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지구상의 총 생물종은 약 3000만종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인구 증가와 야생동식물의 남획, 각종 개발 및 환경오염 등으로 자연 서식지의 파괴에 따라 매년 2만5000종에서 5만종의 생물이 멸종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물종의 감소는 이용가능한 생물자원의 감소뿐만 아니라 먹이사슬을 단절시켜 생태계의 파괴를 가속화합니다.
올해는 1995년 1월 1일 국내에서 생물다양성협약이 발효된 지 30년이 됩니다.
동식물을 아우르는 종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하지만 알지 못했던 신기한 생태 이야기를 ‘에코피디아(환경 eco+사전 encyclopedia)’란을 통해 국립생태원 연구원들로부터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큰부리까마귀[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도심 한복판에서 사람을 향해 날아드는 까마귀, 특히 큰부리까마귀의 존재는 이제 낯설지 않다.
몇 해 전만 해도 밤하늘을 뒤덮으며 소음과 분변 피해를 남기던 까마귀가 이제는 사람을 직접 공격하는 사건으로 뉴스에 등장하고 있다.
사람들은 까마귀를 지능이 높고 시끄러운 새쯤으로만 인식해왔기에 이런 변화는 놀라움과 당혹감을 안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돌발행동이 아닌, 인간과 자연이 도심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충돌하며 벌어진 결과다.
큰부리까마귀(Corvus macrorhynchos)는 한국에 서식하는 4종의 까마귀 중 가장 크고, 두껍고 긴 부리를 가진 종이다.
사계절을 한 지역에서 살아가는 텃새이며, 영어로는 ‘Large-billed crow’ 혹은 ‘Jungle crow’라 불린다.
‘정글’이라는 이름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복잡한 구조물과 높은 건물이 밀집한 도심 환경은 까마귀의 눈에 정글처럼 보일 수 있다.
실제로 이들은 깊은 산이나 논보다도 사람의 흔적이 가득한 도심을 더 선호한다.
도시의 높은 건물은 둥지를 짓기에 안성맞춤이며, 사람들의 쓰레기 속 음식물 찌꺼기는 안정적인 먹이 자원이 된다.
여기에 천적이 적고 비교적 따뜻한 기후까지 더해지면, 도시는 까마귀에게 생존의 오아시스가 된다.
흥미롭게도 큰부리까마귀는 아침이면 도심으로 이동해 먹이를 찾고, 저녁이면 강변이나 외곽으로 이동해 휴식을 취하는 ‘도심 출퇴근형’ 생활 패턴까지 보여준다.
이들은 이미 도시 생태계의 일부가 된 셈이다.
문제는 까마귀가 도시에 적응한 것을 넘어 사람을 공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히 봄에서 초여름 사이, 번식기가 되면 공격성이 두드러진다.
이 시기의 까마귀는 둥지와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사람에게 위협적으로 반응한다.
둥지 근처를 지나가기만 해도 머리를 쪼거나 발톱으로 가격하는 식의 공격을 가하는데, 실제로 부상을 입은 사례들도 보고되고 있다.
학교나 공원, 아파트 단지 등 사람들이 자주 오가는 장소일수록 이 같은 일이 잦다.
여기에 까마귀의 뛰어난 기억력은 갈등을 더욱 심화시킨다.
이들은 자신에게 위협을 가한 사람의 얼굴을 기억해 시간이 지나도 다시 공격할 수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1년 이상 얼굴을 기억하는 사례도 있을 정도로 인지 능력이 뛰어나다.
단순히 옷이나 모자를 바꾸는 것으로는 소용이 없고, 오히려 눈을 가리는 선글라스가 얼굴 인식을 방해해 공격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까마귀는 번식기가 되면 공격성이 두드러진다.
[챗GPT를 사용해 제작] 그렇다면 우리는 이들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까마귀의 번식기에 둥지 주변을 우회하고, 자극을 피하는 것이다.
높은 나무나 전신주 등에서 반복적인 울음소리가 들리고 까마귀가 맴돈다면, 그 근처에 둥지가 있을 가능성이 크므로 주의해야 한다.
단단한 모자나 우산을 활용해 물리적으로 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며, 앞서 언급한 선글라스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한편 반복적인 피해가 발생하는 지역에서는 지자체와 생태 전문가가 협력해 까마귀 둥지를 이전하거나 경고 표지판을 설치하는 등 비살상적인 방식으로 갈등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까마귀를 해로운 존재로 단정하지 않고, 도시 생태계의 구성원으로 인식하는 태도다.
까마귀는 인간이 만들어낸 도심 환경에 가장 빠르고 영리하게 적응한 생물이다.
이제 도시는 더 이상 인간만의 공간이 아니다.
까마귀를 이해하고, 그들의 생태를 존중하는 순간 도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공존은 단순히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방식이다.
생명과 생명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는, 그러한 이해에서 출발한다.
이은옥 국립생태원 생태신기술팀 선임연구원
1년 지난 얼굴도 기억…큰부리까마귀의 이유 있는 공격[에코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