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마을 풍경 고스란히 담긴 토스카나 남부 몬탈치노/산지오베제 품종으로 빼어난 와인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만들어/콜 도르치아 1890년부터 와인 생산·다양한 연구로 와인 산업 이끌어
콜 도르치아 와인. 최현태 기자
오랜 세월이 묻어나는 요새의 돌 벽과 교회의 종탑. 구불구불 이어지는 가파른 좁은 골목길 계단 따라 숨바꼭질 하듯 놓인 작은 카페와 와인 샵. 그리고 어머니 품처럼 부드럽게 굴곡진 언덕을 따라 펼쳐지는 아름다운 포도밭까지. 중세 시대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마을은 어디를 찍어도 화보가 됩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이탈리아 토스카나 주 시에나 발 도르차(Val d’Orcia)의 와인 마을 몬탈치노(Montalcino). 해질 무렵 포폴로 광장(Piazza del Popolo)으로 나서자 깊고 진한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와인의 향기가 노을을 타고 번집니다.
몬탈치노 포폴로 광장. 최현태 기자
몬탈치노 포폴로 광장 야경. 최현태 기자
◆시에나 공국 마지막 역사 담긴 몬탈치노
몬탈치노를 비롯한 피엔차(Pienza), 산 퀴리코 도르치아(San Quirico d’Orcia), 카스틸리오네 도르치아(Castiglione d’Orcia), 라디코파니(Radicofani)등 5개 마을이 포함된 발 도르차는 200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습니다.
물결치는 아름다운 언덕, 사이프러스 나무, 구불구불한 골목 길, 고요한 성곽 마을들은 르네상스 화가들의 회화 배경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대표적으로 시모네 마르티니(Simone Martini), 암브로조 로렌체티(Ambrogio Lorenzetti) 같은 시에나 화가들이 발 도르차를 배경으로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토스카나와 몬탈치노 위치. 브루넬로디몬탈치노협회
몬탈치노 위치. 브루넬로디몬탈치노와인협회
몬탈치노 마을 전경. 최현태 기자
마을로 들어서자 높고 웅장한 몬탈치노 성(Fortezza di Montalcino)이 등장합니다.
몬탈치노는 과거 전략적 요충지. 시에나 공국은 피렌체 공국의 침략을 막기 위해 1316년 높은 성벽과 방어탑으로 구성된 몬탈치노 성을 세웠습니다.
1555년 시에나가 피렌체와 스페인 연합군에게 함락되자 시에나의 귀족들은 몬탈치노로 피신, 시에나의 망명 정부를 세우고 4년 동안 저항했던 역사적 장소이기도 합니다.
나중에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이 몬탈치노를 장악하며 몬탈치노는 토스카나 대공국에 통합됩니다.
현재 성안에는 와인을 시음하고 구매하는 와인샵이 있고 매년 브루넬로 와인 축제(Benvenuto Brunello)도 이곳에서 열립니다.
성벽 위로 올라서자 아름다운 언덕과 포도밭, 올리브나무가 이어지는 몬탈치노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져 감탄이 쏟아집니다.
몬탈치노 성. 최현태 기자
몬탈치노 성. 브루넬로디몬탈치노와인협회
브루넬로 성 와인샵. 최현태 기자
◆BDM 와인을 아십니까
몬탈치노 성에서 북쪽으로 걸으면 포폴로 광장으로 이어집니다.
인기 와인샵 다 리지에리(Da Rizieri)는 들어서자 여행자들로 북적입니다.
와인샵 중앙에 놓인 디스펜서에서 10유로 짜리를 선택하고 버트를 누르자 제법 꽤 많은 양의 와인이 글라스에 담깁니다.
조심스럽게 잔을 흔든 뒤 코에 가까이 대자마자 깊은 숲속의 흙, 버섯, 가죽향이 폭발적으로 피어나 순간,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어 버리고 맙니다.
이 마을이 고향인 부르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 와인입니다.
첫 글자를 따 보통 ‘BDM’으로 부르는 이 와인은 이탈리아 와인의 심장, 토스카나를 대표하는 레드 품종 산지오베제로 만듭니다.
이 품종 와인으로 유명한 토스카나의 대표 산지는 키안티 클라시코(Chianti Classico), 몬탈치노, 몬테풀치아노(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Vino Nobile di Montepulciano)인데 이중 몬탈치노의 BDM을 최고로 꼽습니다.
