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뚫린 코스피]
4일 연속 최고가 -10일 연속 상승… 개미는 10거래일간 7.8조 순매도
AI 거품론 완화… 삼성-하이닉스 급등, ‘자사주 소각’ 3차 상법 등 호재 남아
강달러 지속, 원-달러 환율 1389원
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의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사상 처음으로 3,400선을 넘기며 4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3,400 고지를 찍었다.
영업일 기준 4일 연속 사상 최고가를 이어가면서 10일 연속 상승했다.
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하향을 철회하겠다고 공식화한 점이 호재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은 ‘사자’로 상승장을 주도하고, 개인은 ‘팔자’로 차익 실현에 나서는 모양새다.
● 외국인 ‘10거래일 랠리’ 주도
1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35% 상승한 3,407.31로 장을 마쳤다.
10일 코스피가 3,314.53으로 4년 2개월 만에 전 고점을 경신한 후 이날까지 영업일 기준 나흘 내리 종가로 신기록을 새로 썼다.
이날 장 초반에는 코스피가 3,420.23을 찍기도 해 장중 역대 최고치도 나흘 연속 경신했다.
코스피 상승세는 2일부터 10거래일 연속 이어지고 있다.
랠리는 외국인이 주도하고 있다.
상승장이 이어진 2∼15일 외국인은 5조1968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기관 순매수액(2조1318억 원)의 2.4배다.
세계 금융시장에 유동성이 넘치며 국내 증시로 빠르게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을 국내 증시로 끌어들인 동력으로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이 꼽힌다.
7월 말 정부가 발표한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의 인하가 철회될 수 있다는 기류가 나타나며 외국인들이 ‘사자’에 나섰다.
이후 15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종목당 10억 원으로 낮췄던 대주주 기준을 기존의 50억 원으로 유지하겠다고 확언하자 코스피가 다시 힘을 받았다.
반면 개인은 10거래일 내내 순매도에 나서 7조8443억 원어치를 시장에 내놨다.
개미 투자자들은 상승 랠리가 길어질 때마다 차익 실현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
2019년에는 역대 최장인 ‘13거래일 연속 코스피 상승’이 두 차례 있었는데 개미 투자자들은 그중 9월 4∼24일 하루도 빠짐없이 순매도를 했다.
2019년 3월 28일∼4월 16일 랠리 때는 개인 투자자들이 13거래일 중 이틀만 빼고 순매도 행렬을 이어갔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인 투자자들 중 일부는 너무 단타로 몰입한다”며 “우리나라도 개인 퇴직연금을 장기간 주식에 투자하는 식으로 문화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AI 거품론’ 완화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급등
랠리를 이끄는 또 다른 축은 인공지능(AI) 반도체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중순에 “투자자들이 AI에 과도하게 흥분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AI 거품론’을 제기했지만 최근 이 우려가 완화되고 있다.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의 주가가 10일(현지 시간) 33년 만에 최대치인 35.95% 폭등한 것이 대표적인 시그널이었다.
AI 덕분에 오라클의 클라우드 수요가 급증해 주가에 영향을 줬다.
그러자 국내 AI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최근 10거래일간 삼성전자 주가는 13.1%, SK하이닉스의 주가는 29.3% 올랐다.
이 기간 외국인의 순매수 1, 2위 종목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였다.
반면 개인은 순매도 1, 2위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다.
코스피를 둘러싼 상승 동력이 남아 있어 상승장은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내놓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방안도 조건이 까다롭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조정된다면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주가가 너무 올랐으니 팔아 차익을 보자’는 개미들이 늘면 코스피가 조정될 수 있다.
최근 미국이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15%에서 25%로 높일 수 있다고 압박하는 등 관세 협상의 불확실성도 변수다.
한편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반) 기준 전 거래일보다 0.8원 오른 1389.0원으로 집계됐다.
주식 시장에 외국인 투자금이 대거 유입됐지만 환율은 여전히 1390원에 육박한 것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을 ‘A+’로 하향 조정해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고, 달러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나타낸 영향으로 분석된다.
코스피 3400도 뚫었다… 주식 양도세 리스크 해소에 외국인 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