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우 우버택시 코리아 총괄
온 세상이 미증유의 기술 혁신으로 뜨겁다.
그 속도와 방향을 감히 예측할 수 없는 요즘, 비즈니스 리더들은 종종 길을 잃은 듯한 기분이다.
뒤처지는 건 아닌지, 기술 변화가 순풍일지 역풍일지 등 답을 내기 어려운 고민이 이어진다.
글로벌 플랫폼의 한국 사업을 총괄하는 필자 역시 이런 고민이 일상이다.
그리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문제 해결의 본질은 결국 ‘고객 경험’과 ‘현장 경영’에 기반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있다.
고객으로서 플랫폼을 경험해 보지 않는 경영자는 자신의 음식을 먹어보지 않고 식당을 운영하는 유명 셰프와 같다.
그래서 필자는 작년 가을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택시를 운전했다.
짧게는 5시간, 길게는 10시간씩 주말에 운전대를 잡으며 승객과 기사들을 훨씬 깊게 이해하게 됐고, 이를 바탕으로 더 타율 높은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었다.
테크 기업의 일원으로서 필자는 매일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하지만, 데이터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가끔은 ‘데이터 너머의 세상이 궁금하지 않니?’라는 질문을 받는 듯하다.
그리고 현장에서 문제들이 비로소 이해되고 해결되는 순간, 묘한 성취감을 느낀다.
이렇게 고객 경험은 올바른 사업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나침반이 된다.
현장 경영은 인공지능(AI) 시대에 진부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답은 결국 현장에 있다고 믿는다.
필자는 머리가 답답하고 해답이 떠오르지 않을 때면 택시를 타는 관광객이나 직장인을 관찰한다.
주말에 택시 운행을 한 뒤에는 휴게실에서 동료 기사들과 잡담하며 궁금한 점을 묻는다.
물론 현장에 나간다고 해서 바로 답이 나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관찰의 조각들이 어느 순간 퍼즐처럼 맞춰지며 ‘유레카’를 외치는 때가 온다.
머릿속 해묵은 숙제가 풀리는 것이다.
현장 경험을 통한 깨달음은 선물처럼 찾아오며, 그 쾌감은 무엇과도 바꾸기 어렵다.
한 가지 사례로, 우버는 ‘높은 기사 콜 취소율’ 문제가 있었다.
이 고민을 안고 택시 운전을 하던 날이었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던 중 실수로 화면을 터치했는데, 의도치 않게 콜이 수락되는 경험을 했다.
바로 그 순간, 데이터로는 보이지 않던 문제의 본질을 깨달았다.
기사 편의를 위해 도입한 ‘화면 터치’ 수락 기능이 오히려 ‘의도치 않은 수락’을 유발했고, 높은 취소율로 이어졌다는 점을. 현장의 깨달음을 바탕으로 별도의 수락 버튼을 만들자 기사 콜 취소율 문제가 현저하게 개선됐다.
현장에서 답은 저절로 나오지 않는다.
현장을 관찰하고 사람들의 행동을 이해하려 노력할 때, 비로소 답들이 하나둘씩 매직아이처럼 떠오른다.
현장 경험이 축적돼 경영자의 ‘직관’이 된다.
현장에서 얻은 직관은 그래픽처리장치(GPU) 수만 개보다 경영자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답을 찾도록 돕고, 기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이끌 것이다.
[한경에세이] AI가 대체할 수 없는 현장 경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