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나 일본인이나 술을 즐기는 건 비슷하지만 음주문화는 제법 차이가 있다.
그중 하나가 술주정을 대하는 태도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저 친구 쌓인 게 많았나 보다” 하고 이해하는 편이지만 일본은 다르다.
술을 마셨으니 실수할 수도 있지 하고 대충 넘어가는 문화가 아니다.
주정뱅이는 어울릴 사람이 없다.
술에 관대한 문화는 ‘주취 감경’이라는 용어에서도 잘 드러난다.
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는 형량을 깎아준다는 말이다.
조두순 사건 이후 법원이 거의 적용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인명 피해를 낸 음주 운전자에게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게 한 이른바 ‘윤창호법’이 제정된 게 2018년이다.
하지만 이후로도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평가다.
벌금형 대신 집행유예가 늘어난 정도가 눈에 띄는 변화다.
2023년 기준 기소된 사람 중 실형을 받은 건 10명 중 1.5명꼴에 그친다.
초범이라고, 피해가 경미하다고, 생계형 운전자라고 봐준다.
최근 한국에 효도 여행을 온 일본인 모녀가 동대문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엄마가 숨지고 딸은 중상을 입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소주 3병을 마신 운전자는 면허 취소 기준을 훌쩍 넘는 만취 상태였다.
쇼핑을 마치고 낙산공원 성곽길로 향하던 두 모녀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얘기를 도란도란 나누고 있었을지 모르겠다.
‘케데헌의 나라’ 한국에서의 첫날은 악몽으로 변했다.
일본 언론들은 레이싱카처럼 돌진하는 사고 당시 장면을 내보내며 한국의 음주운전 사고가 일본의 6배나 된다고 전했다.
최근 5년간 사고가 7만 건에 사망자가 1000명을 넘는다며 한국 여행 주의를 촉구하기도 했다.
일본은 한국보다 20년 정도 앞선 2001년부터 음주운전 규제를 강화해 교통안전 문화를 정착시킨 게 양국의 차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부끄러운 일이다.
처벌 강화도 중요하겠지만,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니라 범죄라는 인식을 갖지 않는 한 도로 위 흉기에 허무하게 목숨을 잃는 비극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천자칼럼] 나라 망신 음주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