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9년 개항을 목표로 추진 중인 가덕도신공항의 조감도.
[서울경제]
부산 가덕도신공항 건설 사업이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부지 조성 공사를 맡은 현대건설이 정부가 제시한 안보다 2년 늘어난 108개월의 공사 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국토교통부가 8일 현대건설과의 수의계약 중단 절차에 돌입한 것이다.
국토부는 재입찰을 추진할 방침이지만 4차례의 유찰 끝에 지난해 10월에야 가까스로 선정한 수의계약 당사자가 손을 떼는 마당에 새 사업자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의 목표 기한인 2029년 개항은커녕 사업 자체가 무기한 표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초대형 국책 사업이 사업자를 선정한 지 불과 6개월 만에 기로에 놓이게 된 것은 가덕도신공항이 애초부터 경제성 고려 없이 정치적 목적으로 추진된 ‘선거용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낮은 사업성과 안전성 논란으로 2016년 한 차례 폐기됐던 가덕도 사업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부활했다.
선거를 의식한 정치권의 ‘속도전’에 13조 7000억 원이라는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사업인데도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면제됐다.
‘부실 SOC 사업의 교과서’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정치 논리만 앞세워 무리하게 밀어붙인 포퓰리즘 사업이 좌초되는 것은 사실상 예견된 결과였던 셈이다.
가덕도 사업뿐만이 아니다.
새만금국제공항, 서부경남 KTX 등 수요 조사도 없이 지역에 선심 쓰듯 추진된 SOC 사업이 재정만 갉아먹으며 표류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사례들은 한둘이 아니다.
6·3 대선을 앞두고 주요 후보들의 선심성 SOC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수도권 1시간 경제권’과 4기 신도시 조성 등을,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GTX 전국 확대 등을 각각 내걸었다.
지역 편의 개선과 국가 균형 발전은 경제 성장 동력의 확충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필수적인 과제다.
하지만 경제성과 재원 확보, 실현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표심만 자극하는 SOC 공약이 남기는 후유증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된다.
우리 정치권도 선거 때마다 무책임한 지역 개발 공약을 남발하는 고질적 병폐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사설] 가덕도신공항 무산 위기, 선거용 SOC 공약의 후유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