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혹성탈출 장면 올리며 격앙된 반응
제이미 다이먼 등 '큰손'들은 "일단 돕겠다"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자본주의의 심장부,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가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34세의 조란 맘다니의 뉴욕 시장 당선에 떨고 있다.
수백만 달러를 쏟아부어 낙선 운동까지 벌였던 월가의 ‘큰손’들은 절망과 체념을 표출하고 있다.
조란 맘다니가 뉴욕 시장에 당선되자 뉴욕 상류층에서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일(현지시간)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뉴욕 상류층 사이에 “깊은 패배감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일부 인사는 노골적인 절망감을 표출했다.
AQR 자산운용의 공동 창업자 클리프 애즈니스는 엑스(X)에 영화 ‘혹성탈출’의 마지막 장면, 즉 해변에 파묻힌 자유의 여신상 잔해를 보고 지구가 파괴됐음을 깨닫는 사진을 게시했다.
맘다니의 당선을 ‘뉴욕의 종말’에 빗댄 것이다.
프로페셔널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CEO 앤서니 폼플리아노는 “세계 금융 중심지의 시장으로 사회주의자가 당선된 것은 그야말로 미친 짓”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
임대료 동결 공약에 직격탄을 맞게 된 부동산 개발업자들과 건물주들 역시 침울함 속에서 향후 대응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이들의 분노가 단순한 이념적 거부감을 넘어선 데는 이유가 있다.
억만장자 투자자 빌 애크먼을 필두로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시타델’ 등 월가의 거물들은 맘다니의 돌풍을 막기 위해 상대 후보에게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직원들의 투표까지 독려했다.
하지만 빈부격차에 지친 청년층의 표심을 얻은 맘다니의 승기를 꺾는 데는 처참히 실패했다.
반면, ‘절망’ 대신 ‘현실’을 택한 이들의 발 빠른 움직임도 감지된다.
가장 극적인 반응은 맘다니 낙선 운동의 선봉에 섰던 빌 애크먼에게서 나왔다.
그는 돌연 엑스에 맘다니의 당선을 축하하는 글을 올리며 “내가 뉴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무엇이든 알려달라”고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과거 맘다니를 ‘마르크스주의자’라 칭했던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 역시 “맘다니를 돕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제인 프레이저 시티그룹 CEO, 랠프 슐로스타인 에버코어 투자은행장 등도 “새 시장과 협력해 더 나은 도시를 만들겠다”며 일단 ‘협력 모드’로 자세를 바꿨다.
월가의 이런 ‘표정 관리’는 맘다니의 급진적 공약(임대료 동결, 최저임금 인상, 무상 버스)만큼이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를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은행 라자드 출신의 안토니오 바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 예산 삭감 등을 위협하는 상황”이라며 “사회주의자 시장이 이끄는 뉴욕과 워싱턴의 관계가 진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