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겨냥한 협공 이유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공세를 높인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조희대 대법원장 거취를 둘러싼 언급이 15일 더불어민주당과 대통령실에서 동시에 나왔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조 대법원장의 임기는 아직 1년 9개월이 남아 있다.
비슷한 시각, 대통령실에서는 강유정 대변인이 여당의 ‘조희대 퇴진 요구’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브리핑을 했다.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강 대변인은 “언론이 브리핑 내용을 오독(誤讀)했다”며 진화에 나섰다.
여권에 따르면, 대통령실이나 민주당이나 조 대법원장에 대한 불만은 상당하다고 한다.
지난 대선 때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을 뿐 아니라,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정권 교체에 수반되어야 할 ‘개혁적’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대한 내란 사건 재판이 지연되고 있다는 불만, 그럼에도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에 대한 인사 조치가 없다는 불만이 ‘내란 특별 재판부’ 또는 ‘내란 전담 재판부’ 설치 요구로 이어진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를 놓고는 정청래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 대통령실 간에 이견(異見)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속사정이 이날 민주당과 대통령실이 조 대법원장을 협공(挾攻)하면서도, 대통령실은 ‘조희대 사퇴론’에서 빠져나오는 모습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래픽=김현국 정 대표는 이날 “조 대법원장은 반(反)이재명 정치 투쟁의 선봉장이 됐다” “대법원장이 그리도 대단하냐, 대통령 위에 있느냐”며 강경한 표현을 총동원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정 대표가 여권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언어를 쓰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그동안 여권 전체가 조 대법원장에 대한 직접 공격을 자제해 왔던 분위기 속에서 정 대표가 강경 기조로 차별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신중론을 취하는 쪽과 차별화해 ‘개딸’ 같은 강경파 당원들의 지지를 얻으려는 일종의 ‘자기 정치’ 아니겠느냐”고도 했다.
하지만 조 대법원장이 자진 사퇴를 거부할 경우, 현실적으로 탄핵 소추를 통해 조 대법원장을 압박하는 방법밖에 없다.
하지만 ‘재판 지체’ 같은 상황은 탄핵 소추 사유가 되기 어렵고, 설령 상당한 비판을 감수하고 탄핵 소추안을 처리한다고 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인용 결정을 받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날 대통령실의 움직임도 이런 사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강유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여당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요구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특별한 입장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시대적·국민적 요구가 있다면 ‘임명된 권한’으로서 그 요구의 개연성과 이유에 대해 돌이켜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으냐는 점에 대해 아주 원칙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국회가 어떤 숙고와 논의를 통해 헌법 정신과 국민 뜻을 반영하고자 한다면, (그 과정에서) 가장 우선시되는 것은 국민의 선출 권력”이라고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취임 100일 회견에서 ‘사법부는 선출 권력인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사법부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었다.
임명직인 조 대법원장이 입법부 과반 의석인 민주당의 사퇴 요구를 스스로 생각해 봐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이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는 식의 기사가 나가기 시작하자, 강 대변인은 1시간여 만에 다시 브리핑을 열었다.
강 대변인은 “삼권분립 및 선출 권력에 대한 존중감에 대해 ‘원칙적 공감’이라고 표현한 것”이라며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해) 대통령실이 공감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브리핑 속기록에서도 ‘아주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다’는 표현을 삭제했다가, 출입기자단의 반발에 복원시키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실도 조 대법원장에게 불만이 많지만, 그렇다고 대통령실이 사법부 수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사법부가 지난 3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린 지귀연 판사에 대해 징계 조치를 하고, 이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는 식으로 성의를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대법원장에 불만… 앞에서 때린 정청래, 치고 빠진 대통령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