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한덕수 협상 결렬
金측 "일반여론조사 100%로"
韓측 "역선택 방지조항 필요"
법원, 金 가처분신청 모두 기각
후보확정 위한 전국委 못 막아
단일화 선호도 金 47% 韓 33%
국힘 지지층선 金 33% 韓 53%
◆ 2025 대선 레이스 ◆
밤늦도록 협상 나선 김문수·한덕수 대리인 9일 오후 8시 30분부터 국회에서 진행된 단일화 재협상이 결렬된 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대리인인 김재원 비서실장(왼쪽)과 한덕수 무소속 후보 대리인인 손영택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각각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파국을 눈앞에 뒀던 보수 진영의 대선 후보 단일화 협상이 9일 밤 가까스로 재개됐다.
법원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제기한 전국위원회·전당대회 개최 금지와 대통령 후보자 지위 인정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일단 지도부가 준비했던 로드맵대로 단일화 작업에 나섰다.
후보 등록 시한인 11일이 지나기 전에 여론조사와 전국위원회 의결을 통해 국민의힘 최종 후보자가 바뀔 수도 있게 된 것이다.
다만 김 후보가 끝까지 단일화 방식에 동의하지 않으면 한덕수 무소속 후보로 교체된다고 해도 공식 후보 등록을 전후로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분쟁이 다시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 측은 국민의힘이 후보 교체를 일방적으로 강행하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다.
법원 결정과 당 지도부의 압박 속에서 코너에 몰린 김 후보가 협상에 응하면서 한 후보와의 협상은 이날 오후 8시 30분 국회 본관에서 재개됐다.
그러나 양측은 합의점을 쉽게 도출하지 못했다.
김 후보 측에서는 김재원 후보비서실장과 송재욱 정세분석실장이, 한 후보 측에서는 손영택 전 총리비서실장과 김석호 서울대 교수가 협상에 나섰다.
당에서는 이양수 사무총장과 신동욱 수석대변인이 참석했다.
양측이 첨예하게 부딪친 지점은 '역선택 방지 조항'을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에 포함할지였다.
김 후보 측이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를 묻지 않고 일반 여론조사 100%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한 후보 측은 기존의 국민의힘 경선 방식대로 실시하자고 맞섰다.
김 비서실장은 "국민의힘 후보와 무소속 후보가 단일화 협상을 하는데 지지 정당을 묻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일"이라며 "정당에 소속되지 않은 무소속 후보자를 뽑는 과정에서 당원을 동원하는 것은 불법적인 일"이라고 했다.
이에 손 전 비서실장은 "더불어민주당(지지층)이 국민의힘 후보를 선출하는 단일화 방법은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역선택 방지 조항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 비서실장은 "단일화 방식과 관련해 어떤 조건도 없다고 하지 않았나"라며 "한 후보 측은 단일화 방식과 절차를 우리 당에 일임한다고 했기 때문에 아예 발언권이 없다"고 비난했다.
반면 손 전 비서실장은 "국민의힘 후보를 선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원 조사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양측의 주장은 철저히 유불리 계산에 따른 것이다.
일반 여론조사에선 김 후보가, 국민의힘 지지층 조사에선 한 후보가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6~8일 전국 18세 이상 3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를 한 결과 단일화 적합도는 김문수 47%, 한덕수 33%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만 떼어서 보면 김문수 33%, 한덕수 53%로 결과가 뒤집혔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1.8%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이날 두 후보 캠프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오전에는 김 후보가 유리한 듯 보였다.
김 후보는 대통령 후보 자격으로 처음 참석한 의원총회에서 "단일화를 즉각 중단해달라"고 당 지도부를 면전에 두고 직격했다.
그는 "지금 당 지도부가 하고 있는 강제 단일화는 실은 저 김문수를 끌어내리고 무소속 후보를 우리 당의 대통령 후보로 만들기 위한 작업에 불과하다.
그래서 응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마이크를 잡은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단히 실망스럽다.
우리 의원들이 기대한 내용과는 완전히 동떨어졌다고 생각한다"며 의총장을 떠나버렸다.
오후에는 지도부가 추진하던 단일화 여론조사 결과를 외부에 공표해선 안 된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으로 단일화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였다.
이 사무총장은 "정당 또는 후보자가 직접 실시한 해당 선거(대선)에 관한 여론조사는 공표할 수 없다는 공직선거법 108조 12항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법원 결정이 나오면서 또 한 번 롤러코스터를 탔다.
서울남부지법은 김 후보 측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전당대회나 전국위원회 개최 절차나 결정이 민주적 절차와 원칙에 중대하게 위배되지 않는 한 그 효력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 "당의 자율성에 기초한 재량의 범위를 넘은 중대한 위법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국위와 전당대회의 안건은 단일화 여론조사 실시 결과에 따라 최종 후보를 지명한다는 것으로 곧바로 김 후보의 지위를 박탈하거나 한 후보로 교체하려는 목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수차례 단일화를 약속한 점도 법원은 지적했다.
재판부는 "김 후보가 한 후보와 단일화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그게 경선 과정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법원은 또 김 후보의 당무우선권도 단일화 절차와 관련해서는 보장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김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한 후보 등과 단일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후보자 확정 관련 단일화 절차 진행에 관해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는 김 후보에게 당무우선권이 무조건적으로 보장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최희석 기자 /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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