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검찰의 약식기소 받아들여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예능 대부’ 개그맨 이경규 씨가 ‘약물 운전’ 혐의로 결국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정식 재판 없이 서면 심리만으로 이 씨에게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특히 이 씨의 혐의가 자신의 차와 똑같이 생긴 ‘남의 차’를 몰고 가다 절도 의심 신고로 덜미를 잡힌, 한 편의 코미디 같은 황당한 전말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개그맨 이경규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은 지난달 31일, 도로교통법 위반(약물 운전) 혐의로 약식 재판에 넘겨진 이경규 씨에게 검찰이 청구한 대로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을 선고했다.
약식명령은 혐의가 비교적 가볍다고 판단될 때, 법원이 정식 공판 절차를 거치지 않고 서류만 검토해 벌금 등을 부과하는 간이 재판 절차다.
이 씨의 아찔하고도 황당했던 운전은 지난 6월 8일 낮 2시경,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거리에서 벌어졌다.
당시 이 씨는 처방받은 약물을 복용한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다.
문제는 그가 탑승한 차가 자신의 차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는 자신의 차량과 차종, 색깔이 완전히 동일한 다른 사람의 차 문을 열고 그대로 운전해 이동했다.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차량 주인의 ‘절도 의심’ 신고로 이어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차량을 세워 이 씨의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그의 상태가 온전치 않다고 판단했다.
현장에서 이뤄진 약물 간이 시약 검사 결과는 ‘양성’이었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날 뻔했던 사건이 ‘약물 운전’이라는 형사 사건으로 전환되는 순간이었다.
경찰은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정밀 감정에서도 동일한 약물 성분이 검출됐다는 양성 결과 회신을 받았다.
이에 경찰은 이 씨를 소환 조사한 뒤, 지난 7월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 초기부터 이 씨는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그는 경찰 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공황장애 약을 먹고 운전하면 안 된다는 것을 크게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하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악의적인 의도가 아니었음을 호소했지만, 어떤 이유로든 약물 복용 후 운전대를 잡은 행위 자체는 명백한 법 위반이었다.
검찰은 이 씨가 혐의를 시인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해 정식 재판 대신 벌금 200만 원에 약식기소했고, 법원 역시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만약 이경규 씨가 이번 법원의 약식명령에 불복할 경우, 명령문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혐의를 모두 인정한 만큼 정식 재판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