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뚫린 코스피]
구윤철 “자본시장 활성화 국민 열망”
여론 악화-시장 혼란에 결정 앞당겨
“손익 합리적 반영한 금융 과세 필요”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9.15 뉴스1 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의 기준을 현행 ‘종목당 보유 금액 50억 원’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7월 말 이 기준을 ‘10억 원’으로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뒤 국내 증시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여론이 악화하자 한 달 반 만에 이를 철회한 것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에 참석해 “자본시장 활성화에 대한 국민적 열망과 대주주 기준 유지가 필요하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그동안) 과세 정상화와 자본시장 활성화 필요성 사이에서 많은 고민이 있었다”며 기업과 국민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려는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7월 31일 세제 개편안을 통해 전임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3년 완화한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되돌리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상장 주식을 종목당 50억 원 이상 또는 지분 1∼4%를 보유하면 양도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이 가운데 종목당 보유 금액 기준을 50억 원에서 다시 10억 원으로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기재부에선 “전임 정부에서 대주주 기준을 완화했지만 주식시장 활성화 효과는 제한적이었고, 대주주에 대한 과도한 감세는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하지만 정부 발표 직후인 지난달 1일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3.88% 급락하고 투자자들이 반발하자 여당인 민주당에서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양도세 부과를 피하려고 대주주 지정 시점인 연말에 개인투자자들이 매도 물량을 쏟아내 증시 변동성을 키울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그동안 대주주 지정을 피하려는 연말 매도 효과가 불분명했고, 2015∼2024년 10년간 코스피의 12월 평균 수익률도 1.15%”라고 반박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직접 “굳이 (정부안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4일 만에 정부가 공식 철회를 결정했다.
당초 정부는 연말까지 검토하려고 했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동학개미’들의 표심과 코스피의 방향성, 국정 지지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서둘러 논란을 수습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 금융투자세(금투세) 도입이 무산된 것이 증권 관련 세제의 혼선을 불러온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금투세는 모든 투자자를 대상으로 주식, 채권 등의 금융상품에 투자해 얻은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2020년부터 정부가 도입을 추진했지만 지난해 말 최종 무산됐다.
이로 인해 점진적으로 내렸던 증권거래세율도 내년에 다시 0.2%로 오르게 됐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한국조세정책학회장)는 “대주주 양도세는 기준 금액과 상관없이 연말 매도 관행을 초래하고, 종목별 형평성 문제도 발생한다”며 “소득에 과세하는 기본 원칙에 맞게 손실과 이익을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방식의 금융소득 과세 제도가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말했다.
정부 “주식 양도세 기준 50억 유지”… ‘10억 강화’ 한달반만에 없던 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