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향해 이야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과 영국이 큰 틀의 무역 협정에 합의하면서 자동차 관세를 둘러싼 우려가 일부 완화되는 모습이다.
8일(현지시각) 백악관이 발표한 영국과의 합의 내용을 보면, 미국은 영국에서 수입하는 자동차에 대해 첫 10만대 10% 관세를 적용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25%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사실상 영국산 자동차에 현행 보편관세(10%) 수준의 관세만 부과하기로 한 결정이다.
영국은 지난해 미국에 차량 약 10만1천대를 수출했다.
수출 물량을 더 늘리지 않는다면, 25% 관세를 피해갈 수 있는 일종의 쿼터제를 적용받게 된 셈이다.
미국은 지난달 3일 모든 수입차에 25% 품목 관세를 적용한 후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 적용되는 기본 관세 2.5%를 더해 영국산 차에 27.5% 관세를 매겨왔다.
앞서 일본과의 협상 과정에서 모든 국가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자동차 관세 등 품목 관세를 일부 국가에 대해서만 완화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던 미국이 영국과 협정에서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자동차 관세 직격탄을 맞은 한국과 일본도 개별 협상에서 관세 완화를 끌어낼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이 자동차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3월말께부터 주가가 약 16% 빠졌던 현대자동차는 9일 오전 2%대 상승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약 13% 하락했던 기아 주가도 이날 오후 1% 이상 상승해 9만원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전날 실적 발표 후 1.3% 하락 마감했던 일본 도요타 주가도 이날 개장과 함께 전날 하락 폭을 회복했다.
한국에 수출 거점을 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지엠) 주가도 뉴욕 증시에서 4.13% 상승했다.
반면, 미국 자동차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지엠·포드·스탤란티스 등 미국 완성차 3사를 대변하는 미국자동차정책위원회(AAPC)는 “이번 합의로 미국산 내용물이 거의 안 들어간 영국차를 수입하는 게 미국·캐나다·멕시코 무역협정(USMCA)에 따라 미국산 부품으로 만든 차를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해오는 것보다 저렴해졌다”며 “미국 완성차 업체와 공급사, 노동자가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밝혔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생산 거점을 두고 일부 차종을 수입하는 미국 3사가 부담해야 할 관세 비용이 영국 업체들보다 클 거라는 우려다.
현재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생산되는 완성차의 경우 3국 간 무역협정(USMCA)에 따라 시간당 16달러를 받는 노동자에 의해 생산되고 역내에서 생산된 부가가치가 75% 이상인 경우 등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미국산이 아닌 내용물(non-U.S. content)’에 대해서만 25% 관세를 적용받는 식으로 자동차 관세를 일부 경감받고 있다.
다만, 그렇다해도 그 비용 부담이 10% 관세를 적용받는 수준은 상회해 이번 협상 결과에 반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각) 미국 백악관에서 영국과의 무역 협정 체결 사실을 발표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미-영국 합의에 자동차 관세 완화 기대…국내외 자동차 주가 상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