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상고심 속도전’을 주도한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싸고 불거진 법원의 정치적 중립 논란을 논의하기 위해 임시회의를 열기로 했다.
법관들이 조 대법원장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법관대표회의는 9일 “구성원의 5분의 1 이상이 법원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의심과 사법에 대한 신뢰 훼손 문제에 대해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논의하고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임시회의 소집을 요청했다”며 “전국법관대표회의 규칙에 따라 임시회의가 소집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일정과 안건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각급 법원의 대표 판사 126명이 모인 법관대표회의는 사법행정과 법관 독립 등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는 회의체다.
법관대표회의의 임시회의는 의장이 직권으로 소집하거나, 전체 구성원의 5분의 1 이상(26명)의 요구로 소집할 수 있다.
법관들의 여론 수렴 기구이지만 대법원장에 대한 견제와 법관 독립 보호 기능 등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적지 않다.
법관 대표들이 모인 단체대화방에서는 지난 8일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임시회 개최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묻는 투표가 진행됐고, 26명의 찬성이 채워지자 바로 임시회의 소집이 확정됐다.
애초 법관대표회의는 전날 오후 6시에 투표를 마칠 예정이었지만 “의사 수렴을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투표 기간을 이날 오전 10시까지로 연장했다.
법관대표회의 소속 한 판사는 “어제 오후 6시까지 찬성 인원이 26명에 미치지 못했다”며 “오늘 오전에 26명이 되자 임시회의를 소집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시회의 소집이 결정된 만큼 법관대표회의 운영위원회가 구체적인 일정과 안건을 정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조 대법원장의 빠른 상고심 진행 등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주옥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7일 법원 내부망에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과 관련한 대법원의 이례적인 빠른 판단에 대한 논란을 문제 삼으며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를 포함해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며 전국법관대표회의 개최를 요구한 바 있다.
법관대표회의가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에 대해 강한 입장을 표명할 경우, 조 대법원장에게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법관대표회의 내부에서 정치권의 사법부 독립성 침해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온 만큼 해당 주제에 대한 추가 발의가 더해질 가능성도 있다.
대법원의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과 정치권의 사법부 독립 침해 논란이 함께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법관대표회의는 구성원 과반의 출석으로 회의를 열고, 출석 인원 과반의 찬성으로 안건을 의결한다.
법관대표회의 소속 한 판사는 “전국법관대표회의를 통해 안건에 대해 과반수 이상이 동의하면 결의문 혹은 건의문 형식으로 입장이 발표될 것이고, 과반을 채우지 못할 경우에는 별도의 입장 없이 마무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환송심에 대한 후폭풍은 시민단체와 법조계를 중심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8일에는 변호사 175명이 ‘사법쿠데타 저지 변호사단’을 설립하고 조 대법원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고, 하루 뒤 공수처는 이 사건을 수사 4부에 배당했다.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도 지난 8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한민국 법원 사법정보공개포털에는 해당 사건인 ‘2025도4697 사건 로그기록 공개요청’을 요구하는 게시글이 3만 건이 넘게 접수되고 있다.
법관대표들 ‘조희대 논란’ 임시회의 연다…이재명 재판 ‘후폭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