 “성소수자 인권과 종교의 자유가 양립 불가능한 인권 요구가 아니다.
”라고 밝혔다.
현재 독일 에를랑겐-뉘른베르크 프리드리히 알렉산더 대학교 정치학연구소 석좌교수인 하이너 비엘펠트 교수는 ‘종교의 자유’에 대하여 “특정 종교 체계나 기관, 그들의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초점은 ‘인간’을 보호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의 자유, 인간의 존엄, 인간의 평등에 대해 주장할 수 있는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다.
”
6월 19일 열린 종교X성소수자 국제 컨퍼런스 〈국제사회와 함께하는 한국 사회의 과제 - 성소수자 인권과 종교의 자유〉는 온/오프라인 동시에 진행되었다.
미국, 영국, 독일, 그리고 일본의 목회자들이 참여해 성소수자를 환대하는 목회 경험과 교단 및 사회 변화의 흐름을 공유했다.
그리고 “우리가 명백하게 알고 있어야 하는 점은 ‘종교의 자유, 신념의 자유라는 것이 그 누구에게도 혐오를 표현할 권리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적으로 진보의 목소리, 보수의 목소리를 낼 순 있지만, 표현의 자유도 당연히 제한이 있다.
”며 “혐오는 어떤 때에도 옹호될 수 없다.
이것은 기본적인 개념”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비엘펠트 교수는 “종교의 자유, 신념의 자유가 인권이라면서 특정 집단의 인권을 유린하기 위해 (그러한 개념을) 사용해선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런 일이 생기면 “인권이 파편화될 수밖에 없고, 결국 이는 인권을 보호하는 일 자체에 크나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시간이 걸리지만 변화는 ‘온다’
미국장로교회 내 LGBTQ+ 환대와 권리 인정을 위한 운동
컨퍼런스에서는 미국, 영국, 독일, 그리고 일본의 목회자들이 참여해 성소수자를 환대하는 목회 경험과 교단 및 사회 변화의 흐름을 공유했다.
앨라이(Ally, 성소수자의 연대자) 크리스천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커트 에스링거 목사는 미국장로교회(PCUSA)가 LGBTQ를 완전히 수용했다고 할 순 없지만, 변화의 시간 속에 있다고 했다.
컨퍼런스에서 “미국장로교회(PCUSA)의 LGBTQ+ 지지 사역을 향한 여정”를 이야기한 커트 에스링거 목사 발표 자료 중 미국장로교회 내 주요 정책 변화 부분
미국의 스톤월 항쟁(1969년 뉴욕의 스톤월 인이라는 술집을 난폭하게 수색한 경찰에 맞선 성소수자들의 행동으로 시작된 미국 성소수자 인권 운동의 시발점) 이야기부터 발표한 커트 에스링거 목사는 “이후 퀴어 운동이 전개되자, 보수 진영에서 ‘우리 아이들을 지키자’ 캠페인을 전개하며 퀴어 운동에 반대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1974년 데이비드 신트 목사가 북부 장로교회 총회에서 ‘여기에 다른 게이 분은 없습니까?’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고, 그런 노력이 퀴어 권리와 환대를 위한 단체인 ‘레즈비언과 게이 권리를 위한 장로교인들’(Presbyterians for Lesbian & Gay Concerns, PLGC) 설립으로 이어졌다.
”고 소개했다.
“이 모임은 미국장로교회 내에서 LGBTQ+ 환대와 권리 인정을 위한 운동의 중심이 되었으며, 교회 내 중대한 변화를 이끄는 역할을 했다.
”
이후 1978년, “총회는 퀴어인들이 장로교 교회에 출석하고 참여하는 것은 허용하지만, 공식적인 지도자 직분에는 임명될 수 없다고 결정”했다.
9년이 지난 1987년에는 “퀴어 목사의 임명을 금지하는 기존 방침을 유지하기로 결의하면서도, 동시에 인간의 성(sexuality)을 연구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커트 에스링거 목사는 “이 위원회는 1991년에 최종 보고서를 발표하며, LGBTQ+ 장로교인들의 목회직 임명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결국 총회에서 부결. 이에 퀴어 단체들과 지지자들은 총회 회의장에서 침묵 시위를 벌였고, 이는 당시까지 이 운동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항의 시위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고 덧붙였다.
“변화는 분명 긴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라고 이야기한 커트 에스링거 목사는 “LGBTQ+ (목회자) 안수까지 가는 데만 해도, 총회에서의 행동과 결의만 기준으로 본다면 1974년부터 2011년까지 (약 37년) 걸렸다고 볼 수 있다.