포폴로 광장 와인샵 다 리지에리(Da Rizieri). 최현태 기자
BDM 와인. 최현태 기자
산지오베제는 레드체리, 붉은자두 등 붉은 과일 캐릭터를 지녔고 산도가 매우 높아 장기 숙성잠재력이 뛰어납니다.
이탈리아 피에몬테에서 생산되는 바롤로를 빚는 네비올로와 많이 비교됩니다.
네비올로는 살짝 담배향이 나고 ‘타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탄닌이 엄청 강한 반면, 산지오베제는 탄닌이 홍차처럼 쌉쌀하고 부드러우면서 세련된 느낌입니다.
BDM 와인. 최현태 기자
산지오베제 그로쏘. 브루넬로디몬탈치노협회
몬탈치노에서 생산되는 산지오베제는 ‘산지오베제 그로소(Sangiovese Grosso)’ 라는 클론으로 브루넬로가 바로 클론 이름입니다.
갈색이란 뜻의 ‘부르노(bruno)’에서 유래된 단어으로 ‘갈색 느낌이 나는 산지오베제’라는 뜻입니다.
키안티 클라시코보다 더 남쪽인 몬탈치노는 햇살이 잘 드는 구릉지대 언덕에 포도밭이 펼쳐져 있습니다.
따라서 같은 산지오베제이지만 햇살을 더 많이 받아 껍질이 두껍고 탄탄해 색과 탄닌이 훨씬 풍부, 장기 숙성시키는 풀바디 와인으로 빚어집니다.
키안티 클라시코는 체리, 플로럴, 허브, 약간의 가죽과 흙향의 캐릭터를 지녔고 BDM은 자두, 블랙체리, 향신료, 가죽, 삼나무 캐릭터가 더 강합니다.
콜 도르치아 전경. 홈페이지
◆BDM 역사가 시작된 콜 도르치아
몬탈치노 올드타운에서 남쪽으로 20분을 차로 달리면 몬탈치노 와인의 역사가 시작된 와이너리 콜 도르치아(Col d'Orcia)에 닿습니다.
오르치아 강을 내려다보는 발 도르치아 계곡의 산탄젤로(Sant’Angelo) 언덕에 자리잡은 콜 도르치아는 몬탈치노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와이너리 중 하나로, 브루넬로의 역사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콜 도르치아의 와인 역사는 최소 189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피렌체의 프란체스키(Franceschi) 가문이 이 와이너리를 인수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최초 와이너리 이름은 파토리아 디 산탄젤로 인 콜레(Fattoria di Sant’Angelo in Colle). BDM은 1970~80년대에 이르러서야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는데 와이너리는 이미 1933년 시에나 와인 박람회에 브루넬로 와인을 출품했을 정도로 오랫동안 빼어난 브루넬로 와인을 빚었습니다.
산탄젤로 인 콜레 마을 풍경. 최현태 기자
1958년 형제인 레오폴도와 스테파노 프란체스키가 재산을 분할하면서 산탄젤로 인 콜레라 이름을 사용할 수 없게 되자 레오폴도는 일 포지오네(Il Poggione)를 설립하고 스테파노는 자신의 와이너리를 콜 도르치아(Col d’Orcia)로 지었습니다.
‘오르치아 강 언덕’이란 뜻입니다.
1966년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와인 협회(Consorzio del Vino Brunello di Montalcino)가 설립됐는데 콜 도르치아는 창립 멤버 12명 중 하나입니다.
스테파노 프란체스키는 이후 스페인 국왕 후안 카를로스의 왕실 가문과 혼인했으며, 자녀 없이 지내다 1973년 이 농장을 피에몬테의 주류 사업자 친자노(Cinzano) 가문에 매각합니다.
마로네 친자노 3대 패밀리. 알베르토(초상화), 프란체스코(왼쪽), 산티아고. 홈페이지
콜 도르차는 당시 포도, 밀, 담배, 올리브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했는데 농장을 인수한 알베르토 마로네 친자노 백작(Count Alberto Marone Cinzano)은 몇ha에 불과하던 포도밭을 1980년대 초까지 70ha로 대폭 늘립니다.
또 1992년부터는 운영을 이어받은 아들 프란체스코 마로네 친자노(Francesco Marone Cinzano)가 포도밭을 150ha로 늘렸습니다.
