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법원에선 “참담” “분노”
조희대 대법원장
대법원은 15일 대통령실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발언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대통령실이 민주당의 사퇴 요구에 동조했다는 보도에 ‘오독·오보’라며 거리를 둔 만큼 직접적인 대응은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여권에서 대법원장 사퇴를 계속 주장하고 있어 대법원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 발언이 알려진 이날 오전 대법원 법원행정처 실장급 간부들은 예정돼 있던 회의에서 대법원장 사퇴 요구와 관련한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행정처 한 관계자는 “대법원 차원의 대응 방법 등을 논의했지만, 일단 별도 메시지를 내지 않고 분위기를 지켜보는 쪽으로 정리된 것으로 안다”며 “지난주 전국 법원장 회의에서 이미 ‘대법관 증원’ 등에 우려를 나타낸 만큼 집단행동에 다시 나서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법원행정처 고위 관계자는 “법원장 회의 후 여권의 반발은 있었지만, 대통령실이 직접 (대법원장 사퇴와 관련해) 발언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대통령실 입장도 수위를 낮추고 있는 것을 보면 진짜 대법원장직을 사퇴하라는 압박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여권이 대법원장 사퇴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어서 우려를 갖고 대책을 고심 중”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해 대통령실이 “원칙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가 논란이 커지자 “국민적 요구가 있다면 돌아봐야 한다는 의미”라며 수습에 나선 것을 지목한 것이다.
일선 법원에서도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서울중앙지법 한 관계자는 “하루 종일 대통령실 발언 관련 뉴스를 판사들과 주고받으며 대법원 분위기가 어떤지를 탐색했다”면서 “참담하다는 사람도, 화가 난다는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지방의 한 부장판사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판결에 대한 보복이 이 정도로 노골적일 줄 몰랐다”며 “정치권력이 사법부를 흔드는 것은 훗날 민주주의에 되돌릴 수 없는 상처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퇴근길에서 “정치권의 사퇴 요구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李 선거법 파기 환송 판결, 그 보복이 이리 노골적일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