”고 설명하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제가 반복해서 듣는 말은, (퀴어 목회자 안수에) 반대하던 사람들이 자신이 알고 있던 누군가가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또는 그 외 퀴어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진정한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 순간, 이 문제는 단지 신학이나 생물학, 젠더 이론이나 페미니즘 철학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로 다가온다.
”
2025 〈성소수자 인권과 종교의 자유〉에 관한 국제 컨퍼런스 현장. (출처: 성소수자 환대목회로 재판받는 이동환목사 공동대책위원회)
일본기독교협의회 ‘포괄적인 젠더 정의 정책’ 추진
LGBTQ+ 존엄과 차별금지…日 기독교 역사상 획기적 전환점
일본의 우에노 레이나 목사는 “어린 시절 매우 보수적인 교회”에 다녔고, “술, 이혼, 심지어 마법 요소가 들어간 만화나 애니메이션까지 금지하는 규칙이 있었던 곳에서 자랐다.
”고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LGBTQ+이면서 동시에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삶의 모델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통 받았다”고.
레이나 목사는 미국의 에덴신학대학원에서 “처음으로 LGBTQ+ 그리스도인들이 ‘해결되어야 할 문제’로 여겨지지 않는 곳에 있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이후 “30대 중반 무렵, 일본에 돌아가 나의 정체성을 숨기기보다는 공개적인 레즈비언 목사로 사역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우에노 레이나 목사는 “일본의 종교 공동체는 아시아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있는 노골적인 반-LGBTQ+ 교회들과는 다르다.
”고 했다.
“일본엔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한 LGBTQ+ 목회자들이 12명 이상 존재하지만, 일본그리스도연합교회(UCCJ)는 공식적으로 환영도, 반대도 표명한 적이 없다.
”
그러나 “LGBTQ+ 정체성이 공개적 비난의 대상은 아니지만, 차별이 일어날 경우 그것이 차별로 인식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차별의 피해자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선을 넘는 일로 간주된다’. 피해자는 정의를 추구하는 사람으로 지지를 받기보다는 공동체의 평화를 깨는 사람으로 간주되어 고립되고 비난받기 쉽다.
”
일본의 교회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
“일본기독교협의회(NCCJ)가 세계교회협의회(WCC), 루터교세계연맹(LWF) 등 국제 파트너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포괄적인 젠더 정의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2023년에 완성된 젠더 정의 정책은 일본 기독교 역사상 획기적인 전환점”이라고 레이나 목사는 설명했다.
‘한국 교회를 향한 퀴어한 질문 큐앤에이’가 6월 프라이드 먼스(Pride Month,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를 맞아 배포한 핸드폰 배경화면. https://qnaforchurch.creatorlink.net
“이 정책은 성적 지향, 젠더 정체성, 젠더 표현, 젠더 특성(합쳐서 SOGIESC 권리라 부름)에 기반한 모든 차별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담고 있다.
그리고 LGBTQ+ 개인의 동등한 인간 존엄을 확인하며, 차별금지, 포용, 축하, 권한 부여를 요구하는 10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
우에노 레이나 목사는 “일본 교회가 오랫동안 섹슈얼리티 및 젠더 소수자에게 해를 가했음을 인정하고, 바로 눈앞에 있던 사실과 존재들을 보지 않고 문을 닫는 문지기 역할을 했던 모습을 인정하는 ‘회개’의 행위”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이제 LGBTQ+를 비롯한 소수자들은 더 이상 동정이나 관용의 수동적인 수혜자가 아니다.
이들의 목소리는 안전과 ‘번영’에 대한 교회의 정의(definition)를 형성하는 주체로 인정을 받고 있다.
”고 강조했다.
한편, 영국감리회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 마크 롤런드 목사 또한 “이런 (교회 내) 변화는 누군가를 떠나게 했지만, 또 누군가를 교회로 들어오게 했다.
”며 “여전히 영국감리회 내에는 차별과 편견이 존재하지만, 정의와 포용을 향한 중요한 이정표”를 세운 것이라고 짚었다.
단지 성소수자를 축복하고 환대했다는 이유만으로 목회자들이 교단의 재판을 받고 있는 한국의 개신교단(관련 기사: 복직 투쟁으로 “사랑을 잃어버린 한국 교회에 전하는 메시지” https://ildaro.com/9861), 그리고 그 ‘교계’의 주장을 핑계로 포괄적인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제도 마련을 미루는 한국의 정치인들은 이 메시지들을 깊이 새겨들어야 할 때이다.
차별금지법은 ‘종교의 자유’ 침해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