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에서 열린 ‘실패학회’ 가보니
댄스대회 실격 경험삼아 AI앱 개발
“잘 실패하는 사람이 이긴다” 메시지
KAIST 개최 제3회 실패학회. [KAIST]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허도영 씨는 ‘프로 실패러’였다.
춤을 좋아해 학부 시절부터 30번 넘게 댄스경연대회에 나갔지만 매번 예선에서 탈락했다.
힘든 수업과 연구 일정을 쪼개서 새벽마다 연구실 구석에서 연습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끝없는 실패에 상심은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춤 생각만 하다 보니 올해 초에는 인공지능(AI) 기반 춤 연습 앱까지 개발했다.
제대로 연습하려면 자신의 동작을 촬영해서 다시 돌려봐야 하는데, 혼자 할 때는 쉽지 않다는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허씨는 AI로 카메라 배율을 자동으로 조절해 언제나 연습 과정을 촬영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최근 그는 난생처음 댄스경연대회 예선을 통과했다.
허씨는 “실패하지 않았다면 이 앱을 개발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성공보다 실패에서 배우는 게 훨씬 크다”고 했다.
이 사례는 KAIST가 개최하는 ‘망한 과제 자랑 대회’에 소개됐다.
KAIST 학생들이 자신의 실패담과 극복 과정을 공유하는 행사다.
이 학교는 올해로 세 번째 실패학회를 개최하면서 ‘AI 시대에 실패가 갖는 의미’를 주제로 잡았다.
외부에도 행사를 개방하고 일정도 5일부터 14일까지로 늘렸다.
KAIST가 AI 시대에 실패를 강조하는 건 우리 삶에서 AI 비중이 커지면서 실패의 개념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AI가 인간의 실패를 보완해주기도 하지만 오히려 더 키울 위험도 있고, 반대로 AI를 활용해 실패를 더 큰 성공의 자산으로 만들 수도 있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AI 시대에 인간과 AI는 모두 새로운 문제를 만들고 새로운 해법을 찾는다”며 “그 과정에서 실패는 인간과 AI 모두에 불가피하고, 동시에 가장 값진 순간이라는 점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했다.
인간도 실수를 하지만 AI도 실수를 한다.
그로 인해 전에 없던 새로운 실패가 생겨나기도 한다.
AI가 환각(hallucination)으로 인해 틀린 정보를 제공하면, 인간은 그걸 받아 완전히 잘못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안혜정 KAIST 실패연구소 연구조교수는 “AI 담론은 대부분 미래에 관한 것인 반면, 실패는 과거와 현재의 성찰”이라며 “급변하는 시대에 다시 한번 실패를 돌아볼 필요를 느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했다.
안 교수는 또 “인간과 AI가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생겨나는데, 이러한 실수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발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망한 과제 자랑 대회에는 허씨 사례 외에도 1년간 준비한 드론 대회 본선 실패담, 5번이나 연구실을 옮긴 사연, 세 번의 학사경고와 퇴학 선고를 받은 학생들이 부스를 만들고 실패담을 공유했다.
세번 학고 맞은 특급 대학생…‘망한 과제 자랑 대회’서 연사로 모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