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바닥으로의 경쟁’(race to the bottom)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힘들게 도입했던 글로벌 최저한세를 미국이 거부하면서 글로벌 최저한세의 향후 운명이 불투명해졌다.
다국적 기업들은 세금을 더 적게 내기 위해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로 사업장을 옮기거나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 등을 만든다.
이에 각 나라는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거나 자국 기업의 해외 이전을 막기 위해 법인세율을 경쟁적으로 인하하는 바닥으로의 경쟁을 벌이게 된다.
결국 세계적으로 법인세율이 하락하면서 많은 나라가 세수 감소와 이에 따른 공공서비스 축소 등을 감수해야 한다.
이런 악순환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글로벌 최저한세다.
특정 국가에서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부과한 법인세 실효세율이 15%에 미달할 경우 다른 국가에 그 차액만큼 추가 과세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크게 ‘소득산입규칙’(IIR)과 ‘소득산입보완규칙’(UTPR)의 두 축으로 이뤄져 있다.
소득산입규칙은 예를 들어 한국에 모회사를 둔 에이(A)라는 기업이 법인세율이 9%인 나라에 자회사를 가지고 있다면 6%(15%-9%)를 한국에 납부해야 하는 제도다.
소득산입보완규칙은 비(B)라는 기업이 법인세율이 9%인 나라에 모회사가 있고, 그 자회사가 한국에 있다면 한국이 그 자회사로부터 6%를 받을 수 있게 한 제도다.
연간 총매출이 7억5천만유로(약 1조2천억원) 이상인 다국적 기업이 대상이다.
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 주도로 미국을 포함한 130여개 나라가 도입에 합의했다.
하지만 올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은 입장을 바꿨다.
미국 기업에 글로벌 최저한세를 적용하는 나라의 투자자가 미국 주식 등에 투자해 얻는 수익에 세금을 추가로 매기겠다고(일명 ‘보복세’) 으름장을 놓았다.
결국 지난달 27일 주요 7개국(G7)은 미국 기업에는 글로벌 최저한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는 전세계 초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부유세 도입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는 내용을 공동선언문에 포함시켰다.
글로벌 부유세의 세부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예를 들어 10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진 초고액자산가 3천여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자산에 대해 최소 연간 2%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 등이 제안됐다.
하지만 미국은 이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조세 정의를 향한 국제 연대가 언제까지 미국의 어깃장에 흔들려야 할까.
흔들리는 글로벌 최저한세 [유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