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독일 뮌헨에서 펼쳐진 유럽 최대 모빌리티쇼 ‘IAA 모빌리티 2025’의 관전 포인트는 내연기관차 시대를 이끌었던 전통의 강호와 신기술·가격을 무기로 뛰어든 신흥 강자의 전동화 주도권 다툼이었다.
안방에서 유럽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선 폴크스바겐, BMW 등 독일 완성차 업계와 샤오펑(XPENG), BYD를 필두로 한 중국 신흥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은 행사장 곳곳에서 감지됐다.
상징적인 장면은 지난 8일(현지시간) 프레스데이 행사가 열린 ‘메세 뮌헨’ 전시장 B1홀에서 연출됐다.
독일 굴지의 완성차 기업인 폴크스바겐그룹 부스 맞은편에 샤오펑이 마치 도전장을 내밀듯 부스를 꾸렸다.
전 세계 취재진을 대상으로 한 발표 역시 폴크스바겐그룹 바로 뒤에 샤오펑이 연달아 진행하면서 두 부스 일대에는 구름 인파가 몰렸다.
이강진 정치부 기자 부스 규모는 폴크스바겐그룹이 샤오펑을 압도했지만, 폴크스바겐그룹 발표 내용에선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맹렬한 추격에 대한 견제가 엿보였다.
폴크스바겐그룹은 2만5000유로(약 4000만원) 수준의 소형 전기차 4종을 내년까지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027년에는 2만유로대의 모델도 내놓을 예정이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 확대를 꾀하는 신흥 업체들에 대응하기 위한 행보인 셈이다.
샤오펑은 고성능 전기 스포츠 세단 ‘넥스트 P7’을 공개하며 전동화 부문에선 기존 완성차 업계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올해 IAA에서 내로라하는 완성차 업체들이 새 전동화 모델 공개에 나선 건 유럽이 전기차 시장의 격전지가 됐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와 전기차 보조금 축소로 시장이 위축되는 반면 유럽은 최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유럽 시장 전기차 판매 대수(137만6720대)는 전년 동기 대비 25.9% 늘었다.
전통의 강호들이 가성비를 내세우고, 신흥 강자들 역시 기술력을 앞세우며 시장 주도권을 놓고 맞붙는 모습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유럽에서 본격화한 전동화 전환과 주도권 다툼은 한국 완성차 업계에도 기회이자 위기다.
기술의 발전과 혁신 그리고 업계의 불꽃 튀는 경쟁은 기존 선도 업체와 맞붙는 도전자들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계기가 된다.
한국차의 합리적인 가격과 성능, 보증·서비스 등을 더 많은 현지 소비자들에게 알릴 기회다.
다만 유럽 시장의 흐름과 선호를 제대로 읽지 못한다면 기존 강호들과 중국 신흥 업체에 밀리는 건 한순간이다.
유럽 전기차 시장 점유율 확대를 향한 현대자동차그룹의 의지는 사뭇 비장하다.
현대차가 유럽에서 선호하는 해치백 형태의 소형 전기차 콘셉트카 ‘콘셉트 쓰리’를 이번 IAA에서 처음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비에르 마르티넷 현대차 유럽대권역장 겸 유럽권역본부장은 “향후 몇 년간 출시될 신차 라인업을 통해 점유율을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유럽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전동화 전환의 시간을 맞은 유럽 시장에서 한국 완성차 업계의 질주를 기대해본다.
[기자가만난세상] 전동화 ‘주도권 다툼’ 치열한 유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