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서열론’으로 사법부 총공격
헌정 질서 훼손하는 反민주 행태
정치가 사법 위에 군림하면 안 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어제 “조희대 대법원장은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직격했다.
민주당 소속인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검찰 독재 시대에는 침묵하다가 가장 민주적인 정권 아래에서 무슨 염치로 사법부 독립을 주장하느냐”며 조 대법원장 사퇴를 공개 촉구하자 여당 대표가 가세한 것이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시대적·국민적 요구가 있다면 ‘임명된 권한’으로서 그 요구의 개연성과 이유에 대해 돌이켜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으냐는 점에 대해 아주 원칙적으로 공감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조 대법원장 사퇴 주장에 동조한 것으로 해석됐다.
사법부가 대법관 증원 등을 포함한 여당의 사법개혁에 반발하자 여권이 사법부를 겨냥해 총공세를 펴고 있다.
여당 내에서는 조 대법원장 탄핵 주장도 다시 나왔다.
대통령실은 논란이 일자 “삼권분립 및 선출 권력에 대한 존중감에 대해 ‘원칙적 공감’이라고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임명된 권력’인 사법부는 ‘선출된 권력’인 국회의 요구를 돌이켜보라고 해놓고 삼권분립에 대한 존중감을 언급하니 국민은 헷갈린다.
사법부 독립이 삼권분립의 요체라는 사실은 알고 있나. 대법원장 중도 사퇴는 1993년 김덕주 대법원장이 마지막일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다.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은 사법 독립의 상징이라서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입법부→사법부’라는 식의 ‘권력 서열론’을 펴자 여권에선 대법원장과 사법부를 향한 거친 발언이 쏟아져 나온다.
민주당은 사법이 정치화됐다면서 사법부를 공격하지만, 대다수 정치 사건을 사법의 무대에 올린 건 다름 아닌 정치권이다.
정치가 지금처럼 사법 위에 군림하려 들면 장차 민주주의 헌정 질서가 위태로워질 것이다.
군사정권에서도 무리한 사법 개입은 사법파동을 낳곤 했다.
여권은 과도한 사법부 흔들기를 중단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여권의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조 원장을 사퇴시키고 (이 대통령의) 유죄 판결을 뒤집으려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사법부 공격은 대법원이 지난 5월 당시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조 대법원장 탄핵과 특검 도입 주장으로 으름장을 놓고 대법관 전원을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했다.
대법관 수를 최대 100명으로 늘린다는 법안도 발의했다.
1심 재판 도중 중단된 이 대통령 관련 사건들은 퇴임 이후 재개된다.
여권이 계속 사법부를 압박하면 야당의 주장에 힘이 실릴 것이다.
[사설] 與의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통령실도 공감한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