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감세안, 재정적자 더 늘려
머스크가 주도한 연방 지출 감축 무용지물로
머스크, 캐스팅 보트 확보로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견제 의도
미국의 승자독식 선거제도 뛰어넘기 쉽지 않아
사진=AFP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아메리카 당’을 창당하겠다고 발표했다.
머스크 CEO는 한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가장 큰 총애를 받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및 국경보안 강화책 등 핵심 의제를 두루 담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둘 사이는 틀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머스크 CEO가 신당 창당을 선언하며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를 견제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내면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틀어지게 됐다.
다만 일각에선 머스크CEO가 신당을 창당한다 해도 승자독식 체제와 각 주 및 지역별 다른 선거제도 등으로 의미 있는 의석수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회의론도 나온다.
캐스팅 보트 확보에 집중 머스크 CEO는 5일(현지시간) X(옛 트위터)에 “여러분들은 새 정당을 원하며, 그것을 갖게 될 것”이며 “오늘, 아메리카 당이 결성되며, 여러분의 자유를 되찾을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낭비와 부패로 우리나라를 파산시키는 일에 대해 말하자면 우리는 민주주의가 아닌 ‘일당제’ 속에 살고 있다”며 신당 창당의 취지를 밝혔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낭비와 부패로 나라를 파산시키는 데 다를 바가 없다는 주장이다.
머스크 CEO는 미국 독립기념일인 전날 4일 창당에 대한 찬반을 묻는 온라인 투표를 띄우기도 했다.
그 결과 찬성과 반대 비율이 2대 1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머스크 CEO는 온라인 투표를 실시한 뒤 추가로 올린 글에서 “이것을 실행하는 한 가지 방법은 상원 의석 2∼3석과 하원 선거구 8∼10곳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매우 근소한 의석수 차이를 고려할 때, 그것은 논쟁적인 법안에 결정적인 표가 되기에 충분할 것이며 진정한 국민의 의지를 반영하도록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감세안에 따른 적자 확대 반대 머스크 CEO는 한 때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 CEO가 만든 정치자금 모금 단체를 뜻하는 슈퍼팩인 ‘ 아메리카 팩’으로부터 2억 5000만 달러 이상의 지원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머스크 CEO에게 정부효율부(DOGE)의 수장 자리를 맡겼다.
머스크 CEO는 이곳에서 연방 예산 삭감 임무를 맡았다.
연방 정부의 지출을 삭감해 재정 적자를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관세 정책과 대규모 감세 법안과 관련해 의견이 달랐던 머스크 CEO는 5월 트럼프 행정부를 떠나며 두 사람의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했다.
머스크 CEO가 ‘아메리카 당’ 창당에 나선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안에 대해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의회에서 제동을 걸지 못했다는 점에 문제의식을 느껴서다.
머스크 CEO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안에 대해 “역겹고 혐오스러운 괴물”이라 표현하며 “이미 거대한 재정 적자를 훨씬 더 늘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신이 연방정부의 지출을 애써 줄였지만, 감세안으로 이같은 노력이 무용지물이 됐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안이 향후 10년간 재정적자를 약 3조 3000억 달러 증가시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창당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하지만 현실적으로 신당 창당과 이를 성공적으로 이어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선 머스크 CEO가 신당에 대해 어느 정도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는 지 불분명하다.
뉴욕타임스는 “5일 기준 머스크 CEO는 정당 창당을 위한 공식 문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머스크 CEO는 최근 지인들과 정치 정당 창당과 실행 계획에 대해 논의했으며, 그 대화는 현실적이라기보다는 개념적인 수준에 가까웠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머스크 CEO 또한 다른 X 게시글에서 “아메리카 당은 내년 선거부터 활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도적으로 쉽지 않다.
미국의 선거는 승자 독식 체제다.
미국 유권자들이 먼저 투표를 하고, 유권자 투표에서 우세를 보인 후보가 선거인단 표 전체를 가져간다.
제3당이 성과를 내기 힘든 구조다.
여기에 신규 정당 등록과 관련한 요건이 주마다 다르고 일부 주에선 지역 주민의 서명 청원서를 받아야 한다.
현재 미국의 자유당, 녹색당 등 제3당 후보들이 미국 50개 주에 다 등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은 것도 이 때문이다.
1992년 기업가 출신 정치인 로스 페로가 민주당·공화당 모두를 비판하며 대선에 나왔지만 유권자 전체 투표에선 19%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인단 투표는 한 표도 받지 못했다.
올트먼, ‘맘다니’ 겨냥해 민주당 비판 한편 챗 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가 4일 X에 올린 글에서 “나는 기술-자본주의(techno-capitalism)를 믿는다”며 “민주당은 내가 20살이었을 때는 그런 믿음에 합리적으로 부합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내가 30살이었을 때 방향을 잃었고, 지금은 다른 어떤 곳으로 완전히 가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나는 (정당) 후보들에게서 어떻게 억만장자들을 없앨 것인지 대신에 어떻게 억만장자들이 가진 것을 모든 사람이 갖게 할 것인지 대해 듣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는 뉴욕시장 선거의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조란 맘다니 뉴욕시의원의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맘다니 후보는 지난달 말 NBC 방송에 출연해 부유층 증세가 필요하다는 공약을 설명하면서 "억만장자가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불평등이 심각한 때에 (억만장자들이 가진) 그것은 너무 많은 돈이고, 궁극적으로 우리 도시와 주, 나라에 걸쳐 더 필요한 것은 평등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킹 메이커 일론머스크, 트럼프 반대하며 신당 창당 선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