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헌정 사상 첫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주인공이다.
그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아베노믹스’ 계승을 내걸었다.
새 내각의 재정 확대와 엔저(円低) 유지 기조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본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뜨겁게 반응했다.
우려도 뒤따른다.
우선 아베 전 총리 시절인 10년 전과 대외 환경은 판이하다.
디플레이션 탈출이 과제였던 당시와 달리, 지금은 인플레이션, 막대한 국가부채, 심화된 저출생 등 ‘3중고’가 일본 경제를 짓누른다.
과연 ‘사나에노믹스’는 일본 부활의 신호탄일까, 아니면 미래 세대에 부담만 떠넘기는 양날의 칼이 될 것인가. 다카이치 총리의 경제 정책을 심층 분석한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30일 경북 경주 APEC 정상회의장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제공)
‘아베 키즈’에서 첫 여성 총리로
강경 우파, 현실 경제 시험대 오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강력한 후원을 받으며 성장한, 자타 공인의 ‘아베 키즈’다.
마쓰시타 정경숙 출신으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총무대신,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 요직을 거치며 정책 경험을 쌓았다.
그의 정치적 자산은 아베 전 총리의 정책 계승자라는 정체성에서 나온다.
취임 초기 높은 지지율 역시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김경주 도카이대 국제학부 교수는 “아베는 과거 국제 사회에서 위축됐던 일본의 분위기를 타파한 정권”이라며 “새 총리를 맞아 아베식 정치가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국민 사이에 형성돼 있다”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그의 정치적 색채는 단순한 계승자를 넘어선다.
아베 전 총리보다 더 강경한 보수 우파 성향을 보이며, 특히 역사 인식 문제나 안보 정책에 있어서는 자민당 내에서도 가장 오른쪽에 위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이념적 강경함은 정책 운용에 있어 ‘안전 운전’보다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총리 취임 후에는 오히려 실용 노선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이는 그의 대중국 외교에서 이미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인 대중 강경파이자 친대만 성향으로 알려졌음에도, 경주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첫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는 점은 눈길 끈다.
참고로 다카이치 총리 취임 당시 시 주석은 관례였던 총리 취임 축전조차 보내지 않았을 정도로 경계감을 보였다.
그런 와중에 다카이치 총리는 추계 예대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보류하며 관계 개선의 여지를 남겼다.
그는 최근 연설에서 “중국은 중요한 이웃으로서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며 전임 정부의 ‘전략적 호혜관계’ 노선을 계승할 뜻을 내비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더 과감한 아베노믹스’의 딜레마
금융 완화 vs 적극 재정 충돌
사나에노믹스의 청사진은 ‘더욱 대담하고 강력해진 아베노믹스’로 요약된다.
10년 전 아베노믹스가 풀어야 했던 숙제는 ‘디플레이션’이라는 명확한 적이었다.
하지만 사나에노믹스가 마주한 전장은 안갯속이다.
인플레이션, 국가부채, 저성장이라는 여러 적과 동시에 싸워야 하는 훨씬 더 복잡한 국면이다.
핵심 정책은 두 개의 축으로 움직인다.
첫째는 일본은행(BOJ)의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며 엔저 환경을 용인하는 ‘금융 완화’다.
둘째는 방위비 증액과 성장 산업 투자를 중심으로 한 ‘적극 재정’이다.
문제는 이 두 개의 축이 서로 충돌하며 딜레마를 만들어낸다.
금융 완화를 지속하자니 엔저가 심화하며 수입 물가를 자극해 가뜩이나 신음하는 가계의 실질소득을 갉아먹는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는 이미 2년 넘게 BOJ의 목표치인 2%를 웃돈다.
이로 인해 실질임금은 20개월 이상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중이다.
이는 일본 GDP의 60%를 차지하는 개인 소비를 얼어붙게 만드는 치명적인 요인이다.
그렇다고 금리를 올리자니, GDP의 260%를 넘어선 국가부채(약 1280조엔)의 이자 부담이 재정을 파탄 낼 수 있다는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
금리가 단 1%만 올라도 연간 이자 부담은 10조엔 이상 불어난다.
