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 단체인 자유대학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숭례문광장 인근에서 미국 우익 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 추모 행사를 열고 있다.
찰리 커크는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 유타주 유타밸리대학교에서 연설하던 중 총에 맞아 숨졌다.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 청년 단체인 자유대학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총격으로 숨진 미국 청년 보수 정치인 찰리 커크를 위한 추모 공간을 서울 복판에 마련했다.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인용한 ‘한국을 다시 위대하게’ 등이 적힌 쪽지가 붙은 가운데,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도 의아한 듯 추모 현장을 지켜봤다.
자유대학은 15일 오전 서울 중구 숭례문 남쪽 광장에서 찰리 커크를 기리는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자유대학은 추모문에서 “커크는 정치적 참여와 책임의 중요성을 일깨웠고 전세계에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전파했다”며 “당신(커크)이 심은 자유의 씨앗이 열매를 맺을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대학은 이날 행사와 별도로 지난 11일부터 인천 자유공원 맥아더 동상 앞에 추모 공간을 마련해두고 있다.
커크 암살 이후 런던, 베를린, 로마, 마드리드 등 많은 도시에서 커크 추모 행사가 열렸다.
이날 숭례문 추모 현장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조문객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작은 탁자 위에 커크의 사진과 성조기, 조문객들이 두고 간 꽃들이 놓였다.
탁자 주변엔 ‘우리가 찰리 커크다’, ‘진정한 자유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내용의 영문이 적힌 팻말이 세워졌다.
조문객들은 ‘찰리 커크는 자유의 수호자’, ‘한국을 다시 위대하게’ 등의 문구를 적은 포스트잇을 팻말에 붙였다.
검은 옷을 차려입고 꽃다발을 두고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상주’ 역할을 맡은 자유대학 회원 3명은 조문객이 다녀갈 때마다 연신 고개를 숙였다.
한 자유대학 회원은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살인한 것은 정치적 싸움을 넘은 전쟁”이라며 “찰리는 우리의 롤모델이다.
자유대학을 한국의 ‘터닝포인트'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터닝포인트 유에스에이(USA)는 커크가 만든 미국 보수주의 청년 단체다.
서울에서 열린 커크 추모 행사에,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도 사진을 찍는 등 관심을 보였다.
커크의 영정에 헌화한 프랑스인 파스칼(60)씨는 “프랑스도 이민자, 노동, 안보 등 다양한 문제가 있다.
찰리는 우리와 생각이 같은 사람인데 총격으로 세상을 떠나 충격받았다”고 말했다.
커크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그가 대변하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사상에 위협을 느낀다는 이들도 적잖았다.
이탈리아인 파올로 체레토(45)는 “미국이 더이상 유럽과 함께한다고 느끼지 않는다”며 “비슷한 처지인 한국에 이렇게 마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니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 텍사스에서 온 브루스(74)는 “전날 전쟁기념관을 방문했는데, 많은 나라가 모여 자유를 지켜낸 이야기가 감동적이었다”며 “미국이 참전국 중 하나라는 게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오늘 이 모습을 보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의 아내 에이미(70)가 덧붙였다.
“트럼프와 커크는 미국을 통합이 아닌 분열로 이끄는 사람들이에요. 커크의 죽음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한국에 그를 추모하고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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