오르차 강에서 산탄젤로 인 콜레(Sant’Angelo in Colle) 마을까지 펼쳐진 포도밭중 브루넬로는 108ha로 콜 도르치아는 브루넬로에서 세 번째로 많은 브루넬로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몬탈치노 토양. 브루넬로디몬탈치노협회
콜 도르치아 포도밭은 일조량이 풍부한 남향으로 남쪽의 해발고도 1750m 아미아타 산(Monte Amiata)이 방패처럼 작용해 폭우나 우박 같은 기상 피해에서 보호합니다.
또 서쪽 지중해인 티레니아해 해안으로부터 약 35km 떨어져 있어 온화한 해양성 기후를 띠며 안개, 서리, 늦서리 현상도 드물어 포도재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합니다.
토양은 석회질과 무기질이 풍부합니다.
포도 생장 기간 내내 맑은 날이 많아 포도가 천천히 완숙하며 남향 포도밭과 독특한 토양 조건은 브루넬로 와인에 구조감과 우아함을 부여합니다.
한국을 찾은 산티아고.
프란체스코와 산티아고. 홈페이지
◆몬탈치노의 유일한 그란디 마르끼
콜 도르치아는 이탈리아 와인 명가 연합체 그란디 마르끼(Grandi Marchi) 회원 18개 와이너리 중 하나로 몬탈치노에서는 유일합니다.
산탄젤로에 있는 아르지아노(Argiano)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콜 도르치아의 3세대인 산티아고 마로네 친자노(Santiago Marone Cinzano)가 가업을 잇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을 찾은 산티아고를 만났습니다.
콜 도르치아 와인은 지에프비노가 수입합니다.
콜 도르치아는 몬탈치노의 선구자 답게 다양한 연구 결과를 브루넬로 생산자들과 공유하면서 브루넬로 와인 산업의 성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콜 도르치아는 클론 연구를 매우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이미 1980년부터 포지오 알 벤토(Poggio al Vento) 포도밭은 몬탈치노 지역 최초의 산지오베제 클론 선별 연구를 위한 실험장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 2003년 20년의 연구 끝에 SG-CDO-4와 SG-CDO-5 클론이 공식 인증됐고 2011년 세 번째 클론 SG-CDO-8도 인증받았습니다.
콜 도르치아는 이 클론들을 브루넬로 생산자 전체와 공유해 몬탈치노 전체 와인의 품질 향상을 이끌고 있답니다.
또 2010년 유기농 인증을 획득, 토스카나 전체에서 가장 큰 유기농 와이너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
콜 도르치아 로쏘 디 몬탈치노. 최현태 기자
◆점심에 마시는 RDM
콜 도르치아 로쏘 디 몬탈치노(Col d’Orcia Rosso di Montalcino)는 레드체리, 건조 체리, 무화과, 감귤꽃향으로 시작해 세이지의 허브향이 이어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레드베리 잼, 흙냄새, 은은한 스파이스가 더해집니다.
부드럽고 잘 익은 탄닌이 산지오베제 특유의 신선한 산도와 균형을 이루며 기분 좋은 과일향이 긴 여운을 남기는 구조감이 좋은 와인입니다.
로쏘 디 몬탈치노는 같은 몬탈치노의 포도로 만들지만 BDM보다는 숙성기간이 짧은 1년 정도로 영할 때 가볍게 즐기는 산지오베제 와인입니다.
1973년 친자노(Cinzano) 가문이 몬탈치노에 정착했을때 ‘비노 로쏘 다이 비녜티 디 브루넬로(Vino Rosso dai Vigneti di Brunello)’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와인이 있었는데, 이는 주로 벌크 형태로 유통되던 와인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지역 내 명칭이었습니다.
이 와인은 1978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와인 품평대회 몽드 셀렉시옹(Monde Selection)에서 골드를 수상한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로 예전부터 높은 품질을 인정받았습니다.
1978년 Monde Selection 골드메달을 수상한 비노 로쏘 다이 비녜티 디 브루넬로. 홈페이지
프란체스코와 산티아고. 홈페이지
“할아버지인 알베르토 마로네 친자노 백작은 이 와인이 일상적으로 점심시간에 즐기기에 딱 좋은 젊은 산지오베제 와인이라고 판단해 생산량을 적극적으로 늘린 결과 3년 뒤인 1976년 콜 도르치아는 몬탈치노 전체 로쏘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게 됐답니다”
이런 콜 도르치아 노력 덕분에 1983년 로쏘 디 몬탈치노는 정식으로 원산지통제명칭 인 DOC(Denominazione di Origine Controllata)를 받게 됩니다.
