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이 5일 서울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29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권욱 기자
[서울경제]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국가 대항전 양상의 속도전으로 펼쳐지고 있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첨단산업 육성에 소요되는 천문학적 재원 마련이 주요국들의 사활적 과제로 등장한 상황이다.
5일 ‘생산적 금융, 위기 돌파의 해법으로’를 주제로 열린 ‘제29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는 부동산에 몰린 시중 자금의 물줄기를 첨단·혁신산업으로 돌리는 ‘생산적 금융’을 통해 한국 경제의 재도약에 나서자는 제언들이 쏟아졌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주제 강연에서 “한국 경제는 대내외 악재가 복합 작용하는 위기 상황”이라며 꺼져가는 성장 엔진을 다시 가동할 수 있도록 금융의 적극적 역할을 당부했다.
‘생산적 금융’의 성패에 우리 경제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것이다.
금융은 실물경제의 ‘핏줄’이다.
이런데도 국내 은행들은 부동산을 담보로 손쉬운 이자 장사에 치중해왔다.
반면 생산성 높은 분야에 자금을 공급해 성장을 돕고 새로 수요를 만드는 동반 성장 노력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서울경제신문의 최근 분석 결과 지난해 국내 은행들의 대출액당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 능력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과 비교해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최근 반도체 설비투자, 전력망 확충 등 개별 기업 자금이나 정부 재정으로 감당할 수 없는 사업들이 늘고 있는데도 금융권의 기여도는 미미한 실정이다.
여기에는 ‘관치 금융’ 탓도 크다.
과거 정부는 집값이 들썩이면 대출금리를 올리도록 했고 은행 수익을 관제 펀드 조성에 동원했다.
정부와 금융권은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통해 첨단·혁신산업을 적극 뒷받침하고 저성장 고착화 위기를 타개해야 한다.
금융이 신성장 동력 분야에 자금을 원활히 공급해야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정부는 금융 선진화의 걸림돌인 각종 규제와 낡은 감독 관행부터 바꿔야 한다.
벤처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강화하고 금융 건전성 평가 때 기업대출은 우대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첨단산업의 투자 재원을 마련하려면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결합 금지) 완화 입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금융기관의 혁신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사설] 혁신산업 키우는 ‘생산적 금융’에 우리 경제 미래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