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수사권 폐지 등 수사·기소 분리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사건 처리 기간이 지연됐다는 주장을 경찰이 15일 반박했다.
  경찰은 평균 형사사건 처리 기간이 2020년 142.1일에서 지난해 312.7일로 2배 이상 증가했다는 대검찰청의 통계를 두고 “경찰 단계만 고려했을 때는 지난해 오히려 사건처리 기간이 줄었다”고 주장했다.
경찰과 검찰이 각각 다른 방식으로 통계를 산출하면서 상이한 결과가 도출된 것이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게양된 경찰청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뉴스1 ◆경찰 “사건 처리 기간 짧아져”   15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사건과 사법경찰 송치사건을 모두 포함한 전체 사건의 평균 처리 기간은 2020년 142.1일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직후인 2021년 168.3일, 2022년 185.8일, 2023년 214.1일로 늘었다.
지난해는 312.7일로 평균 처리 기간이 2020년 대비 2배 이상 길어졌다.
  반면 이날 경찰청이 공개한 경찰의 평균 송치사건 처리 기간은 2020년 55.6일에서 수사권 조정 이후인 2021년 64.2일, 2022년 67.7일로 증가했다가 2023년 63.0일, 지난해 56.2일로 오히려 감소했다.
올해는 지난달 기준 54.4일을 기록했다.
 불송치 사건을 제외한 송치사건 처리 기간도 2021년 51.2일에서 지난해 49.8일, 올해 6월 기준 50.9일로 줄어드는 추세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수사권 개혁 이후 증가했던 평균 사건처리 기간이 다각도로 노력한 결과 개혁 이전 수준으로 단축됐다”고 평가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검찰기가 바람에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대검 통계엔 ‘검찰 직수’ 포함   같은 기간 검찰과 경찰이 산출한 평균 사건 처리 기간의 추이가 상이한 건, 검찰과 경찰의 통계 산출 방식이 달라서다.
  대검은 ‘경찰이 송치한 사건’과 ‘검찰이 직접수사한 사건’을 모두 통계에 포함했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의 경우 ‘경찰’에 사건이 접수된 날부터 ‘검찰’이 사건을 기소 등 종국처분한 날까지, 검찰이 직접수사한 사건은 검찰에 사건이 접수된 날부터 사건을 종결한 날까지로 사건 처리 기간을 계산했다.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은 검찰이 종결일자를 조회할 수 없어 제외했다.
  반면 경찰청은 ‘경찰’이 접수한 사건만을 대상으로 기간을 산출했다.
경찰이 사건을 접수한 시점부터 ‘경찰’이 종결한 시점까지를 사건 처리 기간으로 봤다.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거나 보완수사 결과를 통보하면 경찰 단계에서 사건은 종결된다.
  대검 통계에 검찰이 직접수사한 사건도 포함된 것과 관련해 한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사건 처리 기간이 300일이 넘는다는 통계는 검찰의 직접수사가 길어졌다는 것으로밖에 설명이 안된다”며 “검찰과 경찰 간 ‘사건 핑퐁’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 ‘보완수사 요구=종결’로 판단   송치된 후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로 인해 새로운 사건번호가 부여돼 경찰로 돌아온 사건을 새로운 사건으로 집계할 것인지를 두고도 양측은 이견을 보였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이 경찰 사건을 넘겨받았다가 보완수사 요구로 사건을 다시 경찰에 돌려보낼 경우 해당 사건은 종결 처리되고, 경찰에 넘어간 사건엔 새로운 사건번호가 부여된다.
  대검 관계자는 “보완수사 요구 등으로 경찰과 검찰을 오가며 사건번호가 새로 부여되더라도 동일한 사건으로 통계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사건번호만 다를 뿐이지, 동일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반면 경찰청은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로 사건이 새로운 사건번호가 부여되면 기존 사건은 종결되고 새로운 사건이 접수됐다고 봤다.
  예컨대 경찰이 1월1일 한 피의자의 사기 혐의 사건을 접수해 수사한 후 15일 검찰에 송치하고 검찰이 2월 1일 보완수사 요구를 통해 사건을 돌려 보냈다면 사건번호가 접수될 때 부여됐던 A에서 B로 바뀐다.
 3월1일 경찰이 검찰에 보완수사 결과 통보 4월1일 검찰 기소가 이뤄졌다고 가정할 때, 경찰은 A사건의 처리 기간이 1월1일부터 2월1일까지 한 달, 새로운 B사건의 처리 기간이 2월1일부터 3월1일까지 한 달이라고 계산하는 것이다.
반면 대검은 A와 B를 동일한 사건으로 보고 이 사건의 처리 기간은 1월1일부터 4월1일까지 3개월이라고 계산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에는 보완수사 기간을 합산해서 처리하는 시스템이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보완수사 요구 처리기간 역시 2023년 107.5일에서 지난해 82.3일, 올해 6월 기준 75.3일로 짧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경간 사건 처리 기간을 두고 벌어진 이같은 신경전에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형사사법 시스템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놓으니, 사건 처리 기간 통계 하나 산출하는 것을 두고도 검경간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민주당이 검찰 개혁이란 명목 하에 수사기관을 더 쪼개고 시스템을 복잡하게 만들면 어떤 실상이 벌어질 지 미뤄 짐작할만 하다”고 꼬집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 후 ‘사건 처리 기간’ 두고 정반대 통계…檢 “산출 방식 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