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재건 담당 부총리 인터뷰
올렉시 쿨레바 우크라이나 재건 담당 부총리 /우크라이나 부총리실 제공
러시아군 공습으로 지난달 28일 파괴된 한국산 열차들의 모습 /우크라이나 부총리실 제공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올렉시 쿨레바(42) 재건 담당 부총리가 12일 본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재건은 단순히 파괴된 것을 원상 복구하는 차원을 넘어, 철도·에너지·스마트시티·산업 생태계를 아우르는 구조적 전환”이라며 “이 분야에서 독보적 경험을 가진 한국이 ‘변혁적 재건’의 핵심 파트너가 돼 달라”고 했다.
서울에서 열리는 ‘글로벌 인프라 협력 컨퍼런스(GICC 2025)’ 참석을 위해 16일부터 한국을 찾는 그는 “전쟁의 잿더미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한강의 기적’을 본받아 ‘드니프로강의 기적’을 일구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쿨레바 부총리는 키이우 주지사, 대통령실 부실장을 거쳐 지난해 9월부터 전쟁으로 피폐화된 전국의 경제·산업 인프라와 지역 사회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중책을 맡았다.
세계은행은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으로 향후 10년간 약 5240억달러(약 728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한국은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교차점에 있다는 지정학적 유사성, 또 양국 모두 북한과 러시아 군사 동맹의 위협을 받는 공통점이 있다”며 두 나라의 협력이 갖는 전략적 의미도 강조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지난 3년 7개월간의 전쟁으로 영토의 19%가 러시아군에 강점돼 있다.
수만 명의 민간인이 죽거나 납치됐다.
800만명이 해외에서, 450만명이 국내에서 여전히 피란 생활 중이다.
30만채 이상의 집이 파괴·손상됐다.
(목이 메어 잠시 침묵) 전기·난방·수도 등 사회 기반 시설도 파괴됐다.
지금도 수십만 젊은이들이 전선에서 조국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
”
―지난 2월 쿠르스크에서 붙잡힌 북한군 포로 2명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우리 정보 당국이 국제인도법에 따라 보호·처리 중이다.
개인에 대한 구체적 사안은 언급할 수 없음을 이해해달라. 북·러 군사 동맹은 한국과 우크라이나 양국에 막대한 위협이다.
우크라이나 안보는 곧 유럽 안보이자 한국의 안보다.
”
―일단 전쟁이 멈춰야 본격적 재건이 가능할 텐데.
“휴전이 전쟁 종식의 첫걸음이 된다면, 언제든 이를 보장할 것이다.
다만 보여주기식 협상, 전쟁을 교착 상태로 몰아넣는 방식은 원하지 않는다.
최근 중국에서 러시아와 북한 간 회담이 있었는데, 양국 간 이런 접촉이 평화로 나아가는 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
”
―재건 사업은 한국보다 미국·유럽 기업들에 먼저 기회가 돌아가지 않을까.
“지난 3년여간 누가 진짜 친구인지 알게 됐다.
한국은 전쟁 초기부터 가장 먼저 직접 지원에 나선 나라 중 하나였다.
위기 때 드러난 우정은 결코 잊을 수 없다.
철도·인프라·첨단기술 등 한국 기업이 진출할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우리는 시장을 활짝 열 준비가 돼 있다.
”
―재건을 위한 구체적 청사진은 어떤 것들이 있나.
“러시아군 점령으로 완전히 파괴된 키이우 인근 소도시 보로댠카에서 시범 복구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폐허가 된 이곳의 재건을 모델로 삼아, 빠르고 효율적이며 투명한 복구 방식을 전국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여기에 한국의 스마트시티, 상하수도, 고효율 에너지 기술, 5G 네트워크, 도시공원 조성 경험을 접목하고 싶다.
”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는.
“우리는 세계 최초로 무인기(드론)를 이용한 군대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한국의 디지털·군수 산업과 결합하면 윈-윈 모델이 될 것이다.
군사용 드론과 관련된 센서, 데이터 처리 기술 등은 실전을 통해 독보적 노하우와 데이터를 축적했다.
리튬 등 자원을 기반으로 한 ‘배터리 동맹’도 가능하다.
”
-한국에 전하고 싶은 말은.
“최근 러시아군 공습으로 한국산 고속 열차가 파괴됐다.
우리에겐 ‘철의 기관차’로 불릴 만큼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던 열차다.
새 열차를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요청하고 싶다.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위한 민주 국가들의 연대에 참여해달라. 정의로운 평화를 향한 길에 한국이 함께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올렉시 쿨레바 부총리
키이우 출신으로 키이우 국립경제대학교에서 국제경제학을 전공했다.
키이우 시의회 의원과 행정부시장을 지내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경제 책사 중 한 명으로 꼽힌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전면 침공 당시 키이우 주지사였다.
현재 재건 담당 부총리 겸 지역 사회 및 영토개발부 장관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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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ploma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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