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샘
55년 만에 처음으로 민간 공개
손만 넣었는데 무더위 씻겨줘
구상나무 대표목 행사도 열려
한라산국립공원 해발 1660m에 위치한 백록샘. 제주도 제공
5일 한라산 백록샘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흐르고 있다.
서귀포=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 “이 작은 샘물이 흐르고 흘러 한라산 남쪽 최대 하천인 효돈천을 만들었습니다.
효돈천은 관광 명소이자 물놀이 장소로 잘 알려진 돈내코와 쇠소깍을 품은 하천입니다.
” 5일 새벽 제주 한라산 영실코스에서 윗세오름을 거쳐 2시간 정도 산을 오르니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땡볕에 지칠 대로 지친 참가자들은 간절한 마음을 갖고 물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귀를 기울였다.
이어 안전요원의 안내하에 탐방로에서 벗어나 80여m를 걸으니 마침내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샘인 백록샘(해발 1675m)을 볼 수 있었다.
백록샘은 한라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1970년 3월 이후 단 한 번도 민간에 개방된 적이 없는 곳이다.
백록샘에 손을 담가보니 ‘앗 차가워’라고 할 정도로 더위를 순식간에 씻어줬다.
이날 백록샘 개방은 국가유산청이 주최하고 제주도가 주관하는 ‘2025 제주 국가유산 방문의 해’ 시즌2 프로그램 중 하나다.
이달 7일 본격적으로 민간에 공개하기 전에 전문가와 언론 관계자 등 50여 명이 먼저 백록샘을 찾았다.
5일 한라산 백록샘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흐르고 있다.
서귀포=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 김종갑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 과장(박사)은 “백록샘에서는 하루 평균 210t가량의 물이 솟아오르고 바닷물까지 장장 18km를 흐른다”며 “화산 지형의 높은 고지에서 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지질학적으로 연구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찬수 한라산생태연문화연구소장은 “한라산을 목장으로 사용하던 시절 백록샘은 목축민들이 생명수처럼 마신 샘”이라며 “백록샘에서 나오는 물이 정확히 어디서 나온 것인지는 조사된 바 없다.
용암이 흐르면서 만들어진 지층 사이를 흐르고 있는 물이 솟아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백록샘에서 약 40분 거리에 있는 곳(남벽분기점에서 돈내코 방면 해발 1600m 지점)에서는 ‘구상나무 대표목’ 공개 행사도 함께 열렸다.
대표목의 수고는 6.5m, 밑동 둘레는 40cm, 나이는 72년으로 추정된다.
한라산 구상나무는 1904년 종자가 국외로 반출돼 ‘크리스마스트리’로 개량되면서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나무다.
하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1918년 1168.4ha(헥타르)에 달했던 한라산 구상나무 숲이 2021년에는 606ha로 48.1%(562.4ha) 감소해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됐다.
고종석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장은 “구상나무 대표목은 기후변화 연구의 지표종으로 높은 보존 가치를 지닌다”며 “대표목 유전체를 활용해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품종 개발 등 지속 가능한 구상나무 보전에 쓰일 것”이라고 했다.
민간공개 앞둔 한라산 백록샘 가보니…하루 210t 물 솟아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