로쏘 디 몬탈치노는 수확 후 1년 만에 출시돼 산지오베제의 신선함과 과일향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오직 몬탈치노 테루아가 줄 수 있는 깊이와 집중도 높은 풍미를 함께 담고 있습니다.
줄여서 RDM이라고 부릅니다.
콜 도르치아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나스타지오. 최현태 기자
◆피렌체 대학 공동 연구로 탄생한 BDM 나스타지오
콜 도르치아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나스타지오(Col d’Orcia Brunello di Montalcino Nastagio)는 블랙체리, 라즈베리, 오렌지 껍질, 말린 딸기, 무화과에 세이지, 민트, 감초의 허브향, 바이올렛 같은 보라색 꽃향이 더해집니다.
오크가 주는 은은한 바닐라 풍미와 숲속의 마른 흙향, 버섯, 다크 쵸콜릿, 발사믹 노트 등 숙성된 3차향도 잘 올라옵니다.
실키한 질감의 탄닌과 산도의 밸런스도 돋보입니다.
피니시에서 토스트 향도 약간 느껴집니다.
이 와인은 콜 도르치아가 피렌체 대학교와 20년 넘게 공동으로 진행한 다양한 연구 성과의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숙성 방식은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보여줍니다.
500리터 용량의 토노(tonneaux) 오크 배럴에서 1차 숙성을 진행한 뒤, 전통적인 대형 보띠(botti) 오크통에서 추가 숙성을 거치면서 장기 숙성 잠재력을 지니게 됩니다.
작은 오크통에서 숙성되는 첫 해에는 탄닌의 중합 반응과 숙성이 진행되며, 산지오베제 특유의 떫은 맛이 부드러워지고 색상이 안정됩니다.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다당류(polysaccharides)는 와인에 풍부하고 부드러우며 지속적인 질감을 부여합니다.
2년차와 3년차에는 대형 오크통에서 숙성이 이어지며 풍미와 향의 균형이 정돈되고, 섬세하고 우아한 3차 아로마가 형성됩니다.
그 결과 더욱 복합적이고, 산지오베제 고유의 향을 고조시키는 고품질 와인으로 완성됩니다.
‘나스타지오(Nastagio)’는 ‘파토리아 디 산탄젤로(Fattoria di Sant’Angelo)’의 고대 농가의 이름으로, 레오폴도 대공(Grand Duke Leopold)의 지도에도 표기된 유서 깊은 지명입니다.
콜 도르치아 포지오 알 벤토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리제르바. 최현태 기자
◆놀라운 숙성 잠재력 BDM 포지오 알 벤토
콜 도르 치아 포지오 알 벤토 리제르바(Col d’Orcia Poggio Al Vento Riserva) BDM은 시그니처 와인입니다.
2016은 체리, 블러드 오렌지, 장미로 시작해 감초, 트러플, 가죽향이 더해지고 정제된 우아함과 긴 여운이 돋보입니다.
2001은 건조한 체리로 시작해 정향, 가죽, 담배, 모카향이 더해지며 우아한 BDM의 정석을 제대로 보여줍니다.
20년을 훌쩍 넘겼지만 아직 산도가 잘 살아있을 정도로 놀라운 숙성잠재력을 보여줍니다.
이 와인은 오르차 강(Orcia River)을 내려다보는 언덕 중턱, 남쪽으로 완만하게 기울어진 능선에 자리한 포지오 알 벤토 포도밭에서 탄생합니다.
알베르토 마로네 친자노 백작이 1974년 처음 식재한 포도밭으로, 포지오 알 벤토(Poggio al Vento)는 ‘바람 부는 언덕’을 의미하며 이 지역 특유의 토양과 맞물려 뛰어난 품질의 BDM을 만들어 냅니다.
이 포도밭에서 생산된 와인은 강인하면서도 우아한 탄닌을 지녀 전통적인 대형 오크통에서 4년간 숙성한 뒤 병입되고 이후 3년간 추가 숙성을 거쳐 시장에 출시됩니다.
