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구금됐던 우리 국민이 겪은 인권침해 실태가 속속 드러나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연합뉴스가 입수한 한 근로자의 ‘구금일지’에 따르면 쇠사슬로 허리, 다리, 손목이 묶여 이송된 사람들은 가림막도 없이 개방된 변기 4개, 소변기 2개뿐인 72인실 임시 시설에 몰아넣어졌다고 한다.
침대엔 곰팡이가 슬었고, 지급된 물에서는 악취가 났다.
근로자에게 노스 코리아(North Korea)라거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붙인 별명인 로켓맨(Rocket man)이라며 웃으며 대화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동맹국을 도우려다 아무런 죄가 없는데도 죄인인 양 결박되고, 수용복을 입은 우리 국민의 수모와 분노를 생각하면 깊은 한숨이 나온다.
  한 근로자는 세계일보와의 서면인터뷰에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단속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단기 상용 비자(B-1) 소지자도 체포했다는 충격적 의혹도 제기했다.
체포 자체의 적법성, 적정성에 중대 결함이 있다는 증언이다.
사실이라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외교부는 어제 인권침해를 전수조사하고, 필요하면 미국 측에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얼마 전 외국인 노동자 지게차 결박사건에 대해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며 철저한 대응을 주문했다.
정부는 이런 기조 그대로 우리 국민에 대한 인권침해 문제도 처리해야 한다.
우선 기업체 파악 내용을 전달받겠다고 하는데 정부가 먼저 직접 나서 조사해 국제법이나 미국 국내법령을 위반 사례가 확인되면 미국 정부에 강력히 항의하고 재발방지를 요구해야 한다.
  미국 정부도 이번 사태에 대한 한국민의 분노를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들(대미투자 해외기업)의 직원을 환영한다”는 립서비스나, 크리스토퍼 랜도 국무부 부장관의 단순한 유감 표명으로 어물쩍 넘어가기엔 동맹국 한국이 받은 충격이 너무 크다.
한국에서는 주말에 미국 규탄시위가 벌어지고, 정치권에서 미국 비난 목소리가 커지는 등 반미 정서가 고개를 들 조짐이다.
한국인의 상처 치유 없이 일방적 관세 압박이나 하다간 2002년 여중생 압사 사건, 2008년 광우병 사태 때와 같은 불행한 일이 재발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미국 정부도 적극 조사에 나서 체포의 적법성, 인권침해 여부를 확인하고, 책임자가 있을 경우 조치하는 것이 한·미 관계를 훼손하지 않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사설] 美 구금 한국인 인권유린 충격, 피해조사·재발방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