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 26만개 공급
젠슨 황의 선물이 축복되려면
안정적 전력 공급이 절대적
美, 사고 원전 바로 옆도 재가동
고리2호기 늦출 이유 없어
AI 시대, 실용적 에너지믹스 짜야
윤성민 수석논설위원
인공지능(AI)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가.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계량화할 수 있는 물질주의적 관점에서 AI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는가. 그것은 AI 소비자인 우리의 질문 요청을 AI 모델이 저장된 데이터센터 서버랙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 추론·응답하는 상호작용이다.
그 과정을 가능케 하는 물리적 힘은 전적으로 전기다.
AI 세상을 움직이는 데는 얼마나 많은 전기가 필요한가. AI 모델을 만들 때부터 막대한 전력이 소모된다.
매개변수(파라미터)가 1조8000억 개로 알려진 오픈AI GPT-4의 훈련에는 50GWh(기가와트시)의 전력이 소모됐다.
한국 전체에서 40분가량 소비되는 전력 규모다.
AI가 본격적으로 전기 블랙홀이 되는 것은 모델 개발 후부터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과학분석 잡지인 ‘MIT 테크놀로지리뷰’가 얼마 전 우리 생활 속 AI의 전기 소모량을 분석했다.
기금 모금 자선 달리기 행사 개최를 위해 AI에 모금 방법에 대해서 15번, 전단 홍보물용 이미지에 대해 10번, 인스타그램용 영상용으로 3번을 요청했다고 가정할 때 예상 전력 소비는 약 2.9KWh(킬로와트시)다.
전기자전거로 160㎞를 주행하거나, 전자레인지를 3시간30분 돌리는 에너지양이다.
이런 AI 전력 소비가 전 세계적으로 이뤄진다고 생각해 보자. GPT-4의 상위 버전인 GPT-5를 사용하면 질문 1건당 8.7배의 전력이 더 든다.
세계에서 하루 25억 건의 질문 요청이 있다고 하면 하루 전력 소모량은 45GWh, 원전 2~3기의 전력량 수준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은 2030년에 지금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945TWh(테라와트시)로 팽창할 것이라고 한다.
일본 전체의 전력 소비량보다 많다.
이번 경주 APEC 행사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젠슨 황의 선물’이었다.
GPU 26만 개 확보에 따라 미국, 중국에 이어 AI 3강의 기폭제를 마련했다고 한껏 들떠 있다.
그 흥분 속에서 잊힌 중요한 기사가 있다.
일본의 대미 투자액 5500억달러 중 최우선으로 3200억달러가 미국의 전력 인프라 구축에 투입된다는 내용이다.
신형 원전 건설 1000억달러를 비롯해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발전소, 변전소, 송전망 등 전력체계 개선 작업에 이 막대한 돈이 쓰이게 된다.
미국은 전력 확보에 왜 이리 다급하게 나서는가. 미국 전역에는 3800개 데이터센터가 있고, 2030년까지 매년 10%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2018년만 해도 미국 전기 소비의 2%도 안 되던 데이터센터 비중은 2030년에 1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가 없어 데이터센터를 못 돌리면 AI 전쟁에 참전조차 못 하는 것이다.
로봇, 자율주행차 같은 피지컬 AI와 우주 개발은 미국이 중국과의 패권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할 경쟁력이다.
미·중 전쟁을 판가름할 첨단 무기 개발의 베이스가 AI 데이터센터가 되는 것이다.
미국의 전력 르네상스에 투자하는 일본으로선 미국과 원전 동맹 및 AI 동맹의 중요한 구성원이 될 기회로 보고 있을 것이다.
엔비디아로부터 공급받는다는 GPU 26만 개를 모두 가동하려면 원전 1기에 맞먹는 추가 전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전문가들이 안전을 보증한 고리 2호기는 이른 시일 안에 재가동에 들어가야 한다.
미국은 최악의 원전 사고가 난 스리마일섬 1호기 바로 옆 2호기에 대해선 2027년부터 재가동에 나설 정도다.
신규 대형 원전과 SMR 건설을 서두르는 한편 유럽연합(EU) 그린 택소미아에 포함된 천연가스 발전도 과도기적으로 생각할 만하다.
천연가스 발전은 석탄 발전의 55% 수준으로 온실가스가 발생하지만, 데이터센터 인근에 빠른 시일 내에 지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합리적 에너지 계획을 왜곡할 우려가 크다.
원전의 전기 생산 효율성이 90~95%인 데 비해 태양광과 풍력은 최적의 조건에서도 25~45%에 불과하다.
특히 세계적으로도 신재생에너지 여건이 최악으로 꼽히는 한국은 여의도 수십 배 크기의 에너지저장장치(ESS) 부지와 1000조원대의 설치 비용이 추정된다.
AI는 단순히 소프트웨어산업이 아니라 막대한 전력을 기반으로 한 ‘전력 집약형 산업’이다.
AI는 업의 본질상 전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윤성민 칼럼] AI 강국, 핵심 戰力은 電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