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위기에 처한 석유화학에 이어 철강산업에 대해서도 설비 감축 등 구조조정을 유도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는 건설 경기 위축으로 수요가 급감한 철근 등 범용재 설비는 줄이는 대신 고부가가치 특수탄소강 등을 키우는 산업 고도화 방안을 논의했다.
석유화학은 지난 8월 발표한 산업구조 재편 방안을 통해 최대 370만t 규모의 나프타분해설비(NCC)를 줄이는 목표를 내놨다.
국내 생산 능력(1470만t)의 25%에 달하는 설비를 자율 감축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석유화학과 철강은 중국발 공급 과잉과 국내외 수요 부진 탓에 제살깎아먹기 경쟁에 노출됐다.
산업 전체가 공멸하는 최악의 상황을 막으려면 더는 구조조정을 미루기 어려운 이유다.
유럽연합(EU)과 일본은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석유화학 고도화를 추진했다는 점에서 우리가 한참이나 늦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 만큼 매몰 비용이 계속 불어나고 있다.
그렇지만 구체적인 성과가 빠르게 나올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기업 현장에서 나오고 있어 우려된다.
정부가 내세운 ‘자율 구조조정’ 방식만으로는 실질적인 설비 감축으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얼마 전 석유화학업계에 “약속한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신속한 자율 구조조정을 주문한 것도 기업 간 조율이 잘 안되고 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정부가 개별 기업의 일상적인 경영 의사 결정에 개입하는 것은 물론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산업 정책의 큰 틀 안에서 리더십을 갖고 설비 통폐합, 부실사업 정리 등의 구조조정 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별개 문제다.
감산과 설비 감축은 인력 구조조정을 동반할 수밖에 없고 노사 분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정부 역할이 필요하다.
기존 틀에서 벗어나 산업 재편을 확실하게 유인할 파격적 규제 완화와 재정·세제 지원도 정부가 맡아야 할 일이다.
기존 주력 산업의 구조 개편 골든타임을 놓치면 다음을 기약하기 어렵다.
어떤 형태로든 일단 주력 산업을 살려놓는 것이 중요하다.
[사설] 철강·석유화학 구조조정 성과 내려면 정부도 적극 지원 나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