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美핵잠수함 판매 재검토 이어
우크라에 패트리엇 지원 중단 결정
“본토 방어”용 무기 재고 관리 착수
무기 축적 전략 중심에 ‘콜비 라인’
미국의 우선순위는 ‘대만 유사 시’
최근 ‘시진핑 실각설’로 긴급성 커져
아시아 전구서 핵 계획도 강화 입장
패트리엇 미사일 시스템. <사진제공=주한미군>
“미국은 호주에 약속한 핵잠수함을 공급하지 않을 것이다.
” (파이낸셜타임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미사일 공급을 중단했다.
”(폴리티코) 지난달 미국의 이상 징후를 보여주는 두 개의 굵직한 기사가 노출됐습니다.
미국이 당초 약속했던 것과 달리 대외 무기 지원 계획을 변경하는 것으로, 두 기사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이름이 있습니다.
트럼프의 핵심 외교안보 참모인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 차관입니다.
폴리티코 보도에 따르면 앨브리지 콜비 차관과 몇몇 인사가 자국에 비축된 특정 무기들의 재고가 부족하다며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방공 미사일 등 핵심 무기 지원을 중단했습니다.
백악관은 7월 1일(현지시간) 해당 보도가 사실임을 확인시켰습니다.
다음날 미 국방부도 전 세계 각지에 가는 미국의 무기 지원 현황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여러 발표를 한 줄로 요약하면 “미국 ‘본토 방어’를 위해 우크라이나 지원 무기를 동결한 것”입니다.
그런데 지구상에서 미 본토를 겨냥해 도발 버튼을 누를 무모한 나라는 북한밖에 없을 것입니다.
실제 현실화할 가능성도 극히 낮습니다.
그렇다면 왜 미국은 갑작스럽게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동결했을까요. 답은 대만입니다.
그리고 지금 벌어지는 급진적 변화는 작년 8월 트럼프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헤리티지 재단의 연구 보고서에서 정확히 예고됐습니다.
알렉산더 벨레즈 그린이라는 인물이 작성한 보고서(우선순위화는 필수-더 위험해진 세계에서 미국의 이익을 방어하는 전략)가 그것입니다.
작년 8월 알렉산더 벨레즈 그린이 헤리티지 재단에 올린 ‘우선순위화는 필수-더 위험해진 세계에서 미국의 이익을 방어하는 전략’ 연구 보고서. <이미지=헤리티지 재단> 그는 미국이 무기를 비축하고 이를 위해 다른 지역에 있는 전략 자산을 인도 태평양 지역으로 집중해야 하는 이유로 중국의 대만 침공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보유한 잠수함과 공중 및 미사일 방어 능력을 고려할 때 대만 침공이 시작되거나 미국의 개입이 이뤄진 뒤 유럽 등 해외 다른 지역의 병력과 자산을 인태 지역에 배치하는 건 너무 늦다는 경고입니다.
심지어 대만 유사시 이 일대에서 핵무기와 관련한 비상사태까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아시아 전구(戰區·전쟁구역)에서 미국의 핵 계획까지 업데이트할 것을 조언하고 있습니다.
벨레즈는 엘브리지 콜비 차관 인맥으로 최근 콜비의 직속 라인인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보에 발탁됐습니다.
콜비 차관과 벨레즈 차관보의 조합이 완성되면서 갑자기 호주 핵잠수함 제공 계획이 없던 일로 바뀌고 우크라이나에 보낼 계획이었던 핵심 무기들이 동결됐습니다.
호주 핵잠수함 제공 건은 지난 바이든 정부의 다자 안보 결과물로, 오는 2030년 초까지 미국산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을 최대 5척 호주에 판매하는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인태 지역에서 호주의 군사 역량을 현저하게 개선해 중국을 견제한다는 전략이었습니다.
그러나 콜비파는 미국의 제한된 핵잠수함 건조 역량을 고려할 때 미국에 먼저 핵잠수함 능력을 보완하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미 의회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는 엘브리지 콜비 차관. <영상캡처-CSPAN> 최근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갑작스러운 무기 동결 조치는 콜비파의 조급함과 급진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절박한 우크라이나만큼이나 유럽국들도 염려의 목소리를 표출하고 있습니다.
독일 등 일부 국가들은 미국으로부터 받을 계획이었던 패트리엇 미사일 시스템을 우크라이나에 우선 제공해달라고 요청할 태세입니다.
동맹들은 세계 지정학에 중대한 역학 변화를 초래하는 결정을 미국이 사전 논의 없이 일방 결정한 점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폴리티코는 후속 보도에서 동맹과 사전 논의는 고사하고 이번 무기 동결 결정이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조차 부처 간 소통과 조정 없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클 맥콜 하원 의원은 폴리티코에 “이 모든 결정이 국방부 정책 책임자인 콜비에게서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국가안보보좌관이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트럼프 2기 초대 국가안보보좌관은 마이클 왈츠로 지난 5월 유엔 주재 미국 대사로 좌천됐습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후임을 뽑지 않고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을 겸직시켰습니다.
루비오 장관이 오는 8일께 방한 일정을 취소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이는 한국을 무시한 행보라기보다 국가안보보좌관을 겸임하면서 중동 상황 관리 등 산적한 현안이 과중하고 시급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미국의 대이란 핵시설 공습 작전(미드나잇 해머) 당시 백악관 워룸에서 실시간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사진=UPI 연합뉴스> 이런 어수선한 내부 상황에서 트럼프 1기 때부터 핵심 안보 책사로 활약한 콜비 차관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외교가는 콜비파를 ‘우선순위파’(Prioritiser)로 부릅니다.
1기에서 미국의 압도적 우월성을 추구한 존 볼턴, 마이크 폼페이오 등 ‘우위파’(Primacist) 주류와 달리 축소 지향적이며 중국과 유사 시 미국이 패배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있습니다.
아직 외신에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지 않지만 콜비파가 대우크라이나 지원 무기를 긴급 차단한 데는 최근 중국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권력 이상설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초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플린이 최근 중국의 권력 이동을 공개 주장하면서 시진핑 실각설이 수면 위로 부상했습니다.
시진핑 실각설이 당장 사실이 아니더라도 가뜩이나 중국 공포증에 휩싸인 트럼프 2기의 콜비파는 중국 지도부가 내부 동요를 돌파하기 위해 위험한 행동을 감행할 가능성을 긴박하게 살펴보고 있을 것입니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 지도부가 2027년까지 양안 통일을 겨냥해 대만을 침공하는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있습니다.
콜비 차관과 비슷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지정학 전문가인 제니퍼 캐버너 디펜스 프라이오리티스 선임 연구원은 지난 2월 포린어페어즈에 올린 글(대만 해결책-미국의 전략은 이길 수 없는 전쟁에 의존해선 안 된다)에서 대만 유사 시 미국은 직접 개입이 아닌, 가급적 ‘멀리서’ 대만을 지원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승리 여부가 불분명하고 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수 있는 만큼 항공기, 군함과 같은 고가 자산을 대만에 직접 지원하지 말 것이며, 미국이 대만을 방어할지에 대해서도 ‘모호성’을 유지하라는 게 우선순위파 지정학 전문가의 주장입니다.
지난 3일 홍콩 빅토리아항에 입항하고 있는 중국 해군 항공모함인 산둥함 모습. <사진=EPA 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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