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만 봐도” “리트윗만 해도”
쉽게 돈 벌 수 있다 유혹하지만
사실은 돈 뜯어가는 사기 행각
심지어 ‘피의자’로 처벌 받기도
‘엔잡’과 ‘부업’이 유행인 시대. 퇴직자와 주부, 대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인들조차 여가를 활용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걷는 시간을 측정해 돈으로 환산해 주는 ‘캐시워크’의 어마어마한 다운로드 수를 보면 부업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절실한지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절실함이 있는 곳엔 항상 귀신같이 찾아가는 것이 있으니, 바로 ‘사기’입니다.
요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가장 흔하게 보이는 단어들은 ‘부업’, ‘재택’입니다.
“나한테 돈을 달라는 게 아니라 일을 시키고 돈을 준다는데 이게 어떻게 사기겠어?”라는 생각에 사람들은 경계심을 내려놓습니다.
“영상만 봐도”, “리트윗만 해도”, “팔로우만 눌러도” 돈을 준다는 말에 혹합니다.
“이제 남편보다 훨씬 잘 벌어요”, “벤츠 차 뽑았어요” 같은 후기는 너무도 달콤해 보입니다.
사기꾼들은 교묘하고 치밀합니다.
다짜고짜 돈부터 요구하면 누구도 속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일종의 투자(?)를 합니다.
단톡방에 피해자를 초대하고, 실제로 영상 시청이나 팔로우 누르기를 지시하고, 약속한 금액을 계좌로 보내줍니다.
그동안 단톡방에 있는 바람잡이들은 “이번 달에 얼마 벌었어요!” 같은 선동 멘트를 날려 피해자를 설레게 합니다.
어떻게 하면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피해자가 어느 정도 넘어온 것 같으면, 범죄조직은 슬그머니 다음 미끼를 던집니다.
바로 ‘팀 미션’입니다.
원금의 30∼40% 수익을 보장한다, 일을 잘하는 사람들만 참여할 수 있다, 아무 문제 없는 합법적인 거래다, 라고 홍보 멘트를 늘어놓으면서 처음에는 아주 소액을 송금하게 합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수익금을 지급합니다.
그렇게 점점 액수를 높이다가 어느 순간에는 이상한 트집을 잡아 “당신이 실수해서 당신의 팀이 다 같이 큰 손해를 보게 되었다”는 비난을 퍼붓습니다.
단톡방에서도 “당신 때문에 망했다”, “대출받아서 한 건데 어쩔 거냐”, “경찰에 고소하겠다”는 등의 ‘몰이’가 시작됩니다.
당황하고 겁먹은 피해자는 ‘피해 복구’를 위해 조직이 요구하는 큰 금액을 송금하게 되고, 심지어 2차, 3차, 4차까지 송금을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러다 결국 계좌가 텅 비거나 대출 한도가 바닥난 다음에야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뒤늦게 인터넷 검색을 해보고, 법률상담을 해보고, 경찰에 신고를 해보지만, 이미 단톡방은 폭파되어 버린 후입니다.
카카오톡 아이디는 대포 아이디로, 송금한 계좌는 대포 계좌로 밝혀집니다.
낙동강 오리알이 됩니다.
참 사기꾼들도 지독합니다.
그냥 돈만 뜯어가는 게 아니라 일을 시키고 돈까지 뜯어가니 말입니다.
드디어 쏠쏠한 일거리를 찾았다고 철석같이 믿었던 사람들은 그 일거리라는 게 사기의 수단이었다는 걸 알고 허탈해합니다.
그냥 사기의 수단이기나 하면 다행이지요. 가끔은 ‘송금 알바’, ‘환전 알바’라는 명목으로 돈세탁을 시키기도 합니다.
이 경우에는 경찰서에 가도 피해자로 취급받는 것이 아니라 피의자로 조사를 받게 되고 심한 경우 처벌도 받습니다.
서민 경제를 좀먹는 보이스피싱을 근절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사법기관, 수사기관, 금융기관은 머리를 싸매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왔습니다.
24시간 콜센터, 계좌지급정지제도, 이체지연제도, ATM기 화면에 표시되는 경고문 등이 그 고민의 결과물입니다.
요즘에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으면 여기저기 정신없이 전화할 필요 없이 112 신고와 동시에 보이스피싱범죄피해자 구제신청을 해서 계좌지급정지조치 등을 원스톱으로 진행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문제는 새로 유행하는 부업 알바 사기가 ‘보이스피싱’에 해당하는지가 모호하다는 겁니다.
현행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서는 ‘통신사기’의 정의를 규정하면서 ‘재화의 공급이나 용역의 제공을 가장한 행위’는 통신사기의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부업 알바 사기의 경우 일단 외형적으로는 용역의 제공을 가장한 것이라고 볼 수 있어서 보이스피싱이 아닌 일반 사기로 의율할 여지가 더 큽니다.
즉 계좌지급정지조치 등 일반적인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자가 받을 수 있는 구제조치를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팀 미션 사기, 부업 사기 알바는 2024년부터 급증하였는데, 이에 이러한 범죄군도 보이스피싱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보이스피싱의 범위를 점점 넓혀갈 경우, 결국 ‘일반 사기죄’와 ‘보이스피싱 범죄’를 구별하는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아예 일각에서는 ‘다중피해사기법’이라고 하여 한 명이 아닌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를 타깃으로 하는 모든 종류의 사기 범죄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계좌를 지급정지시킬 수 있도록 하는 법이 제정되어야 한다고도 주장합니다.
그러나 법은 항상 사람보다 느리게 움직입니다.
다중피해사기법이 실제로 제정되어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후일 것입니다.
팀 미션 사기는 단순히 금전적 이득을 노린 전형적인 사기 범죄를 넘어 인간의 심리적 취약점을 정교하게 파고드는 범죄 유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겉으로는 부업이라는 가면을 쓰고 접근하지만, 그 본질은 피해자의 신뢰, 욕망, 죄책감, 불안을 조작해 결국 자발적 송금을 유도하는 구조입니다.
쉬운 말로는 ‘희망고문’이라고도 합니다.
나를 속이는 것은 결국 나 자신입니다.
그렇기에 가장 믿을 만한 예방책은 ‘의심하는 마음’, 그리고 ‘확인하는 손’입니다.
공신력 있는 기업에 의하여 정식 절차로 진행되는 것이 아닌 아르바이트는 함부로 해서는 안 됩니다.
일이 간단할수록, 돈이 쉽게 들어올수록, 경계하고 뒤로 물러나야 합니다.
작은 유혹은 큰 파국으로 이어집니다.
아무것도 믿을 수 없는 각박한 현실이 서글프지만, 우리는 오늘도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합니다.
피땀 흘려 번 내 월급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서아람 변호사
‘부업’이라는 이름의 독약 [서아람의 변호사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