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의 간병인 브로니 웨어는 수많은 말기 환자를 돌보며 그들이 마지막 순간에 쏟아내는 후회가 대체로 비슷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 내용을 정리해 ‘나의 오늘은 내일로 이어지지 않는다’(원제,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다섯 가지’)라는 책을 냈다.
그 다섯 가지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통장 잔액을 더 늘리지 못한 후회, 강남 8학군 50평대 아파트에서 살지 못한 후회, 서울대·하버드대·예일대에 가지 못한 후회 같은 건 없다.
가장 많이 하는 후회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이다.
마지막 순간, 사람들은 못 번 ‘돈’이 아니라 못 살아본 ‘시간’을 후회한다.
소유냐 존재냐 l 에리히 프롬 지음, 차경아 옮김, 까치(개정판 2020)
‘소유냐 존재냐’는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이 1976년에 발표한 책이다.
프롬은 이 책에서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소유’ 중심의 인간형을 양산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이 가지려고 하고, 자신이 가진 것으로 자기를 규정하며, 결국 타인과의 관계마저 소유의 연장선으로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존재’의 삶은 소유가 아니라 경험과 실천, 관계 속에서 스스로 만들어가는 삶이다.
프롬은 우리가 진정한 자유와 자아를 회복하려면 ‘가지려는 인간’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만약 나의 소유가 곧 나의 존재라면, 나의 소유를 잃을 경우 나는 어떤 존재인가? 패배하고 좌절한, 가엾은 인간에 불과하며 그릇된 생활 방식의 산 증거물에 불과할 것이다.
(…) 이성의 힘, 사랑의 힘, 예술적 및 지적 창조력 등―이 모든 본질적 힘은 그것을 사용함으로써 불어난다.
베푸는 것은 상실되지 않으며, 반대로 붙잡고 있는 것은 잃기 마련이다.
”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가르침일지도 모르겠다.
임승수 작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임승수
l 작가. 저서로는 ‘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등 다수가 있다.
존재는 실천을 통해 증대된다 [.t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