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표 노동안전 종합대책 발표
과징금, 영업이익 최대 5%까지 부과
평균 1억인 중대재해법 벌금과 격차
건설사엔 ‘삼진 아웃제’ 적용하기로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제1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기업들을 법적 처벌하는 것보다 선진국처럼 과징금 한 번 때려서 금전적인 손해를 안겨주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드라이브를 건 ‘산업재해와 전쟁’의 결과물은 ‘경제적 제재’ 강화다.
과징금 제도와 등록말소 요건 신설부터 영업정지 요청 요건 완화까지 제재 강화가 정부가 15일 내놓은 ‘노동안전 종합대책’의 중심을 이룬다.
산재 사고 발생에 따른 비용을 늘려 안전 투자 확대를 유도하려는 전략이다.
연간 3명 이상 산재 사망이 발생한 기업에 물리는 과징금 제도는 전례가 없었다.
영업이익(별도 재무제표 기준)의 최대 5%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지난해 질식 사고로 3명이 숨진 현대자동차의 사고 사례를 여기에 적용할 경우 현대차가 부담해야 할 과징금은 최대 3천억원에 이른다.
현재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따라 지금껏 부과된 벌금은 평균 1억원 수준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안전 투자가 더 이익이 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기업의 ‘비용 방정식’을 바꿔 산재를 줄이겠다는 뜻이다.
정부 목표는 사고사망 만인율(0.39명, 지난해 기준)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 수준(0.29명)까지 끌어내리는 것이다.
다만 정부가 과징금 산정 기준을 매출액이 아닌 영업이익으로 삼은 건 기업 부담을 고려한 것이다.
김 장관은 “매출액을 기준으로 했을 땐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산재가 잦은 기업에 대한 영업정지 요청 요건 완화(‘2명 이상 동시 사망’→‘연간 다수 사망’)도 경제적 제재의 한 방식이다.
건물 짓고 다리 놓는 건설사는 물론 전기·정보통신·소방시설공사 건설사도 모두 적용 대상이다.
현재 2~5개월인 영업정지 기간도 사망자 수에 따라 2~5명은 3개월, 6~9명은 4개월, 10명 이상은 5개월로 늘린다.
반복해서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 건설사에는 3진 아웃제가 적용된다.
3년 사이 두번 영업정지를 받고 또 영업정지 요청 사유가 발생하면 등록을 말소한다는 뜻이다.
산재 다발 사업장은 아예 문 닫을 각오를 해야 하는 셈이다.
간접적인 경제 제재도 강화된다.
중대재해 발생 건설사는 공공사업 입찰에 참가하지 못할 수 있다.
나아가 중대재해가 반복되면 정책자금 등을 받지 못하거나 민간 금융사에서도 대출 금리나 보험료 및 한도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
국민연금이 투자 판단에 참고하는 스튜어드십 코드에도 중대재해 발생 이력이 반영된다.
중대재해 발생 상장사는 국민연금의 지분 매도 압력을 받게 되는 셈이다.
산재 관련 정보 공개 확대는 기업에 대한 사회적 압력 강화를 염두에 둔 조처다.
상장사는 중대재해가 발생하거나 이로 인해 형사 판결을 받는 경우 즉시 이를 공시해야 한다.
공공기관은 산재 사망자 수 공시 주기를 연 1회에서 분기별로 확대하고, 사망자뿐 아니라 중대재해 부상자 수도 공시한다.
중대재해 발생 기업 명단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법적 보호는 확대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현재 14개 직종에 한해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사업주의 안전보건의무를 직종과 적용 규정을 확대하는 게 뼈대다.
안전 관련 투자 여력이 떨어지는 소규모 사업장에는 사고 예방 품목 구매비 등 재정 지원을 늘린다.
전문가들은 제재 강화가 노사 주도의 산재 예방 체계 구축과 연계돼야 실효성을 가질 거라 지적한다.
강태선 서울사이버대학교 교수(안전관리학과)는 “처벌과 의무 확대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업계와 노조가 머리를 맞대고 업종별로 법보다 세세한 위험성 평가 가이드라인이나 작업별 매뉴얼을 제작하고, 이를 소규모 사업장도 체크리스트 형태로 이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이드라인을 지키면 법적 안전 의무를 다한 것으로 보고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 식의 인센티브를 줄 필요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노동계에서도 정부 대책이 현실에서 원활하게 작동하려면 세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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