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철 법제처장
요즘 우리 사회는 쉼 없이 ‘성장’을 이야기한다.
지난 1일 막을 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도 21개 회원 정상들은 역내 경제협력 강화와 지속 가능한 성장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만큼 중요한 문제는 ‘어떤 방향으로 성장할 것인가’다.
대한민국 경제가 재도약하려면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기술과 산업 변화 속도를 감안하면, 낡은 규제 틀을 유지한 채 신(新)산업만 육성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진정한 성장을 위해선 규제에 대한 인식 변화와 패러다임 전환이 필수다.
이재명 정부는 신산업 규제 재설계를 국정과제로 선정해 추진 중이다.
인공지능(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공공데이터 개방을 확대하는 등 데이터 활용 규제를 합리화하고, 신약 등 신기술의 신속한 시장 진입을 위해 규제 절차를 간소화하고 있다.
K콘텐츠 보호를 위한 불법 해외사이트 즉시 차단 방안도 마련했다.
정부를 ‘규제기관’이 아니라 ‘지원 및 육성기관’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런 노력이 진짜 성장으로 연결되려면 탄탄하게 받쳐줘야 할 사항이 있다.
바로 ‘법제의 혁신’이다.
지난 10월 1일 열린 미래법제 국제포럼에서도 이 점이 강조됐다.
참석자들은 AI 같은 신기술이 국가 경쟁력의 판도를 바꾸는 구조적 혁신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법과 제도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혁신은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이 더는 혁신을 묶어두는 족쇄가 아니라 혁신을 안전하게 뒷받침하는 기반이 돼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법제처는 정부의 법제 총괄 기관으로서 법령안 심사·해석·정비는 물론 부처 간 이견 조정과 법령 정합성 검토 기능을 갖고 있다.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이 체계적으로 작동하도록 법제처가 적극적으로 나서 협력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신기술 분야에선 법이 발목을 잡지 않도록 입법 단계부터 ‘예측 가능한 법제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기업이 도전할 수 있는 환경,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제도를 함께 면밀히 설계하는 것이다.
정부가 규제 법제 혁신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법제처도 이를 위한 법제 지원을 충실히 이행할 계획이다.
규제는 불편을 줄이는 장치가 아니라 미래를 여는 길잡이가 돼야 한다.
기술 발전을 두려움이 아니라 희망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 바로 법과 제도의 역할이다.
규제가 바뀌면 기업이 바뀌고 산업이 바뀌며 결국 국민 일상까지 변한다.
그 출발점이 법제 패러다임 전환이다.
법제처는 신기술이 국민 삶 속에서 꽃필 수 있도록 유연하면서도 책임 있는 법제 환경을 만들어갈 것이다.
규제의 벽을 허물고 새 길을 내는 일, 그것이 대한민국의 진짜 성장을 향한 첫걸음이다.
국민이 체감하고 기대할 수 있는 법제, 그 중심에 법제처가 함께하겠다.
[기고] 규제 패러다임 전환으로 성장문 열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