윤경훈 류쓰케이자이대 교수는 이런 상황을 두고 “초저금리가 국채 시장 기능을 약화시키고, 금리 상승에 취약한 재정 구조를 고착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금리가 장기화하면 경쟁력 낮은 기업들이 시장에 잔존하며 경제의 생산성 향상을 저해하는 부작용, 즉 ‘좀비기업화(zombification)’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책의 구조적 한계를 경고했다.
사나에노믹스의 또 다른 축인 ‘적극 재정’ 역시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있다.
GDP의 2%까지 방위비를 증액하고, 저출생 대책과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재원 마련 방안이 불투명하다.
이지평 한국외대 특임교수는 “아베노믹스보다 더 강력한 확장 재정을 예고했지만 이미 재정도 할 만큼 한 상황”이라며 “인플레이션으로 명목 세수는 다소 늘었지만, 임금 상승보다 물가 상승이 더 빨라 국민들의 세 부담 불만이 커진 상황이라 증세 카드를 꺼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런 재정 제약 속에서 다카이치 내각이 꺼내든 카드가 ‘경제 안보’다.
이는 단순히 방위력 강화에 그치지 않고,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 전략 산업의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일본 정부는 이미 대만 TSMC의 구마모토 공장에 1조엔이 넘는 보조금을 지급했다.
또한 차세대 반도체 국산화를 목표로 설립된 ‘라피더스’에도 1조엔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것이 일본 경제 전체의 체질을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김유영 동덕여대 일어일본학과 교수는 “ ‘라인야후 사태’에서 보듯, 일본은 동맹국인 한국에 대해서조차 핵심 공급망에서 새로운 의존 관계를 만드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며 “첨단 산업 분야에서 양국은 협력 파트너 이전에 치열한 경쟁 상대”라고 현실을 짚었다.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이런 국가 주도 프로젝트가 과거 ‘히노마루 반도체’의 실패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거 1980년대 세계 D램 시장을 석권했던 일본은 정부 주도하에 NEC, 히타치, 미쓰비시 등 5개 기업이 참여하는 ‘초LSI기술연구조합’을 결성하며 ‘히노마루(일장기) 반도체’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하지만 기업 간 주도권 다툼과 중복 투자로 비효율이 심해 한국과 대만에 추월당하는 실패로 끝났다.
라피더스를 둘러싼 지금의 장밋빛 전망이 과거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지난 10월 28일 도쿄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후 서명식에 참석한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오른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럼에도 닛케이 사상 최고치
‘정책 기대감’ 업은 랠리…버블 공포도
사나에노믹스의 복잡한 딜레마에도 불구하고, 금융 시장은 일단 환호하는 분위기다.
닛케이225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5만엔 선을 돌파했다.
이런 강세장의 배경에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두 가지 믿음에 기반한다.
첫째, 금융 완화 기조로 엔저 현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이는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과 환차익을 극대화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둘째, 대규모 재정지출이 방위 산업, 반도체 장비, 인프라 관련 기업에 직접적인 수혜를 줄 것이라는 계산이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다카이치 내각의 정책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엔저’와 ‘재정 확대’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명확히 제시했다”며 “이는 단기적으로 일본 증시에 대한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엔화 약세를 등에 업은 자동차, 정밀기계, 전기전자 등 수출주와 방위비 증액의 수혜가 예상되는 미쓰비시중공업 등 방산 관련주를 유망 업종으로 꼽았다.
다이와증권 역시 “정부의 강력한 투자 촉진 정책이 기업 설비투자 심리를 개선시키고, 이는 관련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 투자자 자금 유입도 증시 활황의 주요 동력이다.
제로금리에 가까운 엔화를 빌려 고금리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재점화하며 글로벌 유동성이 일본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낙관론 이면에 불안감도 공존한다.
시장의 기대가 너무 한쪽으로 쏠려 있다는 점이 큰 리스크다.
만약 예상과 달리 BOJ가 엔저 방어를 위해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거나, 재정 확대 법안이 의회에서 발목을 잡힐 경우 정책 기대감은 순식간에 실망감으로 바뀔 수 있다.
