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ㅣ‘중국 통치 체제 연구’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4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베이징/이정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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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치 전문가가 신빙성이 낮은 ‘시진핑 실각설’의 확산이 한국의 외교와 경제에 여러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한국에 만연한 ‘중국 혐오’를 정당화하고 강화해, 중국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게 만들어 급변하는 국제 정세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데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4일 중국 베이징의 랴오닝호텔에서 한겨레와 만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권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식의 주장은 “중국 정치를 수호지나 삼국지처럼 만드는, 신빙성이 낮은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권력 이상설’의 중심에 있는 ‘군부 쿠데타설’에 관해 “중국군은 중앙군사위원회 지휘를 받기 때문에, 조직 구조상 무혈 쿠데타가 일어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4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13회 세계평화포럼 참석차 중국을 찾은 조 교수는 <중국의 통치체제> 3부작 등을 쓴 중국 엘리트와 통치 체제 연구의 권위자로 꼽힌다.
시진핑 주석의 권력 이상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중 해외 매체와 미국 극우 인사들의 언급을 통해 퍼졌다.
최근 들어 유튜브와 일부 언론을 통해 국내에서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시진핑 실각설’은 중국군 제2인자인 장유샤 중앙군사위 부주석이 ‘반시진핑 쿠데타’를 일으켜 시 주석의 군 통수권을 사실상 박탈했다는 주장과 중국공산당 권력 교체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시 주석이 이미 정치적 위상과 권력을 잃었고, 조만간 지도부가 교체된다는 주장 등에 기반을 두고 있다.
조 교수는 여러 근거를 들어 시 주석 중심의 중국 통치 체제에 큰 변동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최근 중국 내 고위층을 대상으로 ‘중앙 8개 조항’의 강조 등 반부패 운동의 강화와 중국 중장기 경제·산업 계획의 수립 등은 시 주석의 정치적 권력이 건재한 것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중앙 8개 조항’은 2012년 말 제18차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채택된 당내 규정으로, 시진핑 주석이 줄곧 강조하는 부패와 관료주의 척결의 세부 방안을 담고 있다.
조 교수는 이 조항이 “시진핑 집권 초기의 상징적 지침으로, 당 핵심 권력을 장악하지 않았다면 진행될 수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중국 국무원은 2026~2030년 시행할 제15차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중국제조 2025’의 후속 전략을 세우고 있다”며 이 역시 시 주석의 영향력이 줄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이런 근거들이 있는데도 실각설이 퍼지고 있는 것은 ‘피크 차이나’에 이은 ‘중국 때리기’의 일환이라고 해석했다.
조 교수는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이번 주 발행하는 퍼시픽 리포트에서 “2023~24년 중국의 부상이 끝났다는 ‘피크 차이나’ 담론(중국 경제 정점론)이 서방에서 퍼졌고 2025년에는 시진핑의 권력 기반이 무너졌다는 주장이 확산됐다”라며 “‘중국이 겉보기와 달리 내부적으로 매우 불안정하다’는 메시지를 퍼뜨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중국 내부적 원인으로는 ‘후계자 구도의 불분명함’을 꼽았다.
조 교수는 “권력 승계의 모호성이 실각설 부상을 자초한 면이 있다”고 봤다.
한국에서 ‘시진핑 실각설’이 빠르게 부풀려지고, 확산하는 것이 “독약”이 될 수 있다는 게 조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시진핑 실각설은 한국의 사회에 퍼진 혐중 정서를 더 부추기고, 중국과의 협력 필요성을 사라지게 한다”고 짚었다.
중국을 불안정하고, 위험한 국가로 여기게 해 중국과 교류를 꺼리게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이런 ‘설’들이 중국과 경제·외교 협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며 한중 관계를 개선하고 발전시키려는 시도가 방해받게 될 것이라고 봤다.
특히 실용주의 외교 원칙을 천명하고, 중국과 본격적인 관계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이재명 정부에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는 “한국은 어느 때보다 중국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외교·안보 등 여러 방면에서 밀접하고, 국제 정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국을 오해해서는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이는 결국 국가 이익에 손해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중국 전문가 조영남 “시진핑 실각설 확산, 혐중 정서 부추기는 독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