오직 최고의 빈티지에서 생산되며, 몬탈치노에서 순수 산지오베제 품종의 정수를 표현하는 대표 와인으로 꼽힙니다.
산탄티모 수도원. 브루넬로디몬탈치노협회
콜 도르치아 기아이에 비앙케 산탄티모 샤르도네. 최현태 기자
◆‘수퍼 브루넬로’ 산탄티모 올마이아
RDM과 BDM은 산지오베제로 빚지만 카베르네 소비뇽과 샤르도네 등 다양한 국제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 수 있도록 허용된 곳이 몬탈치노 남쪽 산탄티모(Sant'antimo) DOC입니다.
이 곳에 유서 깊은 산탄티모 수도원(Abbazia di Sant’Antimo)을 중심으로 형성된 마을이 있어 이런 DOC 이름을 얻었습니다.
콜 도르치아 기아이에 비앙케 산탄티모 샤르도네(Col d’Orcia Ghiaie Bianche Sant'Antimo Chardonnay)는 잘 익은 오렌지, 사과, 복숭아로 시작해 온도가 오르면서 파인애플, 망고, 멜론의 열대 과일과 약간의 꿀, 재스민의 꽃향 캐슈넛의 견과류, 정교한 토스트향이 더해집니다.
부르고뉴처럼 배럴에서 발효해 오크향과 과일향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지중해 여름의 강렬함이 그대로 담겨 있어 한 모금만으로도 그 생동감과 품격을 느낄 수 있습니다.
콜 도르치아 올마이아 산탄티모 카베르네 소비용. 최현태 기자
콜 도르치아 올마이아 산탄티모 카베르네 소비뇽(Col d’Orcia Olmaia Sant'antimo Cabernet Sauvignon)은 일명 ‘수퍼 브루넬로’ 와인입니다.
잘 익은 블랙베리, 검붉은 후추 스파이스, 붉은 피망, 섬세한 플로럴 노트, 시더, 감초, 바닐라, 호두의 견과류, 흙향, 가죽 다크 초콜릿, 미네랄이 어우러지고 발사믹 노트가 긴 여운을 남깁니다.
1980년대 초 몬탈치노 언덕에 카베르네 소비뇽을 심으며 혁신적인 도전과 비전을 실현한 알베르토 마로네 친자노 백작에게 헌정하는 와인으로 카베르네 소비뇽의 캐릭터와 몬탈치노의 떼루아가 만나 탄생한 걸작으로 평가됩니다.
한 잔의 와인에 건조하고 뜨거운 지중해 여름의 강렬함이 응축돼 있습니다.
콜 도르치아 파세나 모스카델로 디 몬탈치노. 최현태 기자
◆파리 귀부인들이 사랑한 ‘신의 와인’ 모스카델로
콜 도르치아 파세나 모스카델로 디 몬탈치노(Col d’Orcia Pascena Moscadello di Montalcino)는 주로 스위트 와인이 생산되는 브루넬로의 또 다른 DOC 와인입니다.
늦수확(Late Harvest)하는 방식으로 당도를 최대치로 끌어 올린 모스카토 비앙코 100%로 만듭니다.
잘 익은 살구, 복숭아, 귤과 같이 풍성한 과일 향과 엘로우 로즈의 섬세한 플로럴 노트가 돋보이며 잔당이 높지만 상큼한 산도가 뒤에서 잘 받쳐주고 있어 ‘질리지 않는 단맛’을 선사합니다.
블루치즈나 푸아그라 같은 짭조름한 음식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하며 신선한 과일, 페이스트리와 잘 어울립니다.
모스카델로 와인은 르네상스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를 지녔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에 ‘파리의 귀부인들에게 바치는 신의 와인’이라 불릴 만큼, 신성하고 특별한 와인으로 여겨졌습니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holar), 부르고뉴와인 마스터 프로그램,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캘리포니아와인전문가 과정 캡스톤(Capstone) 레벨1&2를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2018년부터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xelles) 심사위원,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펙사 코리아 한국소믈리에대회 심사위원도 역임했습니다.
독일 ProWein, 이탈리아 Vinitaly 등 다양한 와인 엑스포를 취재하며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미국,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세계 최고 산지오베제 와인 산지 이탈리아 몬탈치노를 가다① BDM의 선구자 콜 도르치아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