미즈호연구소는 “현재 주가 상승은 미래의 정책 효과를 선반영한 측면이 강하다”며 “실질적인 기업 실적 개선이나 임금 상승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현재의 랠리는 언제든 꺼질 수 있는 거품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의 셈법은
‘협쟁(協爭)’ 전략이 대안
정치권의 관심은 온건파였던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 시절 순항하던 한일 관계가 다카이치 내각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지에 쏠린다.
그의 극우 성향을 고려할 때, 역사 갈등이 다시 한 번 한일 관계의 뇌관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다카이치 총리가 당장은 극단적인 우경화 행보에 나서기 어렵다고 관측한다.
김경주 교수는 “미국 무역 압박 속 중국까지 견제하려면 한국과 보조를 맞춰야 하는 상황”이라며 외교 무대에서는 ‘실용 노선’을 택할 것으로 진단했다.
문제는 경제다.
사나에노믹스의 두 축인 ‘확장 재정’과 ‘엔저 유지’는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위협 요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 상품의 수출 가격은 0.41%포인트, 수출 물량은 0.2%포인트씩 감소한다.
수출 경합도가 69.2에 달하는 상황에서 엔저는 곧바로 우리 기업의 채산성 악화로 이어진다.
이에 대응해 원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내리는 것은 ‘최악의 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경고다.
김유영 교수는 “원화 절하로 맞대응하는 것은 자멸 정책”이라며 “일본처럼 물가는 오르는데 실질소득이 줄어드는 ‘스크루플레이션(Screwflation)’이 재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제로섬 게임의 한계를 넘기 위한 전략으로 ‘협쟁(Co-opetition)’이 대두된다.
협쟁은 경쟁(Competition)과 협력(Cooperation)을 결합한 개념으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동시에 상호 이익이 되는 영역에서는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전략적 접근법이다.
사나에노믹스 순항할까
정책 동력 확보가 최대 관건
사나에노믹스의 성공 여부는 정책을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정치 동력’ 확보에 달려 있다.
아베 전 총리는 강력한 카리스마와 당내 장악력을 바탕으로 반대파를 누르고 정책을 관철했다.
하지만 다카이치 총리가 처한 정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우선 자민당 내 역학관계가 복잡하다.
다카이치 총리는 아베파의 지지를 기반으로 하지만, 재정 건전성을 중시하는 기시다파 등 당내 온건파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특히 막대한 재정 지출을 수반하는 방위비 증액과 관련해서는 재무성을 중심으로 한 관료 사회의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연립정권을 구성한 일본유신회와의 정책 공조 역시 변수다.
더 근본적인 한계는 ‘재원’ 문제다.
김원진 한국외교협회 이사(전 국립외교원 일본 고문)는 “아베 집권기와 비교해 지금의 일본은 ‘돈 나올 구멍’이 없는 처지”라며 “증세도, 국채 추가 발행도 쉽지 않은 국면에서 내놓는 재정 확대 정책은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나 사회는 눈 가리고 아웅 할 수 있어도, 경제는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며 사나에노믹스의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 국민 지지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적 반대를 돌파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일본 경제가 직면한 저출생·고령화와 같은 구조적 문제는 단기 처방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만약 조급함에 못 이겨 미래 세대 몫을 끌어다 쓰는 포퓰리즘 정책에 의존하게 된다면, 사나에노믹스는 일본 경제를 부활시키는 신호탄이 아니라 장기 침체의 늪으로 더 깊이 밀어넣는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경훈 교수는 한일 관계에 이 협쟁 모델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서는 경쟁이 불가피하지만, 신소재, 장비, AI 응용 등 분야에서는 여전히 높은 보완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시장점유율을 두고 다투는 분야에서는 각자의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제3시장 공동 진출이나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 기술 표준 제정과 같은 분야에서는 손을 잡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보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미국 시장에서의 공동 대응이 거론된다.
이지평 특임교수는 “한일 양국이 연대해 파이를 합치면 미국과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양국 모두 막대한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런 가운데 양국이 공급망 등 특정 분야에서 공동 보조를 맞출 경우, 개별적으로 대응할 때보다 유리한 협상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제3시장 공동 개척 역시 유력한 상생 모델이다.
