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마을 60년 만에 역사 속으로
# 서울 지하철 7호선 하계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종점에 다다라서야 보이는 서울 동북쪽 끝자락 백사마을. 노원구 중계본동 불암산 자락에 위치한 달동네다.
마을 초입에는 건물·담장 붕괴 위험이 있고 철거·착공을 앞뒀으니 관계자 외 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과 통합심의 통과를 축하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각각 걸려 있다.
통행 가능한 주변 길을 따라 언덕을 오르니 불암산 경사면을 따라 좁은 골목길들이 어지럽게 연결돼 있다.
사람이 살지 않은 지 오래돼 폐허가 된 빈집들에는 빨간 스프레이로 ‘공가’를 의미하는 동그라미가 표시돼 있다.
서울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노원구 중계본동 ‘백사마을’이 60년 만에 본격적인 재개발을 앞두고 있다.
최근 주민 이주를 마무리 짓고 철거 공사에 돌입했다.
정비계획 변경 과정에서 분양 물량도 기존 계획보다 740가구가량 늘어나면서 사업성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60년 된 달동네 백사마을 가구 수 늘린 통합심의 통과 서울시는 이러한 내용의 ‘중계본동(백사마을)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변경)’ 사업시행계획을 위한 각종 심의안을 통합심의해 각각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백사마을에는 지하 4층~지상 최고 35층, 총 3178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지어진다.
가구 수가 지난해 당초 계획(2437가구)보다 741가구 늘어났다.
노원구 불암산 자락에 있는 백사마을은 1967년에 조성된 무허가 주택촌이다.
1960년대 후반 도심 개발이 추진되면서 용산, 청계천, 왕십리, 안암 등의 판자촌에 살던 주민을 강제로 이주시키면서 만들어졌다.
약 1100가구가 정착한 이곳 주소가 산104번지여서 ‘백사(104)마을’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겨울에 연탄을 쓰는 집이 대다수였다.
백사마을은 1971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이는 바람에 주민들이 발전시키고 싶어도 실행에 옮길 수 없었다.
그렇게 마을은 증축·개축을 못하고 1970년대 주거 형태를 유지해왔다.
서울시가 2008년 그린벨트를 풀고 이듬해 주택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했지만 개발 방식과 사업비 등을 두고 주민 간 갈등하면서 추진이 더뎠다.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땅값이 치솟은 것도 잠시. 이내 집을 팔고 빠져나간 사람들로 빈집은 물론 마을 전체가 슬럼화되기 시작했다.
기대했던 재개발이 지지부진해지자 가뜩이나 노후했던 주택 붕괴 우려도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
여기에 당시 사업시행자였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을 포기하는 등 백사마을 재개발은 여러모로 난관을 거쳤다.
2017년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다시 시행사로 나섰다.
2021년 3월 사업시행계획인가, 지난해 3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거쳤다.
당초 기존 지형과 골목을 그대로 유지한 채 주택과 아파트를 융합해 재개발하는 ‘주거지 보존’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됐고, 전체 아파트 공급 물량도 2000가구 선에서 계획됐지만 경사지에 임대주택을 지으려다 보니 사업비가 늘어나는 문제가 생겼다.
이에 서울시는 보존 형식 사업을 철회하고 정비계획 변경을 통해 3178가구 대단지를 짓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어 정비계획, 건축, 경관, 교통, 교육, 공원, 재해 분야에 대한 통합심의를 진행해 올 4월 최종 통과했다.
서울 마지막 달동네였던 노원구 중계본동 ‘백사마을’이 재개발을 위한 착공을 앞두고 주목받고 있다.
(윤관식 기자, 서울시 제공) 서울서 이 분양가 가능할까 3.3㎡당 2000만원대 일분가 부푼 꿈 현재 백사마을 재개발 사업은 이주를 마치고 석면 제거, 펜스 설치 등 본격적인 철거에 앞서 제반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29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이르면 올 연말 전 착공할 예정이다.
시공은 GS건설이 맡았다.
단지명은 ‘네이처시티자이’가 될 예정이다.
계획대로 2029년 사업을 마치면 서울 마지막 달동네였던 이곳은 불암산 자락 쾌적한 숲세권 신축 주거지가 된다.
구체적인 공급 물량을 살펴보면 총 3178가구 가운데 분양 물량은 2613가구, 임대 물량은 565가구로 구성된다.
2022년 조합원 분양 대상자가 1216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일반분양 물량은 약 1400가구에 달하는 셈이다.
당초 계획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걸어서 15~20분 거리에 중계동 은행사거리 학원가가 위치해 있고, 2027년 경전철 동북선이 개통하면 2·5·수인분당선·경의중앙선 환승역인 왕십리역까지 20분대에 이동이 가능해져 단점으로 꼽히던 교통망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동북선을 이용하면 지하철 1·2·4·6·7호선 등으로 환승도 수월해진다.
관건은 분양가다.
지난해 3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앞두고 조합과 시행사인 SH가 수립한 조합원 분양가는 3.3㎡당 2000만원 수준이었다.
전용 84㎡ 기준 6억5000만원 선이다.
이를 바탕으로 일반분양가가 3.3㎡당 2000만원대 초중반 선에 책정된다면 전용 84㎡ 기준 8억원 중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계획대로 착공에 들어간다면 일반분양 입주자 모집은 내년 6월께 가능하다.
서울 변두리 입지인 점을 고려해도 백사마을 분양가는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긴 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계한 올 3월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서울·인천·경기를 포함한 수도권 기준 2837만원이다.
인근 ‘한화꿈에그린(448가구, 2005년 입주)’ 전용 84㎡가 지난 4월 8억원(9층)에, 3월 9억원(6층)에 실거래된 바 있다.
물론 최근 몇 년 새 급등한 공사비와 사업비, 늘어난 가구 수를 고려해 분양가는 추정치에서 다소 조정될 여지가 있다.
착공이 가시화됐다는 기대감 속에 백사마을 조합원 입주권은 3억원 중반대 웃돈이 붙어 매물로 나오고 있다.
전용 84㎡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매물(감정평가액 3억8000만원)에는 웃돈 3억2000만원을 더해 7억원에 나와 있다.
분담금이 예상대로 2억7000만원만 추가된다고 가정해도 총 투자 금액은 9억7000만원(권리가액+추가 분담금)이 되는 셈이다.
감정평가액이 500만원이 채 안 되는 소위 ‘뚜껑(무허가주택)’ 매물은 3억7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조합원 매물을 취득하는 것이 유리할지, 일반분양 물량이 충분한 점을 고려해 청약에 도전하는 것이 유리할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계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백사마을이 서울 대표 달동네였던 만큼 재개발 뒤 주거 환경은 몰라보게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웃돈이 3억원대로 부쩍 오른 뒤로는 투자 부담이 커져 조합원 매물을 미리 확보하는 장점이 다소 줄었다”고 귀띔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8호 (2025.05.07~2025.05.13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서울 마지막 달동네에 햇살이 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