윤경훈 교수는 “일본이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지역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부동산 개발 투자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등 협업형 공동 시장 진출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유영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양국이 공통으로 직면한 저출생·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경험 공유나, 심각한 인력 부족을 겪는 일본과 청년 실업률이 높은 한국의 노동 시장을 연계하는 ‘청년 화이트칼라 노동 시장 통합’과 같은 혁신적인 협력도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사나에노믹스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경쟁할 것과 협력할 것을 명확히 구분하는 정교한 ‘투트랙’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인터뷰 | 신각수 전 주일 대사
기반 약하고 재정은 한계…사나에노믹스 시험대
다카이치 총리 취임 후 일본 안팎 정계 변화와 한일 관계 미래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현 니어재단 부이사장)는 일본 정치 지형 변화, 한일 경제·외교 협력 방향과 관련, 다각적인 시각을 제시했다.
신 전 대사는 2011년 5월~2013년 5월까지 주일 대사를 지냈고, 그 전엔 외교부 1·2차관을 역임한 40여년 경력의 외교 베테랑이다.
윤관식 기자
Q. 최근 일본 정치 변화 핵심은.
A.
일본 정치 구조는 1955년 자민당 탄생 이래 대다수 기간 자민당이 정권을 잡은 우월정당 체제였으나, 최근 그 지위가 약화되고 다당화 경향이 뚜렷하다.
자민당이 중도 성향 공명당과 26년 만에 결별하고 강경 보수 성향의 일본유신회와 손잡으면서 일본 정치는 이전보다 강한 보수 색채를 띨 전망이다.
Q. 다카이치 총리 선출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A.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내에서 아베보다도 보수 성향이 강한 인물이다.
다만 현재 일본은 중의원(하원)·참의원(상원) 모두 ‘여소야대’ 소수 연립 정권이다.
여당 연립 중의원 의석수(자민당 196석·유신회 35석)가 과반인 233석에 못 미치고, 참의원 의석수(자민당 101석·유신회 19석) 역시 과반인 125석보다 적다.
아직은 다카이치 총리의 정권 기반이 튼튼하지 않다.
연립 파트너가 내각에 참여하지 않는 각외협력, 즉 언제든 결별할 수 있는 불안정한 관계라 정국 운영이 쉽지 않을 수 있다.
Q. 아베노믹스 계승에 대한 일본 국민의 기대감은.
A.
아베노믹스는 세 가지 화살(금융 완화·재정 확대·구조 개혁) 중 1~2개만 성공했다.
그 효과가 제한적이라지만 팬데믹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났다.
양적 완화로 엔화 가치가 크게 하락해 자동차 등 수출 기업이 큰 혜택을 보고 부동산 가격도 도시부에서 올랐다.
다카이치 총리는 금융 완화를 주장하며 물가와 경제에 관심이 큰 사회초년생 2030세대의 지지율도 높다.
Q. 다카이치의 경제 정책이 효과를 볼 수 있을지.
A.
지금은 레토릭(정치적인 수사)이 앞서 시장 심리가 좋지만, 일본은 이들 정책을 모두 감당할 여력이 부족하다.
일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최근 235%로, 주요 20개국 가운데 가장 높다.
한 해 예산의 21%가 빚과 이자를 갚는 데 들고, 방위비 2% 증액을 2년 앞당기기로 공약한 데다 고령 인구 복지비도 막대한 상황에 정책 운용 여력이 높지 않다.
여기에 적자 국채가 발행될 경우 미래 세대 부담이 늘게 된다.
총리 당선에 ‘킹 메이커’ 역할을 했던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가 재무상을 지낸 균형 재정론자인 만큼, 사나에노믹스의 지나친 확장 재정에 일정 부분 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Q. 보수 성향 짙은 총리 당선으로 한일 관계 파장이 우려되는데.
A.
과거사나 독도 문제만 불거지지 않으면 한일 관계는 순항할 수 있다.
중국, 북한, 러시아 연대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한미일 3각 협력을 중시해온 만큼 한·일 모두 지금처럼 실용주의 외교, 전략적 협력에 중점 둘 가능성이 크다.
과거사 문제에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
정치가 방해만 하지 않으면 된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3호 (2025.11.05~11.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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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보다 더 강하다 ‘사나에노믹스’ [스페셜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